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케키
Ice Bar , 2006

어릴적,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쉽게 들을수 있었던 아이스 케키!! 네모난 상자를 열때마다 차가운 냉기가 올라오고 그안에서 꺼내주는 아이스케키의 달콤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추운 겨울에는 연탄불 위에 올려진 커다란 양은솥단지에서 한 국자씩 퍼주던 뻔데기의 맛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지금이야 종이컵에 담으면 되지만 당시는 종이도 귀한시절이라 신문지를 돌돌말아 그안에 번데기를 담아주곤 했었다. 국물이흘러 내리는데도 아랑곳하지않고 순식간에 먹어치우던 기억들...

영화 <아이스 케키>는 컴퓨터가 나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고, 흑백 TV조차도 동네 부잣집에나 있었던 시절,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았던 1960년대 말이 배경인 영화이다. 1970년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영화속 장면들이 낮설지 않고 낡은 사진첩속의 흑백사진을 보는듯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영화의 무대는 2012년 해양 엑스포가 열리기도 했던 전남 여수로 어머니(신애라)와 아들 영래(박지빈)를 내세워 그시절을 경험했던 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고 경험하지 못한분들은 밥 한끼도 제대로 먹지못했던 부모님 세대들의 힘겨웠던 삶을 간접 경험하게 해준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여수에서는 돈 자랑을 하지말라는 말이있다. 항구도시라는 지역의 특성과 일제시대부터 형성된 어업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돈이 오고갔고 무엇보다 1960년대 밀수가 성행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고 탓도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속 주인공 영래 엄마도 밀수 화장품 장사를 하는데 남편없이 홀로 키운 영래는 길거리에서 화장품값을 받기위해 싸움질이나 하는 어머니가 부끄럽기만 하다. 아이들로 부터 아비없는 자식이라고 놀림받던 영래는 어느날 술집여자 춘자(김선영)에게 아버지의 이름이 '강성욱' 이라는것과 서울에 살고있다는것을 알게된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위해 아이스케키 장사를 시작한 영래는 장사가 잘되는 자리에서 텃세를 부리는 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스케키를 훔쳐가는 놈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어려운 난관들을 헤쳐나간다.
힘겨운 와중에도 그를 도와주는 이들이 있었으니 공장의 주임 인백(진구)은 사장에게 무시당하는 영래를 위해 빨갱이 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방패막이 되주기도 하고 서울을 다녀오는길에는 영래의 아버지가 사는곳을 찾아 주소를 알려주기도 한다. 멋진신발을 사고싶어 케키장사를 시작한 송수는 모아둔 돈을 서울에 다녀오라며 영래에게 주며 아버지를 찾기위해 고생하는 영래에게 힘을 실어준다.

잊혀져간 기억들을 소환하다
역전에서 텃세를 부리는 승일 패거리들도 무섭지 않았고 배고픔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죽은줄 알았던 아버지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영래 뿐만이 아니다.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왔던 공장 주임 인백도, 부모를 찾을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도 없는 고아 송수도 영래로 인해 원망했던 부모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들의 그리움은 흑백사진 속에서나 봄직한 풍경과 어우러져 그 깊이를 더하게 되는데, 이제는 볼 수 없는 오래된 기차역이라든가 소 달구지, 삼륜자동차 등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소품들이 완벽하게 재현되며 소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고전영화에서나 봄직한 신파극의 형태를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영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무엇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영래가 아버지를 찾을수 있을것인가 보다 난관에 부딪칠때마다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영래의 모습이다. 패거리의 우두머리 승일과의 대결을 벌일때도 그렇고 극장 매표소 직원의 약점을 잡아 매상을 올릴때는 그의 영악함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무리없이 소화해낸 아이들의 연기력도 일품 이지만 영화에 첫 출연한 신애라는 그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전라도 여인으로 분해 억척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요즘 '응답하라 1988'에서 선우(고경표) 엄마로 출연해 극의 활기를 불어넣었던 김선영은 술집여인 춘자로 분해 전라도 사투리로 맛깔나는 욕을 해대며 웃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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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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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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