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극장에서
Cinema with you , 2017

재기발랄한 한국영화가 뜨거운 여름에 찾아 왔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공포영화나 액션영화가 제격이지만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실험 영화도 꽤나 의미 있고 창의적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질서 있게 보여주면서 공감하는 방식은 의외의 설득력을 지니며 보고 나서도 한동안 기억에 남을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영화 <너와 극장에서>도 아마 보고나면 극장에서 일어날 법한 어떤 에피소드나 인연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2시간여의 영화를 관람하기 위한 공동 공간이지만 한 개인에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기억에 남을 추억을 새겨줄 공간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너와 극장에서>는 극장이라는 공간을 주제로 단편영화를 모은 옴니버스 영화이다. 이 옴니버스 영화 시리즈는 매년 진행되는 프로젝트성 영화인데, 올해는 극장이라는 주제로 모여진 영화이다. 따라서 영화는 극장 안에서 극장 밖으로, 또는 극장 주변에서 그 이야기들이 모여졌다 흩어지면서 움직인다. 세 편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느 극장이던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 흑백으로 처리된 영화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응축하는 효과를 충분히 발휘한다. 여주인공은 현재 반복되는 일상의 지겨움에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이다. 이런 심신의 상태를 표현하기로 흑백 장면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그런데 극장에서 보자는 의문의 쪽지를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이 지루한 일상을 깨뜨릴 어떤 호재로 기대하면서 극장으로 찾아간다. 그것도 2시간이나 먼저. 이 쪽지를 보낸 그 누군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자신의 권태로운 일상을 깨뜨려주길 바라는 수동적 태도에서 과연 본인 스스로 이 지루한 순간들을 깨우칠 용기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다. 먼저 나서지 않고 현실에 불만인 채로 자족하는 모습은 극장이라는 테두리 밖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여주인공이 극장을 오가는 장면을 보자면 같이 지루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 관객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GV. GV 자체를 영화로 만든 이야기인 이 두 번째 작품은 독특한 소재와 발상 자체가 재밌는데 감독은 정가영 감독의 작품이다. 정가영 감독의 작품 중 직접 출연한 <비치온더비치>란 영화는 파일조 무비스토리에 리뷰가 있으니 먼저 찾아 읽어보시길.

GV는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촌철살인 같은 유머와 진솔한 자기고백이 이뤄지는데 사생활에 대한 질문과 답변, 너무 유식하게 파고드는 질문자의 고의성 등을 관찰하다 보면 극장 안에서 영화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는 액자형식의 이야기 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이 두 번째 작품은 액자형식을 띄고 있는데 액자 속에 또 액자가 들어가 있어서 3중의 액자에서 빠져나올 때의 경험은 의외로 재밌는 단편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든다.

관객과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감독의 모습과 그 내용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오히려 진짜 있었던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두 번째 작품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세 번째 이야기. 민철이는 영화광으로 나온다. 어떤 영화를 왜, 어떻게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그런 민철을 여주인공은 극장을 돌아다니며 찾아다닌다. 이유를 모르는 채 민철을 찾아 극장을 유람하는 장면들은 마치 극장을 구경하기 위한 필연적인 장치처럼 보인다. 그리고 사실 민철을 찾아서 무얼 어떻게 할지도 잘 모르는 상태이기에 그저 극장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다보면 극장에 대한 이미지를 되새기게 된다.

그러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하나의 과정이었고 결과적으로 민철을 찾는게 아니라 영화를 찾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개인적이 깨달음이 정답이 아닐지라도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모두 솔직하게 드러난다.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표현한 영화도 있고 이렇게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도 있다. 모두 매한가지의 주제와 소재로 영화는 한 가지를 말하고 있다.
바로 우리 생활에서 영화가 주는 감동과 행복, 재미, 그것을 담아내는 극장이 있기에 지루한 일상, 기대되는 순간, 생활의 행복을 건질 수 있다는 것. 영화 속에서 날 것으로 뛰어다니는 대사들을 귀에 담아보면 정교하게 짜여진 상업 시나리오보다 더 현장감이 느껴진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 보면 좋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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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영화를 자주 보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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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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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영화계가 주목하는 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세 감독이 '극장'이라는 주제 아래 한자리에 모였다. 장르와 스토리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한 세 에피소드는 감독 각자의 개성이 녹아있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바통을 이어받으며 하나의 작품처럼 어우러지는데, 이같은 조화로움이 옴니버스로서 <너와 극장에서>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세 감독은 자신의 각별한 극장을 소개하고 주 무대로 삼아, 극장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능적으로 확장한다. 유지영 감독의 <극장 쪽으로> 속 ‘극장’은 쪽지를 받고 길을 나선 여인 '선미'(김예은)의 악몽 같은 하루의 목적지이고, 정가영 감독의 <너와 극장에서>에선 폭로와 단죄의 공간이다. <우리들의 낙원>의 김태진 감독은 ‘극장’을 한바탕 소동의 종착지이자 마음의 안식처로 활용한다. 각각 대구 오오극장, 압구정동 이봄씨어터, 을지로 서울아트시네마를 배경으로 한다. 서을독립영화제가 제작지원부터 개봉, 배급지원까지 후원하는 프로젝트인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인디트라이앵글’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2017) 개막작이다.
2018년 6월 27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