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종말
For the End of Time , 2016

조선이 천주교를 거부하며 선교하러 온 선교사들을 탄압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병인박해로 인해 선교사들은 순교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자신들의 뿌리 깊은 신앙심을 널리 알렸다. <시간의 종말>은 병인박해 15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150년 전 조선에 왔던 프랑스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866년, 병인사옥으로도 불리는 병인박해는 대원군이 천주교도들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며, 선교 활동을 하고 있던 천주교도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본래 천주교는 1964년 러시아가 요구한 통상을 막기 위해서 대원군이 조선에 끌어들인 세력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막지도 못했을 뿐더러, 당시 조선은 천주교도들은 천주학쟁이라 부르며 멸시하고 있었다. 이런 종교가 조정에도 출입하며 나라의 기강을 어지럽힌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게다가 오랫동안 가깝게 지냈던 중국(청나라)에서 천주교도들을 탄압하기 시작하며, 대원군은 천주교도들을 조선 땅에서 몰아낼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 사건으로 프랑스 선교사 9명과 조선인 천주교도 8천여 명이 대학살을 당했다. 살아남은 천주교도들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피신해 다니며 신앙심을 지켰다. 그러나 힘든 떠돌이 생활에서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들, 노인들이 희생되었다. 당시 병인박해를 피해 탈출에 성공한 외국인 선교사 리델은 조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천주교도 박해를 프랑스에 알렸다. 이로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침입하여 병인양요가 발발한다.

<시간의 종말>은 떠나라, 그리고 돌아오지 마라는 타이틀과 함께한다. 돌아오지 말라는 것은 선교사들에게 있어 선교를 뜻한다고 한다. 실제로 병인박해 당시 프랑스 선교사들은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죽거나 탄압을 피해 도망쳐야만 했다.
프랑스 현대음악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곡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작곡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갇혀서 쓴 작품이다. 작곡가가 처한 상황과 조선에서 선교사들이 겪은 상황이 적절히 겹쳐져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각 악장이 순서대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스크린 속 상황에 맞추어 등장하는데 이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보다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비종교인의 시선으로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사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종교든, 개인의 신념이든,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숭고하다.
김대현 감독은 <시간의 종말>이 특정 종교를 홍보하는 작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천주교에 가해진 탄압을 배경으로 하지만, 관객의 신앙심이나 동정심, 안타까움을 바라는 작품이 아니다. 감독은 <시간의 종말>을 통해 순교자들의 생각을, 그들이 낯선 조선 땅에서 목숨을 바치게 만든 결심을 찾고자 한다.

병인박해 당시, 외국인 선교사들은 처형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굴을 가린 채 신도들을 만나고, 천주교가 탄압받는 와중에도 선교를 계속한다. 그들의 숭고함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광기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감독은 가능한 비종교인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려고 했다.

다만 <시간의 종말>은 포스터부터 홍보 문구까지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까닭에, 작품의 개봉 의미를 알지 못하거나 천주교와 거리가 먼 비종교인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클래식 음악에 흥미가 있거나 천주교 탄압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경험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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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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