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포인트
R-Point , 2004

소개할 영화 <알 포인트>는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공수창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스릴러물인 <텔 미 썸딩>과 전쟁영화 <하얀 전쟁> 그리고 공포물 <링>, <코마>에서 각본을 담당했던 이력을 살려 전쟁과 공포라는 두 개의 매력적인 장르를 한 편의 영화를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전 공수창 감독이 참여했던 <하얀 전쟁>도 월남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알 포인트> 역시도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7년 개봉한 도 공수창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이 작품 역시도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들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살려 소설을 집필하는 경우가 많은데 밤의 대통령과 황제의 꿈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소설가 이원호씨 같은 경우 무역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소설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회사에 근무할 때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무역담당부장을 역임한 이력이 완성도 높은 소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는데 있어서 연출력 못지않게 중요한것이 바로 이 시나리오인데 공수창 감독은 유난히도 군인들의 이야기를 선호하고 있다.
어떤 한 분야를 잡중적으로 탐구하고 밀어붙이는 뚝심이 대단한만큼 공수창 감독이 <알 포인트>를 연출했다는 사실은 그리 생경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감독은 군대의 특징을 훤히 꿰뚫고 있고 또 그것을 이용해 긴장감을 높여 나가는 방법이 대단히 견고하고 치밀하여 굳이 유혈이 낭자하는 잔혹한 장면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관객의 공포심을 극대화시켜 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영화를 만들때 상업성을 고려하여 쓸데없는 말장난이나 코믹한 요소들은 무리하게 끼워넣는 경우가 많은데 공수창 감독은 우직하게 오로지 한 가지 장르를 위한 이야기들을 엮어 나가는 강직함도 겸비하고 있다. 이런 공수창 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음향효과도 공포를 배가시키는데 한 몫 하고 감우성, 손병호, 이선균, 정경호 등 지금은 중견급 연기자로 발돋음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는데 일조 한다.

1971년 7월 베트남 전쟁 말기 한국군 2사단 소속의 수색대원 18명은 베트남 모처에 있는 알 포인트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눈을 다친 한 명의 대원만 생존하고 모두 실종된다.
이상한 것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원들에게 계속해서 구조를 요청하는 무전이 온다는 것이다.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7명의 병사와 선임하사 진창록 중사(손병호), 그리고 소대장 최태인 중위(감 우성)까지 총 9명의 대원이 팀을 이뤄 작전지역에 파견되는데 상륙하자마자 촬영한 사진속에는 의문의 병사 한 명이 더 찍혀있다. 이미 이때부터 대원들은 영혼과의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들이 알 포인트에 파견된 이유는 무전을 한 생존대원들을 구출한다는 것이 명목상 이유였지만 사실 사망했다는 근거를 찾기 위함이었다. 파견되기 전 전중사에게 쥐어준 군번줄은 실종된 대원의 것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하기 위해 상부가 조작하고 파견된 선임하사 전중사는 그것을 어딘가에서 주워 가져오면 되는 것이었다.
이들이 수색할 지점인 알 포인트는 베트남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이 곳에서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종된 대원들은 어디로 사라졌고 만약 이들이 전원 사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파견된 9명의 대원들이 대나무 숲을 수색하면서 부터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거꾸로 쳐 박혀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7일간만 버티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안고 파견된 대원들은 의문의 사고로 하나 둘씩 쓰러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희망이 절규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끌고 간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대나무 숲에서의 전투로 모두가 사망하고 그 혼령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정병장과 함께한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도 해본다.
영화의 말미 눈을 다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병장만 살아남은 상황에서 이상하게도 피투성이가 되어있던 현장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다는 것이 이 같은 추측을 가능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대원들은 한사람씩 사라지고 그들은 또 혼령이 되어 동료들 틈으로 들어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은 행동을 하며 산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전 실종된 대원들중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았던 대원 이었다. 장병장 또한 눈이 보이지 않아 살아남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공포는 사람의 시선을 흐트려놓고 정신은 혼란스럽게 만들어 사물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내게 보여지고 있는것이 비록 사람의 혼령이라도 판단능력을 상실한 사람에게는 그것을 구분할만한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대원들끼리 서로를 의심하고 군번까지 확인하는 상황에 이른다.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료에게서 시체 썩은 냄새가 나고 동료가 소지하고 있는 라이터가 죽은 사람의 것이었다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공수창 감독은 서양의 좀비나 호러물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링>의 사다코 처럼 눈에 보이는 외형으로 공포심을 안겨주기 보다 인간의 유약한 감성을 건드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만들며 죽은 자와 산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극한의 공포심을 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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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봐도 무서운 공포영화
우리나라 공포영화중 최고의 명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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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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