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Gate , 2017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현금수송차량을 턴 세 얼간이 –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은 탈취한 돈을 들고 로마의 휴일이라는 클럽에 숨어든다. 나이트클럽에서 손님들을 인질로 잡고 벌이는 이들의 사연은 코믹과 신파를 넘나들며 클럽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코믹 캐릭터들을 강하게 배치하고 갇힌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질들과의 신경전과 그 속에서 제조되는 유머코드들은 어쩐지 삐거덕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보다 피식 웃을 수 있는 오락영화로서 2017년 여름을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2018년 2월, 보다 진화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도둑들이 모여서 코믹에 시사를 버무려서 돌아왔다. 공형진이 빠지고 임창정과 정상훈이 다시 합을 맞췄는데 코믹 연기하면 빠질 수 없는 이문식까지 더해서 업그레이드 된 코믹 영화, 바로 <게이트>이다.
노랑 트레이닝복을 입은 바보 규철이(임창정)은 원래 검사였다. 뺑소니 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고 바보가 되어버린 것. 사고 후 1년이 지나서 규철이 주변에는 돈 때문에 삶이 힘든 사람들만 있다. 규철이가 간신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는 옆집 여자는 또한 회사에서 잘리고, 함께 사는 동생은 사채를 빌려 써서 궁지에 몰린 상태이다. 사채업자는 동생 사채를 빨리 갚으라고 행패를 부린다.
여자의 아버지는 갓 출소를 했는데 도둑질을 하다가 감방에 가게 된 것. 이런 어려운 가족들이 모여서 한탕을 도모한다. 바로 사채업자의 사무실을 털기로 한 것. 해커 한 명까지 포함해서 이들은 사무실을 털다가 들키고 만다. 위기의 찰나, 사채업자는 본인이 모시는 회장의 별장에 있는 돈을 가져오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결국 이 도둑 가족들은 사채 회장의 별장을 털기 위해 작전을 짜고 출격에 나선다. 과연 이들 앞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포가 될 수 있겠지만 영화의 앞과 뒤는 임창정에서 시작해서 임장정으로 끝난다. 검사였던 임창정이 바보가 되고 다시 검사가 되어 사건이 해결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그 앞과 뒤를 잘라내고 본편만으로 꾸려도 영화는 충분히 완성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난 국정농단 사건을 희화하면서 시사 코믹으로 포커스를 맞춘다. 닮은 꼴 배우들의 열연과 대사들은 고스란히 뉴스와 연결되어 과장된 설정 속에서 웃음을 만든다. 실제 뉴스에서 보아왔던 사건들이 웃음거리로 바뀌는 과정은 그리 편하지 않다.
예를 들어 번개탄으로 죽는다던가, 금고가 있는 별장에 있는 의상실, 그리고 비선실세라는 존재의 닮은 꼴등은 웃다가도 심각해지고 건조하다가도 툭툭 던지는 대사들로 현실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매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는 이어지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지듯 코믹을 지향한다. 이 중구난방의 소동 속에서 단연 정려원의 모습은 발군이다. 정려원이 없었다면 아마도 <로마의 휴일> 후속작처럼 남성 캐릭터들의 텁텁한 영화가 되었을 텐데 의외의 센스와 느닷없는 표정들로 영화를 더 풍성하게 해준다.
게다가 이경영과 이문식은 임창정과 정상훈에 더한 맛깔 난 웃음 연기를 펼쳐 보인다. 현장에서 이름 부르면 안 된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도 이름을 부르는 이경영의 대사들은 애드리브도 아닌 것 같으면서 픽픽 웃게 만드는 순간을 만든다.
도둑질을 주제로 한 많은 영화들 중에서 이 영화가 지향하는 코믹 코드는 하나의 장르로 굳어질 수도 있겠다. 케이퍼 무비가 도둑 준비과정에서의 스릴과 진지함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도둑질 서스펜스를 완성한다면 이렇게 코믹 케이퍼 영화는 그 과정도 웃기지만 결국 어떻게 망가지고 발각될 것인지를 기대하는 최대치의 관객 호응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채회장의 별장에서 보이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웃음이 아니라 이렇게 차려놨으니 웃던지 말든지 하라고 방관하는 듯도 보인다.
외모 비하와 나가도 너무 나간 설정에서 오는 괴리감은 코믹 영화가 짊어져야 할 숙제이기도 하지만 그런 것도 과감하게 웃으며 한바탕 소동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영화 관람법이다. 웃고 나서 남는 게 없을지언정 그 웃는 순간만큼은 그 자체로 남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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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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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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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퍼 무비에 기대할만한 긴박감도, 비선 실세를 빗댄 이야기에 기대할만한 풍자도 부족하다. <게이트>는 인생 역전을 위해 모인 이들이 금고를 터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관객이 두뇌를 쓰게 만드는 지점은 거의 없다.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 재래식 금고털이법이 최첨단 IT 기술을 이용한 신식 방법으로 변화했다는 건 흥미롭지만, 그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은 대단히 단순하다. 생활고, 병원비 마련, 부성애 등의 이유로 범죄에 합류한 이들의 사연이 은유 없이 드러나는 바람에 세련된 맛도 다소 떨어진다. 무엇보다 청와대 비선 실세로 추정되는 자의 어마어마한 금고를 터는데도 카타르시스가 거의 없는 건, 큰 문제다. 비선실세라는 자가 무슨 악행을 저질렀는지 전혀 묘사하지 않기 때문일 텐데, 아무리 시대적 화젯거리에 기댄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속 시원한 풍자를 염두에 뒀다면 작품만의 이야기는 확보 했어야 한다. 정상훈은 고영태를 연상케 하는 ‘고민욱’이라는 이름의 사채업자를 연기하고, 그와 묘한 관계에 놓인 ‘누나’는 최순실 떠올리게 하는 외모로 등장한다. <치외법권>(2015) <대결>(2016)을 연출한 신재호(신동엽) 감독의 신작이다.
2018년 3월 2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