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노을
Magic hour , 2017

영화 <푸른 노을>의 메가폰을 잡은 감독 박규식은 필모그래피 기록이 없다. 이번 <푸른 영화>가 첫 작품인 것이다. 이 작품은 딱 그런 작품이다. 감독의 첫 작품 냄새가 나는 영화. 짜임새가 아주 풋풋하고 소소하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감독의 첫 작품 그리고 그에 걸맞게 풋풋하고 소소한 냄새가 나는 이 영화가 바로 사람의 가장 오래된 버전인 ‘노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 이야기를 하는 풋풋하고 상큼한 영화. 지금부터 살펴보자.

영화 <푸른 노을>에는 노인 배우들이 연기한 노인들이, 그리고 그 노인들이 풀어내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박인환(극중 남우), 오미희(극중 정은녀), 남경읍(극중 황달주) 등 연기경력 도합 129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세 배우가 등장해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듯 연기를 펼친다.
특히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여러 유형의 ‘아버지’를 맡으며 ‘국민 아버지’라 불리는 박인환 배우의 5년만의 스크린 복귀는 이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편의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 그 여운이 이 작품을 통해서 남았으면 좋겠다"고 영화에 대한 자신의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베테랑 배우라고 해도 연기가 매번 쉬운 건 아니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박인환은 "영화 촬영하면서 추운 날씨에 고생을 많이 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저도 이렇게 떠들고 허풍치고 오버하는 걸 좋아하는 것도 있는데 그러한 태도를 자제하고 억누르면서 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박인환은 "그냥 잔잔하게 물 흐르듯이 하는 게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오늘 처음 보면서 느꼈는데 오히려 더 자제했어도 될 뻔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구태여 배우의 인터뷰를 이용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이 영화는 박인환을 중심으로 오미희, 남경읍이 지원하는 ‘노인형 로드무비’이다. 박인환은 고향에서 아주 오래된 사진관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노인이다.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의 의처증으로 아내를 힘들게 했으며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아내와 사별한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망하는 아들은 그를 더 힘들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3년간 연을 끊고 지내던 아들이 며느리와 찾아와 사진관을 정리하기를 요구한다. 자신에게 목 좋은 빵집 자리가 났으니 사진관을 정리하고 돈을 보태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자식이 원망스러운 박인환은 처음에는 그 요구를 거절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이야기와 같이 결국 아들을 위해 사진관을 정리하고 만다. 그리고 그는 지금껏 주인을 찾지 못해 서랍에서 놀고 있는 ‘주인 없는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남경읍과 오미희를 만난다.
길거리의 유쾌한 사짜 광대 남경읍은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고 싸구려 약을 팔며 하루하를 살아가는 노인이다. 그는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낭만과 유머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남경읍의 소개로 만나게 되는 오미희는 노인이지만 마음만은 소녀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렇게 함께 만난 셋은 다함께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러 길을 떠나게 된다. 상기했듯이 이 영화는 그들의 여정을 그린, ‘노인형 로드무비’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영화의 특성은 무엇인가?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좋은 말로는 풋풋하고 담백하다. 하지만 나쁜 말로 하자면 단조롭기도 하다. 아무 서스펜스가 없는 영화의 줄거리와 현대가 추구하는 미적 아름다움을 선사하지 않는 출연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칫 영화가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살리는 것이 바로 배우들의 명연기이다. 통합 129년의 연기경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탁월하다. 너무 넘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들의 적절한 유머와 감정 연기는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눈물을 자극한다.

소외된 노인과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콘텐츠는 이제 너무 많다.
이 영화가 그 콘텐츠들과 구별되는 점은 두 가지이다. 그것은 노인영화에서는 아주 신선한 플롯인 ‘로드무비’의 형식을 따랐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로지 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눈물 뿐 아니라 웃음까지도 선사한다는 것이다. 무겁고 슬픈 소재로만 다가갔던 노인에 관한 콘텐츠에 가벼운 유머를 섞어 무겁지 않게 만든 영화 <푸른 노을>, 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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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해주고 싶은 사람
우울하지 않은 노인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가볍고 풋풋한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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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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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로드무비에 거친 삶과 뜨거운 사랑이 있다면, 노년의 로드무비에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의 조심스러움과 따뜻함이 있다. 오래된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떠나는 세 노년의 여정을 그린 <푸른 노을>의 분위기가 딱 그렇다. 한 많고 사연 많은 주인공들이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영화는 그동안 차마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들의 사연을 드러내고 서로를 치유하게 만든다. 황혼과 아직 푸른 하늘이 함께하는 오묘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의미하는 제목 <푸른 노을>처럼,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찾아온 우정과 사랑을 담아낸 희망적인 작품이다. <수상한 그녀>(2013)를 비롯, 크고 작은 역할로 스크린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박인환과 함께 재주 넘치는 남경읍, 품위 있는 오미희가 작품 주제와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노인 영화가 많지 않은 시점에서 의미 있게 등장한, 점잖으면서도 따뜻한 세 노년의 로드무비다. 박규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17년 11월 15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