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SEE-SAW , 2016

두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다른 한 사람은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근육병 환자다. <시소>는 나에게 남은 5퍼센트를 주면 저 사람은 100퍼센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과, 그 생각을 담아 전한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룹 틴틴파이브로 유명한 가수 이동우는 지난 2010년에 실명 판정을 받았다. 1급 시작장애인이 된 그는 자신을 찾아온 불행에 낙담하지 않았다. 음악을 그만두고 쉴 수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열정을 꺼뜨리지 않고 재즈라는 장르에 도전했다. 물론 처음에는 망설였다. 음악을 하긴 했지만, 재즈라는 장르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었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진행성 병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은 건 2010년이지만, 그의 눈은 훨씬 오래전부터 시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눈 때문에 그는 오랫동안 힘들어해야만 했다. 흔히 진행성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5단계의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부정, 분노, 협상, 좌절, 그리고 수용. 이 기나긴 시간동안 그는 내면적으로 한층 성숙해졌다.

영화의 배경은 제주도다. 특히 풍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제주 사려니숲은 두 사람의 대화를 한층 아름답게 부각시킨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동우는 사람들이 그토록 아름답다고 칭송하는 숲의 풍경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옆에는 친구 임재신이 있다. 그는 차분하고도 분명한 목소리로 숲의 풍경을 묘사한다. 이리저리 마구 자라 언뜻 어지러워 보이지만, 어딜 둘러봐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언뜻 불규칙해 보이지만 아무렇게나 자란 나무들에게는 분명히 규칙이 있다. 기울어져 자란 가지와 꼿꼿이 자란 가지, 짧고 굵은 가지가 있는가 하면 길고 가늘게 내뻗은 가지도 있다. 그 많은 나무들 가운데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마치 사람들처럼.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는 이야기가 아니다. 감독도 출연진도, 그 누구도 관객에게 이 장면에서 감정을 터뜨려라하고 말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 클라이막스는 없다. 그저 처음부터 묵묵히,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특별하다면 특별한 두 남자의 일상을 묘사해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감출 수 없는 영화다. 이 두 사람이 불쌍하거나 애처로워서가 아니다. 정말 가엾은 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바쁜 사람들이다. 바로 우리다. 경쟁사회라는 말이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현대 사회. 어려서부터 경쟁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일상의 모든 것이 경쟁으로 이루어진다. 몸이 아프거나 심적으로 힘들어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건강관리가 자기관리의 일부가 되어버린 지금, 힘들다는 내색을 했다간 무능력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내게 남은 5퍼센트를 주면 저 사람은 100퍼센트가 될 수 있다. 듣자마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드는 말이었다. 내게 없는 1퍼센트를 갖추기 위해 남이 가진 1퍼센트를 빼앗는 일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슬프고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완벽하다고 비춰지는 사람에게도 분명 결점이 있고, 그 결점을 채우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어지러운 시국에 모든 국민들이 분노하여 들고일어나는 사회. 전 국민, 전 세대가 우울감에 몸부림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힐링 열풍은 언제쯤 끝이 보일까.

극중 이동우는 임재신에게 물었다. 돌아간다면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그에 이매신은 대답한다. 그냥 지금으로 괜찮다고. 지금의 자신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비록 그는 앉은자리에서 꼼짝할 수도 없는 몸이지만, 아직 하고 싶은 일이,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을 때이지만, 그의 소망은 작고 소박하다. 임재신은 딸의 성장과정을 회상한다. 딸이 자라면서 보여준 찰나의 모습, 너무나도 예쁜 그 시절의 모습을 자기 손으로 어루만져주고 싶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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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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