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노부부 이야기로 우리나라 독립 다큐멘터리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진모영 감독, 이번에도 특별한 인물을 관찰했다. 60kg에 달하는 잠수복을 입고 오직 산소 공급 줄 한 가닥에 의지해 30M 심해로 들어가는 심해잠수부를 뜻하는 ‘머구리’, ‘박명호’씨가 그 주인공이다. 오래전 가족과 함께 탈북한 그는 어촌 특유의 텃새 속에서도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 자리 잡은 새터민이다. 영화는 다만 그의 성공적인 남한 정착기 대신, 탈북자로서 그동안 견뎌왔을 지난한 시간을 넌지시 바라보는 쪽을 택했다. 저승같은 심해에서 거둬 올린 해산물로 이승의 아내와 두 아들을 건사한 고된 시간이 증명하듯, ‘박명호’씨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살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가 제 몸만 한 문어를 잡고 갖은 해산물을 채취하는 심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수중 촬영은 특히 수준급이다. 오프닝 시퀀스와 몇몇 중요한 시점에서 전시되는 문어 잡는 바닷속 풍경은 입이 떡 벌어지는 황홀함을 선사한다. 의미 있고, 재미도 있는 다큐멘터리의 정석이다.
2017년 10월 27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