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
STOP , 2015

김기덕 감독의 일본 영화,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을 주제로 하여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후쿠시마에서 평화로운 신혼생활을 보내던 한 젊은 부부가 원전폭발 이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아이를 낙태하려는 아내와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다시 후쿠시마로 향한 남편의 이야기. 극중 아내는 뱃속의 아기가 기형아일 거라는 공포에 시달리다 끝내 유산을 결심한다. 그러나 남편은 아기의 낙태를 원하지 않고, 수술을 받겠다는 아내를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서 말리는 등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처음 원전폭발이 발생했을 때, 뱃속 아기가 기형아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시달리는 아내 미키와는 달리 남편인 사부는 침착하다. 일본은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으며, 인간은 보다 강한 생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아내를 안심시키려고 애쓴다.
사부는 우리 아기는 정상으로 태어날 것이며, 미키를 안심시키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후쿠시마로 향한다. 후쿠시마에 살아있는 동물들을 촬영하여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러나 후쿠시마에 간 사부가 본 것은 기형아를 출산하는 임산부의 모습이었다. 이후 후쿠시마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사부의 생각은 180도 달라진다.

사부의 분노는 원전을 동력으로 쓰는 ‘전기’로 향한다. 때마침 그의 앞에는 후쿠시마산 고기들을 도쿄 시내 식당에 납품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전기를 사용하는데, 왜 후쿠시마만 피해를 보는 거냐며 전기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낸다. 고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태어날 아기를 축복하기는커녕 유산을 망설여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사부는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는다. 태어날 아기는 기형아일 것이고,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사부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결국 그는 송전탑을 무너뜨려서 도쿄 시내의 전력을 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함과 무덤덤함은 재난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스톱>은 별도의 지원 없이 김기덕 감독의 힘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이 놀랍다. 개봉비용이 문제가 되어 국내에서는 개봉조차 하지 못한 작품이지만, 김기덕 감독 작품 특유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듣고 싶은 관객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오롯이 감독의 작품인 만큼 <스톱>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촬영했다. 게다가 국내도 아닌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감독에게 러브콜은 보냈던 배우들조차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작품을 거절했고, 일본 현지에서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덜한 배우들을 고용했다. 물론 이 배우들의 연기와 열정은 훌륭했다. 다만 어려운 환경을 헤치고 등장한 작품인 만큼,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미흡함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이 작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 이 사회가 괴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극중 태어난 아기는 기형아가 아니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정상인보다 약 천 배 가까이 소리를 크게 듣는 예민한 청력의 소유자였다. 아이는 이 고통을 줄이기 위해 두꺼운 헤드폰을 착용하는데, 남들과 다른 그 모습을 보며 철없는 아이들은 괴물이라고 말한다. 죄 없는 아이가 괴물이라는 비난 속에서 움츠러드는 잘못은 어른들에게 있다. 원전을 설치해놓고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전에 충분한 대책이 없었던 어른들과 그 어른들이 구성하는 우리 사회 말이다.

극중 사부가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분노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사실 그의 분노는 원전을 지을 때는 안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면서, 정작 사고가 발생하면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정부를 향해야 옳다. 문제는 정부가, 그런 정부의 모습을 비난해야 할 사람들이 문제에서 눈을 돌린다는 데 있다. 현실에서의 어려움을 부정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한다고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잊어버릴 때쯤 다시 되풀이된다. 이전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문제는 더 몸집을 불려서 현실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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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작품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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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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