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박스 다방
Bittersweet Brew , 2016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척 하고 있는 박성두. 정육점을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버는 엄마의 눈을 피해 성두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 향을 맡으며 커피를 느끼는 것이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에 성두는 엄마 몰래 커피숍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자리를 자주 비우는 통에 커피숍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게 되고 급기야 엄마에게 커피숍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들키게 된다.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일과 엄마의 기대감 사이에서 힘든 성두는 훌쩍 이모가 있는 삼척으로 떠난다.
삼척의 허름한 바닷가 마을에서 커피를 파는 건지 술을 파는 건지 모를 동네 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이상아)는 현재 폐암에 걸린 상태. 수술이 불가한 현재 이모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고 성두는 또 한번 좌절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본인이 제일 잘하는 일, 커피를 내리는 재능을 바탕으로 이모의 다방을 전문 커피숍으로 탈바꿈한다. 이름하여 스타박스 다방.
어촌 마을에 본격적인 커피 향이 퍼지고 커피 맛을 아는 지 모르는지 마을 사람들에게 커피를 배달하면서 커피 전도사로 활약하는 성두와 죽음을 앞둔 이모의 모습은 은은한 커피 향처럼 잔잔한 울림을 준다.

저예산 영화가 곧 B급 영화라는 공식은 이젠 바뀌어야 할 듯 하다. 저예산 영화는 다시 말해 좀더 세밀하고 디테일한 영화라고 말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커피라는 소재로 이만큼 미시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재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재능을 보인 영화의 감독이 의외다.
영화 제목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 세편의 무지막지한 제목의 영화들 - <아버지는 개다>, <엄마는 창녀다>, <나는 쓰레기다> - 의 이상우 감독이다.
가족이라는 개념과 가족 구성원의 생물적 관계를 넘어선 생태경제학적 관계를 아무 벽 없이 드러낸 위 3부작은 한국영화사에서 굵직한 무게를 차지하고 있다. 아버지라는 권력, 어머니라는 무한한 사랑의 존재, 자식이라는 존재의 허울을 이상우 감독은 세상의 어떤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듯 묵묵하게 자신의 의도를 펼쳤다.

그런데 이 영화 <스타박스 다방>은 180도 다른 모습으로 마치 기존 영화 분위기와 문법을 완전히 탈피하고 싶은 욕망을 보이듯 말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해맑다. 서울에서 강원도 삼척으로 옮겨지는 시선 또한 훌쩍 떠나는 하루 여행처럼 커피 한 잔 하듯 홀홀 뜨거운 커피를 불며 마시는 경험을 쌓게 한다.

특히 이제는 국민 배우처럼 익숙하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배우 이상아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성두의 커피처럼 편안한 느낌이다. TV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얼굴이지만 영화배우의 포스가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연기와 숨김없는 표정, 오랜 시간 다져온 관록은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축이다.

도회적인 이미지가 삼척이라는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다방 마담 화장인지 캬바레 화장인지 들뜬 화장을 했지만 점차 수수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이다. 강원도 영화가 많지만 그 중에 이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가 김지수의 <우주의 크리스마스>이다. 동해 마을을 배경,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가게를 열면서 죽음을 만나는 과정 또한 <스타박스 다방>이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과 일치하듯 만난다.
하지만 성두의 커피라는 하나의 메타포는 무조건적인 강원도 도시의 어떤 분위기를 상쇄시키는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동네 경찰의 검문 아닌 검문에 법학도로서 정확히 법률을 말하는 장면이나,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장면들은 영화의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삼척이라는 배경과 커피라는 식음 문화를 정확하게 녹여내게 하는 센스 있는 장면들이다.
특히 실제로 동네 주민들을 섭외해서 촬영했는지 노인분들이 스타박스 다방에 찾아오는 장면이나, 강원도 해변에서의 일들은 보는 관객도 마치 그 곳에 잠시 여행을 간 듯 익숙하면서도 여행의 잔재미를 주는 현장감을 준다.

영화에서 성두는 커피를 갈고 내리면서 향을 음미하고 직접 마시면서 행복해한다. 커피라는 매체를 통해서 삶의 행복을 담아내는 법학도 성도의 선택은 억척 엄마의 성원을 배신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를 원망하지도 않는 성도만의 삶의 선택이다.
성두의 엄마 캐릭터와 비슷한 엄마가 바로 박지영의 <범죄의 여왕>에 나온다. <범죄의 여왕>에서 억척 엄마로 나왔다가 탐정 노릇까지 하는 박지영에게 아들 김대현은 매번 신경질적이고 짜증스럽게 대하며 고시 공부에 몰입된 수험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였지만 <스타박스 커피>의 성두는 그와 반대로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행복을 보전해주며 자신의 행복도 스스로 찾아서 정착한다.
그 정착 과정을 위해서 추억이 깃든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도착한 곳에서 죽음을 만나지만 새롭게 추억을 쌓는다. 드문드문 끊어지는 대사와 매끄럽지 않은 주변 인물들의 연기를 보다가 마지막 장면, 마당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성두가 비보를 듣고 오열하는 장면은 그 과정을 지켜보아 온 보상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만큼 완성된 마지막 장면이 준비되어 있고 그 이후로 스타박스 커피 가게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풀샷은 손님들에게 커피를 타주고 성두 본인도 창 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행복함을 바다 향기에 담아 전해준다.
아직 어리게만 보이지만 이젠 성인 연기자가 된 서신애의 모습도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삼척에 가게 되면 이 영화 촬영지를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랜만에 마음 편안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로 파일조 회원들에게 편안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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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는 관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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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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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명문대 출신 청춘이 어느 날 결심한 듯 모든 일상을 접고 강원도 삼척으로 향한다. 이모가 운영하던 오래된 바다 마을 다방을 조그만 카페로 리모델링하고, 꿈꾸던 바리스타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 나간다. <스타박’스 다방>은 부모 세대의 욕망 대신 자기 꿈을 선택하는 담담한 청춘의 이야기다. 카페를 운영하는 동안 이모, 지체장애인 동생, 동네 경찰,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여인과 관계를 맺어 나간다. 영화는 그 과정을 통해 고통 속에서도 자기 삶을 살아내는 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다만 인물과 사연은 전형적인 데가 있고, 인생에 대한 통찰 또한 특별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엄마는 창녀다>(2009) <아버지는 개다>(2010) <나는 쓰레기다>(2016) 등을 연출하며 가족에 대한 거친 표현과 복잡한 문제의식을 드러내 온 이상우 감독의 신작인 만큼, 그가 그간 영화를 만들어오던 태도에 대단한 변화를 주었다는 사실 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거친 마음속 숨어 있던 훈풍 같은 작품이다.
2018년 1월 9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