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목소리를 흉내내고 있다
<장산범>
The Mimic , 2017

여름 하면 공포영화라는 공식이 깨진지 오래인 지금, 이젠 계절과 상관없이 다양한 공포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계절과 상관없이 공포영화가 나오는 것과 달리 정작 국내 공포, 스릴러 영화는 어느순간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한때 공포영화 부흥기라는 이름이 있을 만큼 다양한 공포영화가 나왔던 것과는 달리 많이 대조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올해도 다양한 영화가 개봉했지만 다들 큰 반향은 얻지 못한 와중에 개봉한 영화가 바로 장산범입니다.

몇해 전 숨바꼭질로 흥행에 성공했던 허정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염정아 원탑 영화라는 점 때문에 많은 분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여러가지 우여 곡절로 개봉 시기가 미뤄지면서 결국 올해 개봉하게 되었지만 130만명을 동원하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게 된 것 같습니다. 장산범은 국내 민담으로 전해져내려오는 존재로 2013년 네이버 공포웹툰 시리즈 전설의 고향에서 처음 나오면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를 냄으로써 사람을 홀러 잡아먹는 존재로 쉽게 말하면 구미호 같은 전설 속 괴물이라고 할 수 잇을 것 같네요. 영화 장산범에서는 장산이라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바탕으로 전개가 되는데요, 줄거리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염정아)은 무언가에 겁을 먹고 혼자 숲 속에 숨어있는 여자아이(신린아)를 만나게 되고, 실종된 자신의 아들 생각이 나 소녀를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하지만 딸 준희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남편(박혁권)은 그런 여자아이가 집 안에 있는 것을 반대하고 그 와중에 하나 둘씩 사람들이 실종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시어머니(허진)와 남편, 그리고 들려오기 시작한 ‘그것’의 목소리. 사건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 그리고 죄책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산범이라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내어 사람을 홀리는 존재로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 이 소리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영화 전개에 있어 목소리는 그 자체로 매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소리만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영화와는 차별점이 있다고 할 수 있데요, 공포감을 이끌어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소리라면 모든 사건의 원인은 물론 전개가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죄책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 희연이 장산이라는 시골로 내려오게 된 것은 실종된 아들에게 갖는 죄책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장산으로 내려오게 된 것도 치매인 시어머니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돌아와 실종된 아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감에서 기인된 것이며 여자아이를 데리고 온 뒤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고 계속 데리고 있으려고 하는 것 또한 이러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희연의 죄책감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그런 이유로 영화의 결말 및 전개 과정 등을 볼 때 답답하다는 의견을 두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죄책감과 소리, 그리고 극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울 등은 각각의 역할을 충실시 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공포감을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느꼈고, 위에서 언급했지만 소리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공포감 또한 신선하게 다가왔거든요. 같은 해 개봉한 애나벨 2가 깜짝쇼를 통한 공포감을 이끌어 냈던 점을 생각할 때 확실히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영화 중반 다소 매끄럽지 못한 전개로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극 중 여자아이가 집안에 들어옴으로써 생기는 알 수 없는 불안이 다소 끊기게 느껴진다거나 장산범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도 애매합니다. 극 중 무당의 경우 장산범의 정체를 알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쳐도 형사의 역할은 매우 미비해 오히려 극 중 흐름이 끊기게 되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봉해놓은 동굴이 처음 열리게 된 계기나 결말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등에 대해서는 타당성을 부여했지만 처음 장산범의 존재를 바깥으로 끄집어 내게 된 인물에 대한 활용도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강하게 나갔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과거 친구에게 들은 생령에 대한 이야기도 떠오르고 말이죠. 결말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지만 전 개인적으로 극 중 희연의 상태를 볼 때 가능한 결말이라고 생각이 됬고요.
국내 공포, 스릴러 영화 중에는 곡성 이후로 오랫만에 보는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평소 공포,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보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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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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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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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때로는 더 무섭다. 익숙한 내 가족의 목소리를, 실은 전혀 다른 사람이 흉내 내고 있다면? <장산범>은 섬뜩한 상상을 효과적으로 청각화한 ‘소리 미스터리 스릴러’다. 어린 아들을 잃고 5년째 심리적 불안상태인 ‘희연’과 그런 상황을 극복하려는 남편의 구도가 이어지는데, 두 사람의 죄책감과 고통을 자극하는 목소리가 내뿜는 간교함이 상상 이상이다. 심리적 약점을 쥐고 흔드는 익숙하고도 음산한 목소리가 끈질기게 관객을 동요하게 만든다. 소름 끼치는 청각적 공포를 극대화하는 동안 시각 효과도 놓치지 않는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익숙한 장치를 변주하는 솜씨로 불안감을 켜켜이 쌓고, 토속신앙 굿 시퀀스와 동굴 탈출 시퀀스에서 호러 분위기를 제대로 터뜨린다. 조연 배우 허진과 길해연, 특히 이준혁의 존재감은 주연만큼이나 강렬하다. 아역 신린아도 군더더기 없이 영민하게 연기한다. <숨바꼭질>(2013)을 연출한 허정 감독 신작이다.
2017년 8월 10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