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색
Colors of Wind , 2017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고, <클래식>을 통해 눈물짓게 했던 감독 곽재용이 돌아왔다. 오늘 소개 할 영화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로맨스 영화의 거장 곽재용 감독의 신작 <바람의 색>이다.
영화 <바람의 색>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판타지 로맨스일 것이다. 1989년 <비 오는 날 수채화>로 데뷔한 곽재용 감독은 로맨스 영화에 특화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차태현과 전지현의 재미나고 신나는 그리고 애달픈 로맨스는 여러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또한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이 출연한 영화 <클래식>에서는 시간을 오가며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사랑을 수채화처럼 촉촉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그가 들고 온 신작 영화 <바람의 색>은 운명의 엇갈림 속에 놓여진 연인이라는 설정을 통해 판타지 로맨스의 색을 더욱 진하게 입힌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영화의 스토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서정적으로 그려진 영상미와 영화 전반에 잔잔하게 깔리는 아름다운 선율의 OST이다. 이들까지 더해지면서 곽재용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그를 로맨스 장르에 대한 거장으로 불리기에 손색없다는 평을 받게 되었다.
영화 <바람의 색>은 곽재용 감독이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영화인만큼, 곽재용 감독 특유의 탄탄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2002년 곽재용 감독이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홋카이도에 방문했을 때 영화를 처음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홋카이도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분위기에 반한 그는 판타지를 로맨스에 접목시키기로 생각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도플갱어란 주로 서스펜스 장르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곽재용 감독은 도플갱어를 사랑과 연결 시켜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한다.
과거 로맨스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도플갱어라는 신선한 소재에 더불어 홋카이도의 배경은 영화를 더욱 신비롭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아름답게 펼쳐진 새하얀 설원과 유빙이 매력적인 장소인 홋카이도는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와 아주 잘 어울리는 장소일 것이다. 여기에 곽재용 감독이 가진 특유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할 것이다.
영화에는 4명의 등장인물이 나타난다. 천재 마술사인 류, 그의 연인 아야. 천재 마술사인 류는 세계 최초로 탈출 마술을 공연하던 중 예기치 않은 사고를 겪게 되고, 결국 탈출하지 못해 연인인 아야와 이별하게 된다. 한편 연인인 유리와 헤어진 후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던 료는 뉴스를 통해 자신과 꼭 닮은 마술사 류의 실종 소식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치 운명이 그를 부르듯이 료는 홋카이도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과 헤어진 유리와 꼭 닮은 여인 아야를 만나게 된다.
영화 <바람의 색>에서 류와 료, 아야와 유리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후루카와 유우키와 후지이 타케미이다. 사라진 천재 마술사 류와 헤어진 연인과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료의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후루카와 유우키는 애틋한 표정 연기로 국내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일본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 Love in TOKYO>에서 천재 미소년 역을 맡았던 그는 국내에서 팬층이 두꺼울 정도로 한국, 중국, 대만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도 다양한 작품에 캐스팅되어 여러 역할을 경험하면서 연기자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그에게 곽재용 감독의 영화 속 캐릭터는 다양한 경험을 얻게 해주었다고 한다.
후루카와 유우키의 상대역이자 아야와 유리 역을 맡으며 1인 2역을 소화한 여배우는 바로 후지이 타케미이다. 약 10,000: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 배우인 그녀는 외적으로는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 현장에서는 뛰어난 집중력을 가진 배우라고 한다. 유난히 감정신이 많았던 영화이니만큼 현장에 집중해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고 한다. 후지이 타케미는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뿐 아니라 주변 스태프들까지 살뜰하게 챙기면서 곽재용 감독을 감동시켰다는 후문이다.
신비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그려내고 싶었다는 곽재용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간에는 볼 수 없었던 색으로 그려냈다고 할 수 있다. 믿고 보는 곽재용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꼭 한번 감상하길 바란다.
 |
|
 |
곽재용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판타지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
|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미스터리하고 아스라한 <바람의 색>은 색다름과 올드함이 공존한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마술같이 펼쳐지는 로맨스는 곽재용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본색도 한국색도 아닌 곽재용 멜로 세계의 완성이다. 사실주의에 입각한 치장 없는 현실 로맨스와 판타지 같은 비현실 로맨스 사이에서 순수한 사랑을 환상적으로 묘사한 그의 장기가 두드러진다. 홋카이도의 유빙을 머금은 풍광과 음악으로 무장한 <바람의 색>은 심쿵하게 할만한 로맨틱한 요소가 넘실댄다. 특히, 몇몇 장면은 두고두고 떠올릴 정도로 잔상이 크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다소 무리한 시퀀스가 보이고, 현실과 판타지 경계에 선 애매한 포지션은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란 2시간의 마술, 순간 관객의 감성을 얼마나 두드릴지가 관건이다. 마술과 도플갱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감성으로 정성껏 포장한 곽재용 감독의 선물을 선입견 없이 받아 보는 건 어떨지. 후루카와 유우키가 ‘류’와 ‘료’로 전체적인 서사를 이끌며 신인 후지이 타케미와 애틋한 사랑을 전한다.
2018년 4월 2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