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메이트
Coffee Mate , 2016

가로수가 있는 길가의 한 커피숍.
인영(윤진서)은 혼자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곤 한다. 의자를 주로 만드는 목수 희수(오지호)도 가끔 혼자 커피숍에 와서 작업 스케치를 하거나 사색을 하며 커피를 마신다.
그렇게 남남이었던 둘은 혼자 커피를 마시곤 하는 서로를 인식하게 된다. 커피숍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본다는 것은 혼자라는 뜻일 테니 둘은 동질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희수는 인영의 자리로 가서 잠시 앉아도 되느냐, 정중히 묻는다. 이미 서로의 얼굴을 알고 있는 인영은 마지못한 듯, 아니면 기다린 듯 이 만남의 순간을 어떨결에 받아들이고 드디어 둘은 탁자에 마주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영화는 이 장면까지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을 매우 자연스럽고 수월하고 부드럽게 처리한다. 인영이 친구 윤조에게 들려주는 나레이션 같은 대화가 배경으로 깔리고 이 만남의 순간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인 듯 두 사람의 탁자는 이제 균형을 갖췄고 어색하지만은 않은 대화가 오고 간다
이 대화를 듣는 자체가 관객에게는 매우 재밌고 설레이는 감정을 제공한다. 마치 합석한 느낌처럼 오고 가는 대화와 두 사람의 표정들을 마주하다 보면 두근거리는 가슴과 어떤 말을 할지 긴장하는 마음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마치 무대 위의 연극처럼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장면들은 이어지고 긴장감은 확대되어간다. 아마도 영화가 아니라 연극으로 만들어도 좋을 대사들, 재치있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대화의 순서는 이렇다.
먼저 말을 걸어와 앉은 희수는 이 자리에 안기까지의 타당한 이유를 제시한다. 커피숍을 바꾸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말은 안했지만 얼굴을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체 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니, 인영도 마찬가지 일 것이므로 다른 커피숍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 하지만 다른 커피숍은 이 커피숍처럼 편안하지만은 않았기에 이렇게 인사를 나누며 친구로 지내면 어떻겠는가, 하는 인간적인 제안. 어떤 사람인지, 나이와 이름과 성격 등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커피를 마시는 모습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다음 대화의 순서는 서로의 직업을 알려주고 어떤 예의없고 부도덕한 마음이 없음을 확인시켜준다. 목수이고 유부녀임을 밝힌 상태에서 어떤 거짓이 있겠는가. 그리고 다음에는 인영이 먼저 제안한다. 커피메이트가 되자고.
커피숍 밖에서 만나지 말 것.
별도로 연락하지 말 것.
우연히 만나도 아는 척 하지 말 것.
이 규칙들은 진정한 커피메이트가 되기 위한 인영의 제안이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고 공유되는 순간 커피메이트는 완성이 되었다. 자신의 비밀을 들려주고(희수는 돼지고기를 못 먹고 인영은 꽃을 싫어한다.)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고백하듯 커피메이트에게 말한다.
과거를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본모습을 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모든 것을 오픈했다는 뜻이다. 감정적으로 완전히 교감한다는 뜻.
이는 정식으로 결혼을 한 부부가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함께 할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행위와 같으므로 정서적 교감과 감정적 합일치가 이루어지는 지점이다.

그리고 다음 마지막 단계의 대화 순서는 바로 말을 놓는 것.
경어를 놓으면서 탁자 위에 놓인 어느 정도의 선을 제거하는 것이 커피메이트 대화의 마지막 작업일 것이다.
그렇게 인영과 희수는 하나의 커피메이트가 되었고 이 둘을 하나로 만드는 둘만의 언어, 비밀 문자를 공유하게 된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변형한 문자들은 인영과 희수 둘만의 비밀이 되고 종국엔 서로에게만 전하고 인식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이들이 이 문자를 공유하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하나가 되었음을 영화는 넌지시 알려준다.
그들의 비밀 문자는 커피숍 안에서 메모로 걸려있었지만 인영과 희수의 마음이 되고 진실이 되어서 커피숍 밖으로 나가 세상과 만나는 지점을 선보인다.
인영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가보면 둘의 진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관람불가로 등급을 매기지 않아도 되었을 이 영화 <커피메이트>에 혹시 오지호와 윤진서, 두 배우의 핫(?)한 장면을 기대했다면, 결말부터 말하자면 그런 장면은 없다.
그런데 그런 장면이 없기 때문에 아이러니 하게도 보는 관객은 오히려 긴장하게 되고 흥분도가 높아진다. 오지호와 윤진서의 호연도 한 몫 하지만 길고 긴 대사를 따라 듣다보면 묘한 연애 감정이 싹트는 걸 느낄 수 있다.
연애 감정을 느낀 적이 오래된 사람은 이 영화를 한번 느긋하게 감상해볼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감정과 뜨거운 가슴을 선물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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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을 다시 만나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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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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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있는 여자와 솔로인 남자가 단골 카페에서 빈번히 마주치고 가까워진다. 질타받기 쉬운 관계를 다루는 작품의 관건은, 관객이 그들의 심리와 행동에 기꺼이 설득될 수 있느냐다. 때문에 영화는 섣부른 육체적 교감을 완전히 배제하는 쪽을 택한다. 공허한 일상에 지친 두 사람의 정서적 교감을 보여주는 데만 집중한다. 유행 지난 게임을 함께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공유하며, 남에게 말 못했던 부끄러운 비밀을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레이션으로 이야기가 전달되는 까닭에 좀 더 다층적으로 표현되어야 할 감정들마저도 말로 설명되어버리고 만다. 끊임없이 관계에 의미를 부여 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다만 두 주인공이 자극적인 일탈에 자신을 내맡기는 대신,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고 차분한 결정을 내리도록 이끄는 결말만큼은 담백하게 다가온다. <초록물고기>(1997)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한 이현하 감독의 첫 장편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2017년 2월 20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pgot@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