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러
LOVE+SLING , 2017

영화 <레슬러>는 김대웅 감독의 작품으로, 메이저 영화로는 사실상 데뷔작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한 영화이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것에 영화 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영화 외적인 부분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의 개봉시기이다. 이 영화는 2018년 05월 09일 개봉했는데, 같은 시기에 마블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그리고 마동석 주연의 <챔피언>이 개봉했다. 안타깝지만 한국 영화인 <레슬러>와 <챔피언>은 모두 마블의 어벤져스에게 참패했다. 이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가진 강점과 마블이라는 티켓파워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영화 <레슬링>은 전국 70만 관객을 동원하는 성적에 그쳤다. 위에서 이는 어벤져스와 함께 개봉한 불운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지만, 사실 <레슬링>이 그저 그런 경쟁력 없는 영화들과 함께 개봉했다고 하더라도 흥행에 성공했을 지에는 의문이 든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레슬링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포털 사이트에 영화를 검색하면 제목 옆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레슬링 영어 제목과 같이 이 영화는 레슬링을 주로 다룬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레슬링을 소재로 가족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귀보와 레슬링 국가대표를 꿈꾸며 달려가는 아들 성웅, 그리고 이웃집에 사는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이다.

귀보는 레슬링 국가대표를 은퇴하고 동네에서 레슬링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내가 일찍 죽고 성웅과 단 둘이 살고 있는 그는 오로지 성웅을 위해 산다. 그의 하나 남은 마지막 꿈은 성웅이 레슬링 국가대표 자격을 갖는 것이다. 그는 성웅을 위해 개처럼 벌고 정승처럼 쓴다. 하지만 정작 성웅의 마음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영은 성웅의 소꿉친구로, 성웅네 가족과는 바로 이웃에 살고 있다. 성웅의 아버지 귀보와 가영의 아버지 성수 역시 친구이며, 두 가족은 하나의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가영이 성웅에게 폭탄 고백을 저지른 어느 날, 이 가족의 일상은 완전히 뒤틀리기 시작한다.

폭탄 고백이란, 가영이 사랑고백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그것은 다름 아닌 성웅을 향한 사랑 고백이 아니라, 성웅의 아버지인 귀보를 향한 사랑 고백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딸처럼 보살피고 아껴준 귀보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확실한 가영은 성웅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그때부터 셋의 관계는 완전히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 귀보와 성웅의 이야기도 계속 진행된다. 귀보는 레슬링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성웅의 마음에도 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귀보는 일평생 성웅을 위해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성웅 역시 일평생 아버지를 위해 살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레슬링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둔 날 갑자기 벌어진 황당한 상황, 귀보와 성웅은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더불어 가영은,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필자는, 영화의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리 유머 코드라고는 하나, 굳이 소꿉친구의 아버지를 좋아하는 성인 여성의 캐릭터가 필요했을지 의문이 든다. 혹자는 중년 남성 감독의 판타지라며 가혹하게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영화의 진행과 귀보의 태도를 보았을 때 그렇게까지 확대해석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상황 설정인 데다가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으니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속 인물들과 호흡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이 영화의 강점은 오로지 배우에 있는 것 같다. 2016년 영화 <럭키>로 69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데 이어 <공조> 생계형 남한형사 강진태, <택시운전사> 광주의 택시 기사 황태술, <1987> 양심적 교도관 한병용까지 이제는 명품조연이 아닌 명품주연배우로 거듭난 유해진배우가 이 영화의 히든카드다. 연출을 맡은 김대웅 감독은 “유해진 배우가 가진 편안함과 유머러스함은 귀보라는 캐릭터 그 자체였다”고 전했는데, 맞는 말이다. 유해진은 영화에서 한 번도 유해진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영화 속 캐릭터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이 영화에서 역시, 믿고 볼 카드는 유해진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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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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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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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조연으로 맹활약하던 유해진에게 <럭키>(2015)는 주연 배우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혹한 킬러였으나 기억 상실 후 반전 매력 선보였던 ‘형욱’으로 <럭키>를 멋지게 성공으로 이끌었던 그가 싱글대디이자 아들 바보 강귀보로 돌아왔다. 전직 레슬링 국가대표였으나 현직 레슬링 꿈나무 아들에게 내리사랑 퍼주는 ‘귀보’씨. 그역시 나문희 여사의 금쪽같은 아들이기에 잔소리 폭격 동반한 내리사랑을 듬뿍 받는 중이다. 유쾌하게 가족 이야기 들려주는 <레슬러>는 세대 간의 연기합이 무엇보다 조화롭다. 신인 김민재와 이선경은 파릇파릇하고, 좀 더 연식된 황우슬혜는 능청스럽고 코믹하기 그지없다. 가족 드라마에 필수인 짠함과 뭉큼함은 연륜 깊은 나문희와 베테랑 유해진의 몫이다. 부모님의 잔소리에 짜증 내고 돌아서는 순간 이미 후회한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큼 부모와 자식 간의 애증 관계를 잘 포착했다. 실제 어머니의 모습을 많이 투영했다는 김대웅 감독의 데뷔작이다.
2018년 5월 9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