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를 켜라
Break Out, 2002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를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에게 소개할 영화 <라이터를 켜라> 에서 허봉구(김승우)가 라이터 하나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열차에 뛰어드는 모습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갈등 요소는 라이터, 오랫동안 300원 이라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서 쉽게 살 수 있고 자주 잃어버리기도 하는 물건이지만 애연가 에게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다. 그것도 정말 담배가 피우고 싶은데 라이터도 없고 주위에 불을 빌릴 사람들도 없다면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장항준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은 하찮게 생각하는 물건이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감춰가며 똑똑한 척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향해 통쾌하게 카운터펀치를 날려준다.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 이나 <신라의 달밤> 같은 코믹 액션영화에서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박정우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유머로 사회를 풍자한다. 김승우와 함께 주연을 맡은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 <주유소 습격 사건> <광복절 특사>까지 박정우 작가와 함께하며 여전히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지금은 명품배우로 우뚝 선 유해진은 세상을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가는 침착남 으로 등장한다.
서른이 다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는 백수 봉구(김승우)는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은 돈 300원으로 라이터를 산다. 버스비도 없이 길가에 서 있을 때 마침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예비군 동기 떠벌남 을 만나 차를 얻어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다. 봉구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전 재산을 털어 산 라이터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그 라이터가 조직의 보스 철곤(차승원)의 손으로 들어가면서 라이터를 찾기 위한 봉구와 이를 무시한 철곤의 싸움이 시작된다.
철곤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박용갑(박영규)의원을 도와주었지만 대가를 받지 못하자 부하들과 함께 박의원을 협박하기 위해 그가 타고 있는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 것이었다. 봉구도 라이터를 찾기 위해 기차에 오르면서 철곤 패거리들과 국외의원 박용갑 일행 그리고 봉구의 치열한 난타전이 시작된다.
철곤이 박용갑을 협박하여 돈을 받아내려는 것과 봉구가 라이터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뒤쫒아 가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지만 이번을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던 철곤과 담배를 피는 순간만이라도 위로받고 행복하고 싶었던 봉구의 마음은 일치한다. 그래서 봉구는 소소한 행복을 빼앗아간 철곤을 향해 목숨을 걸고 덤벼들었고 철곤 또한 거대한 권력에 대항하며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투쟁을 벌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 무고한 시민들로 상징되는 열차 승객들은 이들의 싸움에 숨죽이고 있다 불만이 쌓여가고 결국엔 모두가 한 마음으로 힘을 합쳐 자신의 이득 챙기기에만 급급한 이들에게 단합된 힘을 보여준다. 평소 어눌한 행동때문에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봉구는 위기의 순간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철곤을 제압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고 승객 모두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불만을 쉴새없이 떠들어 대던 떠벌남 강성진과 어리버리한 건달역할의 이문식, <그려려니 하세요> 라는 말만 해대던 침착남 유해진 등 지금은 중견배우로 자리매김한 조연들의 감초연기도 훌륭했고 분위기 있는 역할만 해왔던 김승우의 변신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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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달리는 기차를 배경으로 삼아 코믹한 장면들을 연출하고 멈출 수 없다는 설정은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개성있는 조연들의 명품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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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 강추하는 영화
우리나라의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명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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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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