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
전통적으로 유교사상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대단한 것이었다. 유교의 도덕사상 중 가장 기본이 되는 3가지의 강령(綱領)과 5가지의 인륜(人倫), 즉,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보면 항상 임금과 신하의 관계 다음으로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아버지와 자식간에 지켜야할 도리였다.
엄부자모(嚴父慈母), 아버지는 자식을 엄 하게 다루고 어머니는 깊은 사랑으로 보살펴야 함을 이르는 말로 옛날부터 가정의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기본 덕목 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버지의 권위가 추락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역전되어 엄모자부(嚴母慈父)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영화시장 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를 반영하여 <마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마더> <친정엄마> 등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며 관객을 호평을 받기도 하였는데, 드물게 아버지의 존재감을 알리는 감동적인 영화가 있어 소개 해보자면 바로 박광우 감독이 8년간 심혈을 기울인 작품 <회초리> 이다.
대부분의 가족영화가 그렇듯이 영화 <회초리>도 여지없이 익숙한 설정에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만한 신파적인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예절학당 이라는 특별한 장소를 배경으로 아버지가 잊고 살았던 딸의 존재를 서서히 인식하며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조화롭게 연출했다는 점에서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감동과 울림을 느껴볼 수 있다.
송이(진지희)는 어린나이에 학당에서 전통예절을 가르치는 훈장을 하고 있다. 이번에 입소하는 학생들은 사회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사회봉사를 수행하는 이들로 여자 댄스가수도 있고 한때는 아시안게임에서 복싱 금메달까지 수상한 복싱선수도 포함되어 있다. 전직 권투선수인 두열(안내상)도 그중에 한 명으로 촉망받는 선수였지만 큰 부상을 당해 뇌사상태로 수년간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깨어났는데 그사이 사랑하는 아내를 병으로 잃고 상실감에 빠져 하류인생을 살아가던 인물이다.
학당으로 가는 도중 동생으로 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는데, 자신이 식물인간으로 있을때 아내는 딸을 출산 하였고 세상을 떠나면서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생전에 아내가 꼼꼼하게 적어놓은 출산일기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두열은 아내의 뱃속에 있던 딸의 태아적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딸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자신의 딸이 미국으로 입양된 줄로 알았던 두열은 우연히 소녀훈장 송이의 방에서 자신의 아내 사진을 발견하고 송이가 자신의 딸이란 것을 직감하게 된다.
반면 송이는 이미 두열이 학당에 오기전부터 대훈장에게 아버지에 관한 모든 것을 전해들어 난생 처음으로 만나게 될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버지 두열을 맞이하는 송이와 달리 두열은 어린훈장 송이를 무시하며 미운짓만 골라하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아내를 잃고 딸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던 두열이 예절학당에서 훈장으로 있는 딸 송이를 만나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그 안에는 딸을 향한 사랑과 갈등 등 수 많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담겨져 있다. 영화 초반부 에서는 두열과 송이의 삶이 연계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되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으려 했던 감독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부터는 두열과 송이의 관계가 서서히 밝혀지며 쉽게 드러내놓지 못하는 아버지의 사랑과 두열을 향한 송이의 안타까운 사연들로 장식되며 초반의 산만했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아버지와 딸의 재회라는 신파적인 요소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보다 영화 <회초리>에서는 그것보다 더 깊은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어 부모에 대한 사랑과 자식을 아끼는 부모의 마음을 과장됨 없이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가족 이라는 관계를 이처럼 감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뛰어난 역량과 잘 짜여진 시나리오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의 조연들이 진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웃음으로 흔들어 주었고, 아버지와 딸로 출연한 안내상과 진지희는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캐릭터를 훌륭하게 표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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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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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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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년 13세에 훈장이 된 송이(진지희).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에게 예절 교육을 가르치는 그는 어리다고 놀렸다간 큰 코 다칠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어느 날 아시안게임 권투 금메달리스트였던 두열(안내상)이 예절 교육을 받으러 학당을 찾아온다. 대훈장(윤주상)은 송이에게 두열이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히고, 직접 예절교육을 담당하게 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두열은 송이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문제를 일으키기 일쑤. 가열하게 기싸움을 벌이던 두열은 뒤늦게 송이가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된다. 12년 동안 헤어졌던 아버지와 딸의 만남. <회초리>는 이들의 만남을 웃음과 감동으로 엮어내려 한 작품이다. 영화 초반은 매번 다투기만 하는 두열과 송이의 신경전에 집중한다. 기상할 때부터 잠들 때까지 아등바등 싸우는 이들의 모습은 ‘톰과 제리’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 시트콤과 드라마에서 코믹연기를 보여줬던 안내상과 진지희의 호흡이 빛을 발한다. 하지만 초반 코믹한 장면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영화는 부녀의 해후를 통해 슬픈 감정을 끌어올리려 주력한다. 서로 딸과 아버지라고 호칭을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그 지렛대 역할을 한다. 송이는 자신에게 욕설을 하고 냉대하게 대하는 두열을 차마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두열은 12년 동안 키워주지 못한 죄책감에 송이를 딸이라 부르지 못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전한다. 특히 딸에게 죄스러운 마음뿐인 두열이 송이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웃음으로 시작해 눈물로 마무리 짓는 <회초리>는 기존 가족영화와 큰 차별성은 없지만 무난히 즐길만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눈물을 짜내는 설정은 붉어졌던 눈시울을 다시 원상 복귀시킨다. 영화는 두열이 불치병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뻔한 공식을 답습하면서 고루한 눈물 보따리를 펼친다. 죽음만이 슬픈 감정을 고조시키는 특효약이 아님에도 이것을 남발하는 영화는 아쉬움을 남긴다.
2011년 5월 20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 ( zzack08@movis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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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