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는 오늘도 OOO> ?
ㅡ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대표 여배우, 문소리의 감독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 달린다. 어디 그뿐인가. 여배우는 오늘도 예뻐야 한다. 여배우는 오늘도 웃어야 한다. 여배우는 오늘도 럭셔리해야 한다. 여배우는 오늘도 섹스 심벌(Sex Symbol)로 우뚝 서야 한다. 여배우는 오늘도 연기를 해야 한다. 촬영이 없어도. 카메라가 없어도. 여배우는 오늘도. 여배우는, 오늘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유명 여배우. 엄마로서, 딸로서, 배우로서 살아가는 여성의 애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문소리가 그려낸 스크린 속 삶이다.

1막부터 3막까지… 좌충우돌 ‘여배우’의 삶
<여배우는 오늘도>는 총 3편의 단편이 모여 완성된 영화다.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이 그 내용. 감독, 각본, 주연 모두 문소리가 맡았다. 각기 다른 배경에서 진행되는 이 3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정서가 있다면 그것은 ‘여배우’ 라는 키워드일 것이다.
배우는 대중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대중의 환상을 먹고 사는, 그러므로 대중의 환상 속에서 사는 존재다. 그 때문인지 우리는 종종 잊게 되는 것 같다. 그들 또한 우리처럼 육아에서, 가정에서,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영화는 바로 이러한 점을 파고들어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영화계의 씁쓸한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
문소리는 이 영화에 대해 “여성의 삶과 영화를 만드는 여자 사람으로서의 삶을 끌어안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메릴 스트립. 트로피는 수십 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문소리’ 세 글자를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오아시스>, <바람난 가족> 여러 문제작들에서 열연을 펼쳤던, ‘베니스의 여신’ 문소리를. 그러나 씁쓸해지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베니스의 여신’ 문소리에게 배역이 없다. 대중들은 예쁘고 어린 여배우를 선호하고, ‘나이도 많고 나름대로의 매력만 가진’ 문소리에게 돌아올 배역은 없다. 그나마 도착한 것이라곤 ‘정육점 아줌마’ 역이 고작이다.

문소리에게 배역이 없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베니스의 여신’. 허망한 울림이다.
수모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 제작사 대표의 일행이라는 이유로 술 취한 남자들의 노골적인 ‘얼평’을 감내해야 하는가 하면, 엄마의 임플란트 가격을 깎기 위해 동네 치과를 찾아가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기 전 미용실에 들러 메이크업 받는 것은 필수다.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대출을 받으러 다니고, 사람들은 속도 모른 채 시종일관 “넌 문소리잖아. 돈도 잘 벌잖아”라는 반응이다. 스트레스는 최고조고 해야할 일은 많은데 딸마저 말을 따라주지 않는다. ‘여배우’ 이기에, ‘엄마’ 이기에 참아내야 하는 일들. 여배우는 달린다. 꽉 막힌 가슴을 뚫으러, 세상을 살아보려 달린다.

2막 <여배우는 오늘도>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장면.
문소리는 인적 없는 시골길에 이르러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간다.
‘감독 문소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
사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의 ‘졸업 작품’이다. 문소리가 석사 과정을 이수한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엔 학점 이수, 시험 외에도 ‘2년간 3개의 단편영화를 찍어 국내 영화제에 상영해야만 한다’는 조건이 있다. 문소리는 2년 동안 3개의 단편영화를 찍었고, 대학원 역사상 최초로 단 한 번의 휴학 없이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렇게 <여배우는 오늘도>가 탄생했다.
문소리는 “한국 영화가 나를 덜 사랑하는 듯 해서 이젠 내가 더 사랑하려고 연출을 배운다”고 말한 바 있다. 씁쓸한 발언이다. 지난 1월 4일, <신과 함께>를 기점으로 한국의 천만 영화는 총 16편이 되었다. 이 중 여성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주도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칸의 여왕’인 전도연과, ‘베니스의 여신’인 문소리가 맞는 배역이 없어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지 못하고, 배우 손예진이 투자자로 직접 나서는 현실. 이것이 현재 ‘남성 서사’의 계보를 잇는 한국영화가 처한 현실인 것이다.

넘어져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며, 우리 부디 멈추지 말아요.
그런 의미에서 <여배우는 오늘도>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감독 문소리’가 한국 영화계를 향해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보다 더 다양한 영화들이 출현하기를 바라며. 문소리 감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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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wan2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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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만 하던 문소리가 메가폰을 잡았다. 예상했던 대로, 담백하고 솔직하다. 심지어 잘 웃기고 잘 울린다. 1막은 어느덧 중견이 된, 연기는 잘하지만 대단한 미모와 매력을 갖춘 편은 아닌 어떤 ‘여배우’의 하루를 담는다. 깨알 웃음 넘치는 등산, 술자리 시퀀스와 찰기 가득한 대사에서 문소리의 연출 감각과 시나리오 집필 능력이 돋보인다. 2막은 그런 그가 딸이자, 엄마이자, 며느리로 살아가는 순간을 바라본다. 배우라는 특수 직업과 평범한 여자의 삶 사이의 접점을 포착해 보편적인 감수성에 잘 소구하는 편이다. 3막에서는 오랫동안 영화인으로 살아오며, 때로 날 서기도 하고 한편으론 경솔하기도 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동료 영화인에 대한 애정과 미안함 때문인지 자기설움인지 모를 감정이 뒤섞인 눈물 연기를 선보이는 문소리, 익히 실력은 알고 있었으나 그의 연기가 새삼 울림 있다. ‘여배우’와 ‘여자’의 삶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 관점에 유별나게 치우치지 않고, 어느 정도 자전적 이야기일 수밖에 없음에도 자기 연민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단편 <여배우는 오늘도>(2014) <여배우>(2014) <최고의 감독>(2015)을 연이어 장편 작품으로 만들었다.
2017년 9월 6일 수요일 | 글_박꽃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