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연대기
For Vagina´s Sake , 2017

얼마 전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된 적이 있는 키워드 생리컵. 생리와 컵을 연관한 이 생경한 단어에 대해서 남성과 여성 모두 낯선 느낌을 받았다. 생리컵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의 인식은 그렇다. 낯선 물건.
이 영화 <피의 연대기>에서 가르쳐주건대, 생리컵을 발명한 리오나 차머스는 30년에 최초로 그 제품을 발명하였기에 지금 2018년에 생리컵에 대해서 낯설다고 말하기엔 혹여 몰염치하다고도 느껴진다. 대체 생리컵에 대해서 이 뜨끔한 마음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감독이자 본인역의 김보람은 이 느낌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위해서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나아가 할머니, 청소년, 외국인까지 대답을 이끌어낸다. 그들이 말하는 생리에 대한 정서, 그리고 직접 자신의 몸으로 행해지는 생리 현상에 대한 이 뜨거운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영화는 그야말로 피의 연대기를 구축해나간다.
마트나 슈퍼, 약국에 가면 쉽게 보이는 생리대. 생리대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애기 기저귀처럼 비슷한 진열대 공간에 위치해 있다. 즉, 인간의 몸을 위한 생활 편의용품인 것. 하지만 일반적인 생활 용품과는 다르게 생리대의 기능적 특성에서 비슷하지 않은 점이 있다.
생리라는 현상에서 생리대는 그리 유용한 도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생리혈을 처리하기 위해서 생리대는 대부분 패드형으로서만 인식된다. 그러나 김보람의 네덜란드 친구는 오히려 이 패드형 생리대에 대해서 매우 난처한 입장을 갖는다. 친구는 삽입형 생리대만 써왔던 것이다.
단지 이것이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일어난 일일까? 여성의 몸이 그렇게 서양인과 동양인이 차이가 난다는 뜻일까? 이 의문을 확장하여 생리라는 현상에 대한 동서양의 관념과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인식의 역사를 영화는 매우 흥미진진한 만남과 대화로 이어간다. 출연진들의 생생한 느낌과 사용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생리에 대한 인식은 점점 안정화 되어간다.
불안하고 불편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안정화 되어간다는 뜻은, 이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이 정해지는 것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위에서 말한 생리컵이 30년대에 나왔는데 김보람의 외할머니가 30년대생이니 이들의 비교점은 동양과 서양을 너머서 시사하는 바가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포함된다. 30년대의 한국의 상황은 어땠는가. 그 시절의 여성의 삶과 지금 2018년의 여성의 삶은 구분되는가.
생리대라는 도구의 역사 탐구도 다큐 영화의 커다란 성취를 보여준다. 위에서 말한 생리컵 외에도 과거에는 어떤 도구를 이용했는지를 살펴보면서 영화는 교육 교재로서의 활용 가치를 획득한다. 목화를 이용한 생리대, 나무, 이끼 등의 역사적 지식 체계는 하나의 지식 텍스트로서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기에 딱 알맞다.
(혹시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 공식 포스터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길 권한다.)
감독이자 본인역의 김보람도 이것을 염두에 두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 중간에 나오는, 생리를 생리라고 말하는 시점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에 영화적인 카타르시스도 느껴진다.
사회 정치적 영화 다큐는 매우 강력한 이슈와 논의를 시사하지만 이렇게 날 것 그대로 들이대면서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승부하자고 말하는 영화 또한 함께 지지하고 만들어가야 할 소중한 작품이다
<피의 연대기>는 그래서 지금 2018년 더더욱 필요하고 더 많은 공론을 만들어가야 할 지지대 역할을 해야 할 영화로 보인다. 여성을 이야기 하면서 생리에 대해서 알고, 그것에 대해서 올바른 포인트를 짚어갈 때 여성 지위와 평등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위로 돌아가 보람의 네덜란드 친구가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을 써온 것에 대해서 한국 여성들의 패드형 생리대를 주로 사용하는 차이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 명확한 지점을 깨달았다면 영화도 관객도 모두 성공한 셈이다.
그동안의 갇힌 생각, 여성에 대한 편협에 대해서 말이다. 여성이라면 나이를 막론하고 꼭 봐야 할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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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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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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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연대기>는 여자친구나 아내의 ‘본질’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은 남성들에게 특히 유익할 작품이다. 영화는 현대 여성이 생리컵을 사용하게 되기까지 어떤 방식으로 생리 도구가 변화해 왔는지를 돌아보고, 김보람 감독의 할머니와 이모 세대의 입을 통해 그들 시절의 생리는 어떤 의미였는지 회상한다. 여성들조차 때로는 불편하고 성가시다고 느껴온 생리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사연을 툭 터놓고 풀어내며 ‘여성 일생의 고민’을 능숙히 다뤄낸다. 생리에 얽힌 개인적 경험을 사회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볼 만한 사회복지 차원으로 확장하는 후반부는 작품의 보폭을 조금 더 넓히는 모양새다. 국내 정치인은 물론 미국 위스콘신주까지 다뤄낸 취재력이 돋보인다. 애니메이션과 모션캡쳐, 다채로운 음악 등 즐길 거리 면에서도 아쉽지 않은 축에 속한다. 남성 입장에서는 소재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만 과감히 물리친다면,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혹은 앞으로 그런 사이가 되고 싶은) 여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훨씬 높여줄 작품일 듯싶다.
2018년 1월 15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