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인 1947년, 광복을 경험한 지 오래지 않은 시절 3만 명의 조선인이 캄차카반도로 이주했다. 남과 북의 경계와 분리가 지금 만큼 또렷하지 않던 시절 이주한 그들은 남한사람도 북한사람도 아닌 ‘조선인’으로 불렸다. 6.25 전쟁 발발로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잃어버린 이들, <고향이 어디세요>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그 존재조차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 캄차카반도 이주 조선인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1995년부터 수차례 현지를 찾은 정수웅 감독은 서툴고 투박한 한국말이나마 아직 잊지 않은 채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이주 조선인을 직접 인터뷰한다. 낯설고 추운 땅에서 노동 착취와 차별을 겪으며 견뎌온 아픈 이들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4세대 혼혈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향이 어디냐는 감독의 질문에 눈시울부터 붉히는 그들의 마음을, 젊은 세대가 다 헤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힘없는 나라 사람인 까닭에 겪어야 했던 역사 속 개인의 수난이 안기는 아픔은 무겁게 마음에 남는다.
2017년 11월 2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