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감독은 1988년, 상계동 철거촌에서 도시 빈민과 함께 먹고 자며 투쟁하는 고 정일우 신부를 만났다. 유창한 한국말로 거리에 나앉은 슬픔에 허덕이는 도시 빈민을 북돋고, 언제 눈물 흘렸냐는 듯 익살스러운 농담을 던지는 서양인 신부는 누구의 눈에도 흥미로웠다. <내 친구 정일우>는 한국으로 귀화해 그런 모습으로 평생을 대한민국 도시 빈민의 투쟁사와 함께해온 서양인, 고 정일우 신부의 일생을 요약한 다큐멘터리다. 그와 함께 종교 생활을 하고, 그의 도움으로 공동거주지를 건립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내레이션으로 입힌 덕에 진실함이 한층 배어 나온다. 가난은 더욱 고통스럽고 부끄럽고 불편한 것이 되어버린 지금, ‘가난뱅이’만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던 고 정일우 신부의 담백한 목소리에서 경외감이 느껴진다. 비단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대한민국 도시 빈민사에 관심 있는 누구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상계동 올림픽>(1988) <송환>(2003) 등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를 다수 제작한 김동원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