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펜션
The Pension , 2017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옴니버스 영화의 2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는 끊어서 보기 좋다는 것. 길게 늘어지는 영화들이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는 동안 가만히 관람하며 앉아 있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은 노동이다. 둘째는 한편을 봤는데 여러 편을 본 것 같은 포만감. 각각의 옴니버스들이 응축해낸 주제를 다시 생각하면 뿌듯한 느낌이 든다.
이 영화 <더 펜션>은 위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킨다. 제목에 있듯 펜션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은 총 4편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펼치게 하고 펜션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확장해도 좋을 무한한 공상을 하게 한다.

게다가 스토리는 의외로 탄탄하게 제조되어 있기에 배우들의 연기력과 함께 퀄리티가 꽤나 높다. 다운로드 받아 보는 영화로서 숨겨진 수작을 만난 반가움이 있기에 더운 여름날 휴가지에서 공포물이나 스릴러물보다 의외로 시원한 영화 관람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이야기. 펜션에 찾아온 부부. 뺑소니 사고로 어린 딸을 잃었는데 그들은 뺑소니범을 쫓아 온 것. 그런데 뺑소니범은 또한 아내와 아들과 함께 펜션에 투숙한 상태인데 이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온 부부는 딜레마에 빠진다.

가족까지 죽일 것인가. 또는 가족이 있는 범인을 죽일 것인가. 피해자가 준비한 복수극에서 피해자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에 부딪치게 된 상황.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심도 있는 고찰을 견지하는 이 첫 번째 이야기는 펜션이라는 공간이 자아내는 이방인들의 임시 거취 공간이 긴장과 망설임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유려하게 보여준다.
두 번째 이야기. 펜션은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도심 속의 호텔이나 모텔처럼 불륜의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는 기능을 한다. 게다가 펜션은 자연과 함께이기에 숲이라는 인근 공간은 펜션의 공간을 은밀하게 확장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 부분을 잘 캐치한 두 번째 이야기는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는 부부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있는 부분이 부족하지만 불륜에 대한 시각을 다른 각도로 보게 하는 구성을 지닌다.

세 번째 이야기. 펜션의 주인은 조재윤이다. 혼자 산속 펜션을 운영하는 남자. 조재윤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코믹 캐릭터를 생각하면 이질감이 있지만 연기자로서 충실하게 변신한 모습에 그런 코믹 캐릭터는 바로 떨어져나간다. 펜션을 운영하면서 여러 손님들을 맞이하고 보아왔을 테니 그의 삶처럼 순탄치만은 않은 인생일 거라는 생각이 우선 든다.
그리고 방을 달라고 우기는 여자를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는 4편의 이야기들 중에서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자 무게를 잘 잡아주는 에피소드이다. 조재윤의 연기가 무르익어서 조만간 단독 주연 영화 정도는 나와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네번째 이야기. 개인적으로 이 네번째 이야기에서 의외의 스릴러 느낌을 받았는데 등장인물들의 면면에서 누가 누구를 속이는지, 혹은 누가 누구와 한 패가 아닌지를 알아내려고 애쓰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큰 반전없이 일직선으로 놓여진다. 펜션에서 청혼을 한 커플. 그 뒤로 또 한 커플이 투숙하는데 이들은 불륜관계에 있다.

그런데 청혼 커플이 다이아몬드 반지가 없어졌다며 소동을 벌이는데 불륜커플은 사건을 무마하려고 애쓴다. 결말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심하게 하는데 사실 결말은 정해진 대로 가게 되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어떻게 밝혀지는지가 문제일 뿐.
4명의 감독이 각자의 개성으로 만든 이 영화는 한 번에 보지 말고 네 편을 끊어서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 만약 펜션으로 여름휴가를 떠나게 된다면 이 영화 속 에피소드들을 떠올려보며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을지도. 영화 속의 계절적인 배경이 여름이 아니라서 더욱 시원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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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영화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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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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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펜션>은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4편의 이야기를 연이어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신경쇠약 직전의 아내’는 자녀에 관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떠안은 부부가 극단적인 사고를 저지르기 직전의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묘사하는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숲으로 간 여자’는 사이가 소원해진 내외와 홀로 온 여행객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온한 로맨스를, ‘산속에 혼자 사는 남자’는 급박한 상황에 내몰린 여인과 펜션 남주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성 드라마를 선보인다. ‘미래에서 온 여자’는 낯선 관계의 조합으로 웃음과 반전을 노린다. 각기 다른 색깔을 보유한 네 편의 짧은 작품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옴니버스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에겐 꽤 반가울 작품이다. 다만 장소가 같다는 공통점 외에는 네 편의 이야기 구색이 거의 맞지 않아 생뚱맞은 느낌을 주고 마는 약점도 고스란히 노출한다. 짧은 시간 안에 서사와 감정의 기승전결을 모두 집어넣으려 한 몇몇 개별 에피소드는 때로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류장하, 양종현, 윤창모, 장허덕재 등 네 명의 감독이 각각 메가폰을 잡았다.
2018년 6월 18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