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Duck Town , 2017

희정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벗어나고자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간다. 수성못 오리배 매표 아르바이트를 하며 편입시험을 준비하는 희정은 또래에 비해 늦었다는 압박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지만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어떻게든 살아간다.

희정은 편입시험이나 아르바이트뿐만이 아니라 운동, 식사 등 생활 전반을 성실하게 꾸리는 야무진 젊은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가 노력하는 것만큼의 대가를 주지 않는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 주변에서의 압박과 재촉에 희정은 하루하루 지쳐간다. 그러던 와중에 희정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수성못에서 벌어진 자살 소동이다. 이 일을 계기로 희정의 치열하지만 평범했던 일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매일같이 아르바이트에 편입시험을 위한 공부, 운동 등 빠듯하게 살아가는 희정은 근무 도중 피곤함에 지쳐 잠든다. 이를 기회로 삼은 한 노인이 수성못에서 관리하는 오리배를 탈취하고, 자살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희정은 자신이 노인에게 안전장비인 구명조끼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한다. 자신에게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희정은 행여 누군가가 자신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희정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구명조끼 하나를 수성못에 유기한다. 그러나 그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영목이다. 그는 희정에게 자신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희정에게 그 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도와달라고 한다. 영목의 목표는 인터뷰를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영목의 행동은 그의 말과는 달리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희정이 삶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영목은 죽음을 바라는 사람이다. 그는 자살 카페를 운영하며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두 사람이 만나는 인터뷰어들은 각자 모종의 이유로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삶에 무관심하거나 무기력하지는 않다. 그들 중에는 아직도 멋진 삶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살을 희망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다.

현실은 냉정하고 때로는 잔인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웃고 울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노력에 합당한 결과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타협하는 순간이 온다. 어린 시절의 장래희망이나 동경하는 삶을 반드시 움켜쥘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이.

수성못의 오리배는 단순히 자살의 도구로 비춰지지 않는다. 수면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정해진 운전 방법이 있고, 남들보다 빨리 나가는 요령도 있지만 그런 걸 안다고 해서 뒤집히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삶은 거대한 호수이며, 우리들 개인은 그 위를 위태롭게 떠가는 오리배다. <수성못> 정처 없이 흔들리는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다.
 |
|
 |
드라마,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대구 수성못 유원지에서 아르바이트하랴, 편입 시험 준비하랴 현실이 팍팍한 ‘희정’(이세영). 그녀는 왜 그토록 자신의 고향인 대구를 탈출하고 싶어 하는 걸까. 20대를 거친 혹은 20대를 통과 중인 이들에게 <수성못>은 질문을 던진다. 진정 어디로 가고 싶은지, 하고 싶은 일이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불안한 미래를 향해 의구심 가득한 길을 걸었든 명확한 목표를 향해 돌진했든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음 직한 질문이다. 영화는 두 부류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대비를 통해 삶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바로 죽을 힘을 다해 치열하게 사는 ‘현실 독종’과 반대로 죽을 힘을 다해 삶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현실 탈출자’들이다. 하지만, 무거운 소재를 가벼운 톤으로 다뤄 블랙코미디를 완성했으나 블랙도 코미디도 애매하다. ‘자살’과 ‘살자’의 관계가 단지 글자 순서만 바뀐 게 아니듯 삶과 죽음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닐 터. 정반대의 인물이 전하는 아이러니가 공허한 울림에 머물 여지가 크다.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지원작으로 그간 단편과 독립영화에서 활동해 온 유지영 감독의 첫 장편이다. 아역 출신 배우 이세영이 현실 독종 ‘희정’으로 극을 이끈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여성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2018년 4월 16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