물숨
Breathing Underwater , 2016

바다가 밥이고, 집이고...
나는 다시 태어나도
또 해녀가 되고 싶어
어머니 존재만으로도 가슴 뭉클해지는 존재이다. 그리고 여기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용기 있는 어머니들이 있다. 그녀들이 숨을 참는 대가는 그녀들의 밥이 되고, 아이들의 책과 공책이 된다. 오늘 리뷰 할 영화는 아름다운 한국의 여성들의 삶을 다룬 영화 <물숨>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말 물숨은 해녀들이 일컫는 말로 물속에서의 호흡을 뜻한다. 사람이 숨을 쉴 수 있는 길이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늘어나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첫 물질을 시작하는 애기 해녀들에게 선배들이 하는 가장 첫 가르침은 해산물을 따는 기술이 아니다. 바로 물숨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즉 바다에서 욕심을 내지 말라는 뜻이다. 이미 정해져있는 길이의 숨 동안 남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 욕심을 내다가는 자신이 가진 숨의 길이를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바다 속에서 그 욕망에 발을 들인 순간 차가운 바다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해녀들은 이를 두고 물숨 먹는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른 의미로 물숨은 곧 죽음을 뜻한다.
오랜 시간 물질을 해온 해녀들은 이 진리를 알고 있다. 인간이 욕망에 사로잡히는 순간부터 바다는 무덤으로 변하고, 욕망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바다는 넉넉한 인심을 나누어주는 품을 내준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섬 여인들은 자신의 숨을 참고, 욕망을 자르고 욕심을 누르면서 바다 속에서 살아간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제주의 작은 섬 우도에는 한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여인들이 있다. 물질을 생업삼아 살아가는 해녀들을 6년 동안 취재한 기록을 모아 동명의 책을 출판했고 이 기록들은 한 편의 영화가 되었다. 스펙타클한 액션도 절절한 로맨스도 없지만 그녀들의 삶은 가느다란 욕망의 줄 위를 타고 걸어가듯이 아슬아슬하며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슬픈 인생을 보여준다.
원작의 작가이자 영화의 감독인 고희영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뉴스 추적>의 작가이다. 또한 KBS <수요기획>, 스페셜> 등의 PD로도 활동한 바 있다. 자그마치 10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중국의 베이징으로 옮긴 후에는 영화사 숨비SOOM:BE를 통해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베이징과 우도를 오가면서 촬영한 작품 <물숨> 외에도 방송인 이동우씨의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 <시소>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우도는 해녀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현재에도 해녀들이 물질을 이어가고 있다. 고희영 감독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인해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 담게 되었다. 하지만 폐쇄적인 우도만큼이나 폐쇄적인 해녀들의 삶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쉽게 포기할 고희영 감독이 아니었다. 그녀는 해녀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물질하는 모습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해녀들이 욕망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관객들에게까지 전해지게 된 것이다.
원래 우도는 땅이 척박하고 바람이 많기 때문에 농작물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부터 우도의 여자들은 일찍이 바다로 나갔다. 고희영 감독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바다이야기, 해녀이야기를 다루는데 있어 조금 더 깊이 있을 수 있었다. 태생부터 정해져있는 숨에 따라 해녀 사회도 계급이 나뉘게 된다. 각각 상군(上軍), 중군(中軍), 하군(下軍)으로 나뉘는데, 상군은 수심 15~20m, 중군은 9~5m, 하군은 3m에서 작업할 수 있는 숨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상군은 깊은 곳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더 좋은 해산물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의 위험도가 따르게 된다. 하지만 이 계급은 바뀌지 않는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숨을 참는 길이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군은 아무리 노력해도 상군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욕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동물이다. 오랜 시간 물질을 해온 해녀들은 자신의 숨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숨이 마지막까지 차오르기 전에 바다 밖으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많이,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조금만 더 숨을 참으면 된다는 유혹에서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순간적으로 잊고 바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게 하는 것이 바로 욕망이다. 그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 유혹에 발을 내딛는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물숨은 해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고 가장 처음 주의해야할 사항이다.
숨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고 바다 위로 올라와 내뱉는 휘파람 같은 숨소리, 숨비 소리. 그것은 아마 오늘도 바다의 욕망을 이겨냈다고 하는 삶의 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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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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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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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숨>은 우도 해녀들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낸 7년 간의 기록으로 해녀들의 금기어인 ‘물숨’에 관한 바다 이야기며 인생 이야기다. ‘물숨’이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마지막으로 쉬는 숨으로 잘라내지 못한 욕망의 상징이다. 모두에게 공평해 보이는 바다에도 계급이 있다. 해녀들은 그들이 가진 숨의 길이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다. 계급에 따라 그들의 수확량은 달라지지만 그 계급은 개인이 인위적으로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타고난 능력에 체념하고 안주하는 대신 더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더 정확한 눈으로 현실을 능동적으로 헤쳐나간다.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바다가 내어주는 것들을 품기 위해 평생을 바쳐 최선을 다한다. 어머니의, 딸의 무덤이 된 바다 속으로 살기 위해 다시 들어가는 그녀들 만큼 삶을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는 독립적인 여성들이 또 있을까. 우도 바다의 뛰어난 미장센과 주옥 같은 오케스트라의 선율 속에서 내 안의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겸허한 81분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피아니스트 양방언, 배우 채시라, 작가 송지나가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고희영 감독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작가로 독립 PD로 활동해왔다.
2016년 9월 22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