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천국에 가다
A Boy Who Went To Heaven , 2005

어릴적에는 어른이 되면 할일이 그렇게도 많았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서둘러 어른의 흉내를 내다 혼나기도 했고 하지말아야 할 것을 억지스럽게 하다 힘들어 포기했던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중 가장 호기심을 자극했던건 사랑에 관한 궁금증인데, 키스를 할때의 느낌이라던지, 사랑의 감정들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소개할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는 이처럼 순수했던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봤을법한 판타지를 13세 소년 네모(김관우)와 미혼모 부자(염정아)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만 보아도 알수있듯이 소년이 천국와 현실을 넘나드는 판타지 영화로 어느날 어른으로 변해버린 네모가 꿈꿔왔던 환상을 실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88년 개봉한 영화 <빅>에서는 13세 개구쟁이 소년 조쉬가 어느날 30세 어른으로 변해 겪게되는 갖가지 헤프닝을 재미있게 그려내기도 하였고, 2004년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에서는 13살 소녀 제나가 하룻밤사이에 30살 퀸카로 변해 꿈속에서나 할 수 있었던 완벽한 여자의 삶을 누려보게 된다.
두 편의 영화 모두가 13살의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소년, 천국에 가다> 역시도 13살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변화된 나이 역시도 33살로 이전 영화들과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두 편의 헐리우드 영화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지만 윤태용 감독은 드라마적 요소를 따르기보다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판타지영화의 화려함을 선택하여 인간의 사랑과 운명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빠진 소년
시계방을 운영하는 미혼모 엄마(조민수)와 단둘이 살고있는 네모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자신이 항상 어머니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아이이다.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싶냐는 질문에 "미혼모의 남편" 이라는 황당한 답을 해대며 엄마를 당황스럽게 하는데 그 모습조차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된 남편의 정체를 숨기고 있던 엄마는 어느날 면회를 다녀오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는 남편의 소식을 듣고 자신도 세상을 등지고 만다. 엄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네모는 엄마가 운영하던 시계방에 만화가게를 차린 미혼모 부자(염정아)를 보는순간 사랑에 빠지게 된다.

미혼모와 결혼하겠다던 네모의 말은 단지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던진 말이 아니였음을 보여주는데 네모의 행동은 그시절을 먼저 경험했던 많은 사람들의 풋사랑과는 다른 진실함이 담겨져있다. 그저 바라만 보고 동경하는것이 아니라 직접 고백을 하고 사랑을 얻기위한 방법도 적극적이다.
자신과 몇살 차이나지 않는 부자의 아들을 자신이 보살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지않나 부자와 아들 기철과함께 어른들이 데이트를 하듯 영화관람을 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다 극장에서 불이나 피신하던 네모는 기철이 빠져나오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구하러 들어간뒤 기철은 극적으로 구출되었지만 네모는 실종되고 만다.

아름다운 이별
실종된지 20일 후 네모는 33살의 어른이 되어 돌아오는데 이승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60일로 한정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60일 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아도 네모는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미혼모 부자 앞에 어른으로 떳떳히 설 수 있기때문이다. 네모의 아버지로 자신을 속이고 부자의 사랑을 얻어내고 진심이 우러난 네모의 행동으로 인해 술만 취하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던 부자도 서서히 변화되어간다.
이미 이들의 사랑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있는 관객은 지나온 스토리보다도 앞으로 다가올 이별이 두려울 수 밖에 없다. 부자를 위해 자신의 남은 인생을 포기하고 희생한 네모가 모든것을 정리한뒤 부자와 함께 마지막을 순간을 보내는 장면은 슬프기 보다 아름답다.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을 위해 모든것을 바치고, 또 그 사람을 기억하다 눈을 감을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통곡하며 이름을 불러대기 보다 슬픔을 억누르며 미소지을수 있는 부자의 이별방법 또한 가는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13살 소년의 사랑이라는 설정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기에 더 없이 좋은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소년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 순수한 사랑을 보며 왜곡된 사랑에 길들여진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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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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