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프레지던트
2017

2017년 11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영화로 보는 느낌은 매우 생소하다. 오래전부터 TV에서 쉽게 보아왔던 얼굴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본다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안타깝기도 하고 역사적 현장과 가장 중요한 역사의 한 줄기에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는 중압감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었다가 탄핵이 되기까지 불과 1년이 시간이 지났다. 계절은 한바퀴 돌아서 다시 겨울이 왔고 세상은 변했다. 대통령도 바뀌었고 여러가지 제도도 바뀌었다. 당시의 사건에 연루된 자들은 차례로 재판을 받고 구속이 되었다. 지금도 구속이 되고 있는 와중이다.
이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행적을 돌아보면서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믿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박정희와 박근혜와 국민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여느 다큐멘터리처럼 PD나 감독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질문도 없고 답변도 없다. 오직 그저 관찰하고 기록할 뿐이다. 오랜 시간동안 해온 작업이기에 영화 속에서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부터 이후 청와대를 나오기까지 함께 한 시간들을 묵묵하게 따라가고 보여줄 뿐이다.
그러다가 한번 다큐멘터리의 객관적 시각을 깨고 카메라를 향해서 영화 속 인물이 말을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탄핵 장면을 보고 그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프고 충격을 받아서 못내 영화 촬영을 못하겠다는 청주의 조육형씨이다.
영화가 시작될 때 조육형씨가 이른 새벽에 깨끗이 몸을 씻고 의관을 갖춘 후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을 보고 정결한 자세로 절을 한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조육형씨는 감사의 마음을 담고 최고의 존중과 헌신을 바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탄핵은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을 것이다. 그의 슬퍼하는 얼굴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고 슬퍼서 진심으로 위로하고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분에게 박정희와 박근혜는 신적인 존재이면서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힘을 준 은인으로 보여진다.

김종효씨 부부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깊은 믿음과 무한한 사랑은 조육형씨와 똑같다. 두 사람의 인터뷰 장면에서 눈빛과 말투는 경건하면서 한치의 의심도 없다. 김종효씨 부부와 조육형씨를 관찰하다 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또하나 발견하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식에 찾아가 행사에 참석하는 김종효씨의 부인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예를 갖추는 것과 조육형씨가 서울역 집회에 나설 때도 의관을 제대로 차려입은 것, 그분들의 믿음을 밖으로 표현함에 있어서 몸가짐과 의복에 정성을 쏟은 모습은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박정희 육영수 박근혜 전 대통령 집안 자체에 대한 절대적인 마음 가짐인 것이다.
믿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깊어진다. 단단해진다. 독재, 부패, 무능 같은 정치적 서술은 용납치 않는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발전해온 근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가 있었기 때문이고 순수한 애국의 정신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탄핵이 된 정국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설 혹은 신화가 될 참이다.

이 영화는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해야 하는 가치 판단의 고발 영화도 아니고 대상을 신화화하는 우상화 영화도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고 보고 나서도 마음은 가볍다. 오히려 박사모라는 단체, 박정희 신화, 5-60대 국민들이 그 시절을 살아온 이후 어떤 개념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박근혜, 박근령, 박지만 남매가 청와대의 계단을 즐겁게 오르는 장면은 그저 귀엽고 화목한 삼나매의 모습이고 행복한 웃음을 나오게 하는 평범한 장면이다. 그러나 그 세 남매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살게 될 것인지 알고 있는 지금은 쉽게 웃음이 나올 수 없다. 배경음악으로 들리는 <즐거운 나의 집>은 그 장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베스트 음악이지만 전혀 반대의 상황으로 나아갈 것임을 아는 국민들에겐 거대한 역설적 음악이다.

영화에서 과거의 행적을 돌아보는 장면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그리고 한창 대통령으로서 현장을 시찰하고 행사에 참석하던 모습을 보면 흑백 영화처럼 영화는 추억 한 바구니를 던져주지만 지금과 비교해보면 그런 장면들 하나하나가 바로 역사가 되어서 신화로 자리매김되었다는 인식도 갖게 된다. 그 이후에 미친 영향, 국민들의 개념을 영화는 그렇게 관찰자 입장에서 제시해주는 것이다.
덤덤하게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의도는 바로 그런 관찰을 더욱 또렷하게 알려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클라이맥스 없이 영화는 그렇게 조용히 끝나는 것도 어찌보면 미덕이다.
지난 1년간의 역사가 한편의 영화였는데 다큐 영화의 자세는 적어도 이렇게 묵묵하게 이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박사모 뿐만 아니라 박사모가 아니더라도 보면 좋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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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와 박사모가 아닌 분들 모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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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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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맛 쇼>(2011), <MB의 추억>(2012)등에서 신랄한 풍자를 보여줬던 김재환 감독, 그가 달라졌다. <미스 프레지던트>에서 등장하는 ‘박사모’는 풍자의 대상보다는 이해의 대상이다. ‘빨갱이를 때려잡자’라는 구호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와 이에 경멸과 혐오를 감추려 하지 않는 촛불 집회, 이렇듯 박정희 세대와 촛불 세대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존재한다,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을 벽이다. <미스 프레지던트>에서 중요한 점은 두 세대의 화해와 공존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 출발은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신화(myth)와 그리움(miss)의 원천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박정희 시대’에 그들은 ‘굶주림’에서 탈출하여 생리적 본능을 충족했고, 전후 경제 성장의 일원이라는 자긍심에 정신적 충만함을 맛보았다. 이런 만족감은 잘못된 것(mis)에도 눈 감게 하는 신앙과도 같은 맹목적 사랑과 충성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그들의 심정을 돌아볼 것을 제안하는 동시에 ‘박사모’의 그악스러움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박사모를 ‘까’ 는지 ‘빠’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까’인지 ‘빠’ 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난 정부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와 달리 박정희 세대와 촛불 세대의 화해와 공존이라는 화두를 김재환 감독이 던졌으니, 이를 받는 건 관객의 몫이다.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