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시간
VANISHING TIME: A BOY WHO RETURNED , 2016

<가려진 시간>은 영화 초입부와 후반부가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린이가 박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는 것으로 끝난다. 물론 그 뒤로 작은 상황이 더 펼쳐지긴 하지만 어쨌든 문학으로 치면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지, 결말이 어떤 식으로 날지 예상하는 것이 어렵진 않다. 깜짝 놀랄 스토리 반전보다는 배우들이 전달하는 감정, 눈을 사로잡는 영상미, 극의 분위기 등에 집중한다면 놀랄 정도로 만족스러운 영화가 될 것이다.

장르는 판타지이다. 판타지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간에 대한 영화이다. 매개체는 빛나는 알같은 돌멩이인데 놀랍게도 영화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 있어서 갑자기 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판타지 장르는 서양에서 자주 만들고 동양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는데 <가려진 시간>이 한국적인 판타지 느낌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뷰티 인사이드>가 있다. 절대로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소재를 다뤘지만 이야기가 튀지 않고 오히려 잔잔하게 흘러간다. <가려진 시간> 역시 잔잔하면서도 동화같이 그려져 동떨어진 세계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포스터에는 강동원 혼자만 나와있는데 사실은 신은수 배우까지 포함한 투톱영화라고 봐야한다. 어떤 이는 신은수 원톱 영화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만큼 신은수 배우가 연기한 수린이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감정전달력을 가졌다. 수린이라는 캐릭터의 복합적인 내면을 잘 표현했다.
영화에서 가장 강하게 남기는 메시지는 어른과 어린이의 대립이다. 좋게 말하면 대립이지만 실상은 어린이를 타박하는 어른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살핀 모양새다. 우리는 얼마나 현실에 찌들어있는가,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눈을 얼마나 많이 잃어버렸는가, 그리고 얼마나 어른의 시선으로 어린이들을 가두고 있는가. 생각해볼 만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른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극 중 성민이와 태진이는 13살이였다가 시간에 갇힌다. 어린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할아버지가 된다는 설정이니 그들은 어른이 되어서야만 가려진 시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른은 언제인가? 성민이와 태진이가 오매불망 기다렸던 20살인가? 20살은 우리가 임의로 정해진 경계선일 뿐이며 실제로 나라 간에 성인의 기준도 다르다. 19살과 20살은 한끗 차이다. 갑자기 대학생이 된다고 어른이 되진 않는다. 우리 주변에 철없는 어른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영화 속에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20살에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어른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화노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환호를 발음나는 대로 표기하면 [화노]가 된다. 아름답고 동화같은 섬에 어울릴법한 이름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환상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그다지 꿈과 희망이 가득한 것 같진 같다. 화노도는 어찌보면 화나다, 노하다와 동일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더 단순한 이유가 있다. 감독은 “주인공이 그 섬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나이가 든다. 그래서 나이가 든다 노화? 이런 생각을 하다 그냥 노화를 거꾸로 뒤집어 화노란 이름을 지은 것 뿐이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섬 이름으로 여러 가지 의미를 상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가려진 시간>은 기발한 상상력에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영화다. 개봉당시 여러 가지 경쟁작들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시간과 관련된 판타지 영화를 좋아한다면, 아름다운 영상미와 동화같은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촉촉한 감성에 빠지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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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영화 매니아
아름다운 영상미와 동화같은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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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세모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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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사건에 의해 시간이 멈추고, 다시 흐른다. <가려진 시간>은 전형적인 ‘시간 판타지’의 외피를 갖춘 영화다. 하지만 엄태화 감독은 여기에 ‘믿음’이라는 메시지를 부드러운 숨결처럼 불어 넣는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수린’과 ‘성민’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터무니 없는 자신들만의 미신 놀이를 공유하며 관계를 차곡차곡 쌓는다. 서른이 넘은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성민’을 믿는 것 역시 오직 ‘수린’뿐이다. 감독은 둘 사이를 유괴범과 스톡홀롬 증후군에 빠진 소녀로 단정짓는 세상의 시선을 동시에 전개시키며, 판타지적 설정의 힘이 다소 빠져버리는 극 후반부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동시에 한가지 물음도 남긴다. 당신이 ‘수린’이라면, 상대방을 믿을 수 있을까? 포커싱아웃을 활용한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영상 안에서 수수하고 차분하게 연기하는 아역배우 신은수, 이효제의 조합이 은은하게 마음을 끈다. 강동원 역시 여전한 미소년 분위기로 영화와 괜찮은 궁합을 보여 준다. 독립영화 <잉투기>(2013)로 호평 받은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2016년 11월 9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pgot@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