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이 있다
Another Way , 2015

<피터팬의 공식>, <폭풍전야>의 조창호 감독의 신작으로 서예지와 김재욱이 두 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촬영 과정에서 논란이 무성했던 작품이었던 만큼 배우들의 피땀 어린 작품으로 열연하는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다. 서예지는 이 영화에 대해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라며 밝혔고 “캐릭터를 본 순간 우울했지만 희망을 찾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아픔도 공감해 보고 싶어서 좋게 봤던 작품이다"고 밝혔었다. 김재욱 또한 그 동안 자신이 바랐던 작품 톤이라 느꼈다며 기쁨과, 기대,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동시에 전했었다.
이러한 두 배우에게는 공통점인 이미지가 풍기는데 무언가 도시적이고 차갑고 세련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특유의 화려함보다는 절제됨 속에 가시를 품고 있어 다가가면 왠지 모르게 아프다. 대사는 많지 않고 담백하다.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기에 어렵지는 않지만 그 감정선 하나하나를 캐치하고 무심한 듯 툭 던지는 한마디 대사 속에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감정과 아픔, 그 상황에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 시작 첫 장면부터 대면을 통한 대화가 아닌 온라인 속 소통의 장면이 나온다. 닉네임은 각각 ‘검은새’와 ‘흰새’로 남자는 나뭇가지 끝에 걸려 흔들리는 검은 비닐봉지를 보고 닉네임을 지었고 여자는 그 닉네임을 보고서 ‘흰새’라고 지었다는 대화가 오가는데 그러한 모습 속에 두 사람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지에 불안하게 기대어 있는 새의 모습, 그리고 날아오르고 싶은 무의식 속의 심정을 드러내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로서 작용한다.

흑백의 어두운 배경 속 차가운 눈빛과 감정 없는 표정, 삶의 마지막에 대한 짧지만 무겁고 강한 대화가 끝나면 정원(서예지 분)은 일상으로 복귀해 아픈 어머니를 봉양하는 효심 깊은 딸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어두움에서 잠시 벗어나서 그늘진 모습을 잠시 내려놓고 씩씩하고 굳센 ‘캔디’ 같은 모습으로 임한다. 애써 웃기도 하고 어머니의 건강을 살뜰히 챙긴다. 또한 도우미 내레이터 모델로서 바쁘고 고된 생활 속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며 그늘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스치듯 정원의 힘든 내면을 읽을 수 있다. 감정의 극대화는 집에 돌아오면 발견할 수 있다. 아빠라는 이름의 크고도 두렵고 분노를 일으키는 존재는 정원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가함으로써 그림자를 드리우고 삶에 아픔을 제공한다.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을 가해 행위에 정원은 무표정으로 담담히 임한다. 분노의 감정을 수면위로 내뿜기 보다는 삭히고 밀어 넣지만 억압된 감정들은 수면위로 폭발하고 만다. 그러한 폭발은 정원 자신을 향하고 결국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어가게 만든다.

한편 남주인공 수완(김재욱 분)은 교통경찰로서 등장한다. 직업은 다르지만 차갑고 무표정한 눈빛, 일관된 표정,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 등 풍기는 느낌이 무언가 정원과 비슷해 보인다. 이러한 수완은 의무를 저버리고 음주 운전자의 하소연에 위반을 눈감아주는 중대한 실수를 하게 된다. 자존심과 명예를 다 버리고 하소연하는 운전자의 모습이 수완의 내면을 건드리고 이러한 한 번의 실수는 수완에게 화살이 되어서 돌아온다. 어릴 때 한 번의 실수가 되돌릴 수 없는 상처와 아픔들로 맞물리듯이..그리고 현재까지 그 상처 속에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비닐봉지처럼, 새처럼 언제든 풍랑에 날아가 버릴 것처럼 위태롭다. 전 여자 친구와의 재회에서도 더 이상 희망이 없고 되돌릴 수 없는 관계의 모습 속에 마지막 길을 걸어가는 수완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둘은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삶의 고통 속을 걷고 있는 그들에게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삶의 희망의 빛이 존재할지? 빙판에도 숨구멍이 존재하듯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선 그들의 선택과 행보에 숨을 죽이고 바라보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대화는 최대한 절제한 채 배경과 분위기로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한 만큼 짧은 대화 속에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 고통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한다. 그러한 심리들을 드러내기에 영화 속 배경은 차가움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영화 ‘겨울왕국’ 속에 엘사의 아름답지만 차가운 얼음 궁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홀로 갇혀서 세상과 단절하고 상처에 휩싸여 있는 엘사가 그 틀을 깨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세상의 빛으로 나오기까지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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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김재욱, 서예지 배우의 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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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시나모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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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이 엄마를 간호하는 한 여자와 엄마의 자살을 목격한 후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다른 길이 있다>는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동반 자살을 계획하는 자칫 위태로울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지만 종내는 희망을 전달한다. 조창호 감독은 절망 끝에 마지막을 선택한 두 남녀가 다른 길을 찾아내기까지의 조용한 몸부림을 차분하게 응시하며 무언의 응원을 보낸다. 영화는 간결한 대사와 절제된 감정 연기로 주인공의 고통과 절망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또, 호젓하고 쓸쓸한 겨울 풍경을 담은 영상은 기대 이상이다. 어두움을 걷어내고 서서히 밝아보는 새벽처럼 아스라히 스며드는 희망 속에 맑게 빛나는 김재욱과 서예지, 두 배우의 호연이 돋보인다. <폭풍전야>(2009) 이후 조창호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다.
2017년 1월 11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