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체국
Autumn Sonata , 2015

보아의 연기는 지난 2014년 개봉한 <메이크 유어 무브>가 첫 감상이었다. 극중 일본인 댄서 아야를 연기한 보아는 탄탄한 댄스 실력에 비해 어색한 연기로 관객들의 아쉬움을 샀다. 때문에 배우의 풍부한 감정이 돋보여야 하는 멜로, 드라마 장르인 <가을 우체국>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걱정 반, 기대가 반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보통의 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는 작품이 되었다.

서른을 앞두고 인생 2막을 펼칠 희망에 부풀어 있던 수련. 그러나 자신의 미래가 인생 2막이 아닌 인생의 끝자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조용히 삶을 정리하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수련과의 결혼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준은 수련의 담담한 선택과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16살이 되던 해, 수련을 만나 그녀에게 푹 빠진 준은 10년 뒤에 결혼해주겠다는 수련의 약속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우체국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수련은 예의바르고 성실한 모습으로 마을 어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수련은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어린 시절, 의지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혼자가 되었지만 누구보다 꿋꿋하게 살아갔던 수련. 그런 그녀가 아직 어린 나이에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10년에 걸쳐서 수련만을 바라봐 온 준은 수련이 삶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밀려나기 시작한다. 수련과 함께 떠날 세계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모으기 위해 줄곧 노력해 온 그는 마침내 수련과 연인이 되지만, 그녀에게 찾아온 불행은 그의 인생 목표이자 유일한 바람조차 앗아간다.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기승전결을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흔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풍부한 감정연기를 선보인 두 주연배우의 활약이 돋보이며 가을을 배경으로 하는 한적한 시골마을의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멜로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대다수의 도시 사람들은 시골의 풍경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물론 영화와 현실의 괴리감은 존재하나, 따뜻한 색채로 담아내는 가을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아주 좋은 작품이다.

발명가였던 아버지의 재주를 물려받아, 언제나 무언가를 만들고 다듬던 수련의 모습은 언제나 담담하고 차분하다. 자신의 마지막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체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사실을 받아들이는 수련을 지켜보고 있자면 마음 한구석이 서글퍼진다. 마지막을 알고, 그래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것.

따듯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일본 로맨스 영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주연배우로서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는 보아의 연기 또한 어색하지 않다. 전작들에 비해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배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몰입이 어렵지 않았다. 독립영화로 데뷔하여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 이학주와의 호흡도 나쁘지 않다. 인생을 살며 느껴지는 고민과 감정들을 담아낸 <가을 우체국>은 서정적인 로맨스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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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로맨스,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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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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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한 핏줄인 ‘임 씨’ 동성촌,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성인이 된 ‘수련’. 어릴 때부터 친척 아닌 사람이 없었고, 그녀를 향해 열렬하게 구애 중인 연하의 남자 ‘준’ 또한 13촌 조카다. 초반, 혈연 관계를 이유로 ‘준’을 밀쳐내는 ‘수련’의 모습에 한편으론 현실에서 정말 위법인지 따져보게 되고, 다른 한편으론 설득력 부족한 ‘금지된 사랑’을 들려주려는 것일까 라는 우려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곧 어린 ‘수련’의 곁을 일찍이 떠난 몽상가이자 발명가였던 아버지와의 추억을 하나씩 들려주며 그녀가 삶의 끝에 서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녀를 차분히 응시하며, ‘수련’이 간직했던 ‘준’에 대한 사랑을 한 꺼풀씩 풀어낸다. 평화로운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스크린을 빼곡히 채운 빈티지한 공간과 소품,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아기자기하고 잔잔한 일본 영화가 연상되기도 한다. 가을을 닮은 감성 드라마로 가수 ‘보아’와 신인 ‘이학주’가 각각 ‘수련’과 ‘준’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2017년 10월 16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