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의 카메라
La camera de Claire , Claires Camera , 2016

만희는 칸 영화제 출장 중에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일자리에서 쫓겨난다. 클레어라는 여자는 선생인데 거기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다닌다. 그러다 만희를 만나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게 된다. 클레어는 마치 여러 가능성의 만희를 미리 혹은 돌아가서 볼 수 있는 사람인 듯 하고, 그건 칸 해변의 신비한 굴을 통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상수 감독이 또 영화를 냈다.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도 없이 자주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이번 영화는 <클레어의 카메라>다. 게다가 이번 영화는 영화제에 갔다가, 9일 만에 찍어낸 작품이다. 이제는 영화보다 개인적인 스캔들로 대중에게 더 유명해진 홍상수 감독, 아니 어느 것이 우선인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하여간, 대중에게 한층 더 가까워진 홍상수 감독은 이번에도 김민희와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엘르>, <다가오는 것들>, <아무르>에 출연한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함께 했다.

이번 영화는 특이한 구석이 많다. 칸 영화제 기간에 9일 만에 촬영되었다는 점, 배우들 역시 그 자리에서 캐스팅 되었다는 점, 정진영 배우와 장미희 배우의 출연, 그리고 홍상수 영화인데 홍상수 영화답지 않다는 점.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제가 가진 색깔이 너무 강해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편이다. 감독이 강조하는 일상성 을 뒤죽박죽 섞인 모습으로 나타내고,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는 과감함이 보는 이로 불쾌함을 자아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지질함과 어색함은 실제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어딘가 다르다. 특유의 지질함이나 일상성에도 큰 무게를 둔 것 같지 않고, 장면, 장면을 담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 주인공 클레어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쳐다보는 것이다’ 러닝타임 69분의 짧은 이 영화를 찍고 난 다음의 감독과 찍고 난 후의 감독은 무엇이 바뀌었을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우리들은 무엇이 바뀌었을까? 느린 호흡으로 차분하게 흘러가는 이 영화는 짧지만 길다.

만희는 양혜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프로듀싱 일을 하는 양혜의 회사는 영화감독 완수와 함께 일하기 위해 칸에 왔다. 칸에서는 영화제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렇게 함께 칸에서 영화제를 준비하는 와중에, 양혜는 만희에게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떠나줄 것을 부탁한다. 부탁이라 하지만 상하관계인 그들에게 부탁은 곧 명령이다. 그것도 한국에 들어가서가 아니라 출장 나온 칸에서 바로 일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양혜. 만희는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칸에서 실직자 신세가 된다. 양혜가 만희에게 알려준 단 하나의 사실은 양혜가 만희의 부정직함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왜 부정직하다고 느꼈는지, 어떤 사건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하나도 알려주지 않은 채 말이다.

완수와 양혜는 연인사이이다. 일을 함께 하면서 사랑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완수가 어느 날 만희와 술김에, 부정직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양혜는 만희를 해고했고, 만희는 영문도 모른 채 회사에서 해고당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부정직한 일이 있었는지, 그것이 누구의 탓인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완수는 이 모든 것이 술 때문이라고 말할 뿐이다.
클레어는 프랑스의 선생님이다.

직업은 선생님이지만 칸에 영화제에 참석하러 왔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클레어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쩌면 이 영화의 절대적인 존재일지도. 그런 클레어가 들고 다니는 사진기에는 특별한 철학이 담겨 있다. 클레어는 어떤 사물의 사진을 찍으면, 찍고 난 후와 전은 완전히 그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클레어는 영화의 종반부 어떤 말을 덧붙인다. 그 말은 다음과 같다.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쳐다보는 것 이다 클레어는 절대적인 존재이면서도 모든 것을 바꿀 방법을 암시하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클레어는 모든 관계의 중심에 있다. 만희와 양혜와 완수는 영화 내내 한 장소에 모이지 않으며 한 장면에 담기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클레어의 사진기로 찍은 사진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클레어의 입을 통해 서로의 마음과 소식을 확인한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사실 확인의 매개인지, 갈수록 모든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갈등의 매개인지는 보는 사람의 시선에 달렸다.

영화의 내용이 마치 홍상수 감독의 개인적인 스캔들과 닮아 있다. 홍상수 감독의 개인적인 스캔들이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필자는, 보는 내내 이 영화가 홍상수 감독의 공들인 변명처럼 느껴져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상수 감독 특유의 뒤틀린 일상성과 배우 김민희, 이자벨 위페르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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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
카메라에 담긴 철학이 궁금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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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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