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Snowy Road , 2015

영화 <귀향>, 최근 개봉한 <마지막 위안부>까지 위안부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고 있고 '소녀상'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건립까지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귀향>의 흥행과 울림에 이어 <눈길>은 ‘이나정’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위안부 문제를 풀어낸 영화로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직접적인 묘사와 표현보다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고 지속적인 삶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2015년도에 지상파에서 특집 드라마로 2부작으로 방영되었던 작품이며 이를 재편집하여 영화한 작품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첫 시작은 설원이 펼쳐지고 시선을 사로잡는다. 눈이 뒤덮인 산에 앙상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얼굴과 몸에 상처 입은 가녀린 한 소녀가 위태로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빙판 위를 걷고 있다. 배경음악은 마치 영화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선율처장황하면서도 위태로운 느낌을 준다. 걷고 있는 소녀를 부르다가 잠에서 깨어보니 현실이다. 꿈에서 깬 종분(김영옥 분)의 하루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다시금 과거의 생각에 잠긴다. 부잣집 딸인 영애(김새론 분)와 가난한 집 딸인 종분(소녀 김향기 분)은 서로 다른 환경 속에 접점을 이루지 못한다.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영애와 허름한 옷차림에 단발머리, 해맑은 미소를 가졌으나 영애를 동경하고 자신의 처지에서 오는 씁쓸함에 한숨을 짓는 종분. 하지만 영애의 오빠 영주(서영주 분)를 대할 때는 사람에 빠진 사춘기 소녀의 풋풋함과 설렘이 느껴진다.
과거를 회상하다가 또 노인이 된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에서 영애와 비슷한 느낌의 여고생(조수향 분)을 만난다.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도도하고 벽을 쌓은 모습이 영애와 닮았다. 이렇듯 끊임없이 과거의 회상과 현재를 오가며 대화하고 있으며 삶에 지금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 있다. 수시로 전환되는 현재와 과거가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과거로부터 현재로의 순환에 지속되는 삶의 모습들이 교차하고 있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 소녀들
다시금 과거에서는 소녀들의 삶의 전환점이 그려진다. 어느 날 영주는 자위대로 끌려가고 영애의 아버지는 주재소로 끌려가면서 영애의 삶에 균열이 일어난다. 작은 균열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큰 파장으로 다가온다. 영애는 일본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거라며 떠나버리고 종분은 자신도 일본에 갈 수 있기를 소원하지만 자의에 의해서가 아닌 타의로 끌려간다. 거기서 대면하게 된 영애와 종분.
그 둘은 서로 같은 처지가 되어 만났고 같은 고통에 놓인다. 화면은 그들의 상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수모를 당하는 자극적인 장면들은 영상에 담아내지 않았고 간접적으로 묘사하였다. 감당하기 힘든 삶 속에 놓인 그들의 모습과 절망, 희망의 끈을 놓고 붙잡기를 반복하는 모습, 고통 속에 놓인 서로를 보듬고 소통하는 장면들에 집중하고 있다.

“죽는게.. 무섭니...? 죽지못해 사는게 더 무서워.. 살려면 너나 굽신거리면서 그렇게 살아 !! 내버려두라고!!” 외치는 영애와 그러한 삶 속에서도 삶의 끈과 희망을 붙잡고자 하는 종분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살아 돌아가서 모든 것들을 비밀로 묻은 채 다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던 그들. 영애로 살아갈 수밖에 없던 종분은 이제는 모든 것을 놓아주어야 하는 시점에 온다.

이 작품은 차갑고 위태롭지만 한 걸음을 내딛었던 영애처럼,
끝자락에서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져버리지 않았던 종분처럼 그러한 삶 속에 버텨왔던 그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그저 과거에 머무르고 단절된 것에서 벗어나 현재까지 끊임없이 대화하며 소통하고자 한다. 현재의 삶속에 여전히 과거의 모습이 투영되어진 채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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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
배우들의 열연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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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시나모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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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의 뒤를 이어 일본군 성 노예의 참상을 영화화 한 두 번째 작품이다. 2015년 방영된 공영방송의 2부작 드라마를 골격으로 한 작품답게 자극적인 연출을 모두 소거했는데, 오히려 슬픔은 더욱 깊어졌다. <눈길>의 두 주인공은 부잣집 딸 ‘영애’와 그 집에서 일거리를 받고 품삯을 거두는 ‘종분’이다. 두 소녀의 계급 차이는 1944년 일제강점기를 사는 조선인 소녀라는 공통점 앞에서 거칠게 무너진다. 다만 감독은 극악무도한 일본 제국주의의 성적 폭력을 결코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위안소 생활을 버텨 나가는 두 소녀와 그들과 비슷한 처지에 내몰린 또래들의 서글픈 연대를 조명한다. 영화적 볼거리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세상을 향해 ‘이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충실하다.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의 비극 이후로 7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또 다른 소녀들이 있음을, 영화는 잊지 않는다. 김향기, 김새론의 연기는 이런 연출 취지를 뒷받침하듯 모두 꾸밈없으면서도 깊이 있다. KBS PD인 이나정 감독이 연출하고 앞서 드라마를 함께했던 유보라 작가와 촬영 스탭이 제작에 참여했다.
2017년 2월 20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pgot@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