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2017

강인한(임창정), 정두만(정상훈), 진기주(공형진)는 같은 고아원 출신이다. 형제나 다름없는 이들은 지난한 인생을 한방에 역전시킬 거사를 준비하는데, 바로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는 것.
그래서 러시아 마피아로부터 총기도 구매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겨서 결국 현금을 훔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은 거기까지이고 곧 경찰에 쫓겨 영화 제목인 <로마의 휴일>이라는 나이트클럽으로 숨게 된다.
나이트클럽 안에서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이들은 이 극한의 상황에서 일주일까지만이라는 시간을 설정하고 죽음을 맹세한다. 죽음으로 배수진을 친 이들은 나이트클럽 안에 있던 시민들에게 번호를 매겨서 통제를 시작하고 경찰에게는 자신들의 요구사항, 즉 인생의 마지막 희망사항을 요구한다.

여기까지의 줄거리를 보면 마치 헐리우드의 스릴러 액션이 가미된 듯 긴박하게 돌아가는 절대절명의 하이스트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영화는 철저히 코미디를 테마로 돌아간다. 러시아 마피아로부터 총기를 구매하는 시작부터가 영화가 앞으로 할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달콤한 인생>에서 러시아 마피아 소굴로 들어가 총기를 구매하는 이병헌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로마의 휴일>은 어설프게 시작하여 딱 그만큼이라는 선을 긋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 녀석들의 희망사항들.
배부르게 피자 시켜먹기, 놀이동산 즐기기, 그리고 죽은 가족이 있는 바다에 가기.
무고한 시민을 인질로 잡고 있는 인질범들의 이 황당한 요구를 기꺼이 들어주는 안반장(강신일)은 한편 강인한과과 과거에 얽힌 인연이 있었다. 그 일에 대해서 안반장은 강인한의 이 인질극에 대해서 다소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한다.

한편 영화는 그렇게 진부하면서 상투적인 감정으로 가는 듯하지만 주요 배경이 나이트클럽 안이기에 주요 스토리와 웃음은 바로 여기서 일어난다.
이 유쾌하고 기괴한 쇼가 벌어지는 나이트클럽 – 로마의 휴일은 영화의 큰 웃음을 주는 배경이 되는데 그 웃음 뒤에 이어지는 강인한의 사연은 코미디 영화가 준수해야 할 경계선을 마련해주는 셈이다.
과연 강인한과 두 녀석들은 죽음으로 마감할 것인가, 살아서 나이트클럽을 나갈 것인가…

임창정, 정상훈, 공형진, 세 배우의 이름만으로 각각 단독 코미디 연출이 가능할텐데 세 배우가 뭉친 이 영화는 최대치의 역량을 뽑아낸다. 코미디 영화의 관록이 쌓인 임창정은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한번 한국 영화에서 차지하는 본인의 스펙을 확인하고 공형진은 아직도 살아 있는 그의 입담과 재주를 더욱 화려하게 드러낸다.
코미디 프로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는 정상훈은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본인의 지분을 이제 확실히 확립한 듯 보인다.

특히 이 인질극에서 풀려나려고 인질들이 마치 면접을 보듯이 차례차례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에서는 무언가를 설명하고 보여주어야 하는 강박과 외모에 대한 왜곡된 개념을 엿보게 한다. 그런 웃음 뒤에 도사리고 있는 해학과 조롱은 과연 이들 인질범에 있는 것인지 현세대에 있는 것인지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서 영화는 점차로 인한의 과거로 회귀한다.
나이트클럽 안에서의 한바탕 소동은 비극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역시 코미디의 수준에서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죄를 지었으니 죄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지만 이들이 극한까지 몰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을 버리는 것밖에 없다는 것은 영화가 그렇게 힘없이 끝나지만은 않는 결과를 말해준다.

90년대와 00년대의 한국 코미디가 무식한 조폭이나 온갖 욕설, 인간 비하, 현실의 괴리를 상정하는 분위기였다면 이 영화는 그 틀을 이어받아 지금 2010년대의 웃음 코드를 좀더 확장시켜 버무렸다.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 이라는 코미디에 일가견있는 배우들을 이렇게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한바탕 웃고 지나가면서 아직 남아 있는 그 때의 추억도 다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나간 추억은 유치하면서도 그리운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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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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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클럽을 점거한 강도 삼총사. 몇 자루 총으로 100여명의 인질을 통제하고 대표를 뽑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주방장에겐 삼겹살과 소주를 내 오라며 인간적인 요구를 하고, 나가야 할 사정이 있는 인질들을 위해선 오디션을 열어 탈출의 기회를 주는 등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엉뚱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과정에서 인질들이 선사하는 웃음과 재미의 크기는 상상한 그대로다. 그러나 문제는 스토리. ‘인한’과 형사 반장 사이의 과거가 드러나고, 이를 빌미로 인질범들의 요구는 점차 대범해진다.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감안하더라도 관객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다. 고아원에서 자란 ‘기한’에게 어린 시절 입양된 여동생을 찾아주면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는 영화의 목표의식부터 공감하기 힘들다. 또 팔려갈 위기에 처한 여자, 금수저 인질 구출 모의 등 사회 속 여러 씁쓸함을 반영하지만, 익히 봐온 설정이기에 어떠한 감흥도 전하지 못한다. 인생의 낙오자 강도 삼총사의 아픔도 감정적으로 충분히 와 닿지 않는 편. 임창정의 6년 만의 코미디 복귀작이기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
2017년 8월 25일 금요일 | 글_김수진 기자 (sujin.kim@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