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아이
Last Child, 2017
성철과 미숙은 외동아들 은찬을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부부였다. 그러나 하나뿐인 아들이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한 일을 계기로 부부의 삶은 급변한다. 성철과 미숙은 아들이 옳은 일을 했다는 사실을 기뻐하거나 자랑스러워할 수 없었다. 은찬은 친구의 목숨을 구했지만 대신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 학교를 비롯한 세상 사람들은 은찬의 행동을 의로운 것이었다고 말하고, 감사패와 보상금을 수여하지만 성철과 미숙은 결코 기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사회의 일원이기 이전에 은찬의 부모이기 때문이다.
부부는 보상금을 학교에 기부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은찬이 구해줬다는 친구인 기현의 소식에 대해서 묻는다. 성철은 기현이 은찬과는 달리 부모도 없고, 월세를 벌기 위해 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철과 미숙은 하나뿐이었던 아들을 잃었고, 아들을 대신해서 살아남은 아이에게는 부모가 없었다. 부부와 기현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부부는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기현은 부부의 밑에서 도배 일을 배우며 자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기현은 밝고 명랑한 성격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아이로, 처음에는 마음을 열기 어려워했던 미숙 또한 어느새 기현을 받아들이게 된다. 부부와 아이는 그렇게 가까워졌다.
아이를 잃은 부모와 부모가 없는 아이의 교감을 그려내는 듯했던 영화는 어느 순간 급변한다. 발화점이 되는 건 기현의 고백이다. 기현은 부부가 은찬의 죽음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런 주장을 하는 건 오로지 기현 혼자뿐이다. 아이가 마음 깊이 묻어놓았던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또 뒤늦게 진실을 밝히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뒤늦게 진실을 깨달은 성철과 미숙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한다. 그러나 은찬이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죽은 의사자로 남길 바라는 학교와, 사건의 진실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다문 가해자들의 입장, 그 가해자들을 변호하는 또 다른 부모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진다.
세상은 가혹하다. 그리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은찬은 살아남은 아이인 기현의 입을 빌려서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기현은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교폭력의 희생자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외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슬픈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성철과 미숙은 진심으로 기현을 감쌌다. 기현은 자신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부부를 위해, 죽은 친구를 위해 힘겹게 나섰다.
진실을 밝힘으로서 기현은 많은 것을 잃을 각오를 했다. 정말 부모 같은 성철과 미숙도, 한때 공범이었던 친구들도. 그러나 잃어버릴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행동했다. 그건 단순히 더 이상 죄책감을 견딜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거짓으로 포장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자기 자신 그대로를 드러내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픈 마음이 간절해서였다. 그것이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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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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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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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잃은 부모가 있다. 엄마는 다시 아이를 갖고자 시도하려 하고, 아빠는 아들 대신 ‘살아남은 아이’가 번듯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렇듯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그로 인해 자식을 잃은 부모 간의 만남에서 출발한다. 서서히 마음을 열고 상대에게 위로를 주는 존재로 발전하는 세 사람. 이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흐름을 따르지만, <살아남은 아이>가 깊은 먹먹함을 남기는 건 감춰졌던 진실이 지닌 충격 때문이 아니다. 자식을 잃은 부부라지만 엄마와 아빠가 지닌 슬픔의 본질은 같아도 그 표현은 다를 수 있을 터. 영화는 그 차이를 섬세하게 포착해 담담하게 풀어놓음으로써 성공적으로 공감의 시선을 이끌어 낸다.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를 직접적인 발화 없이 순간의 호흡과 행동으로 전달하는 것 또한 영화가 지닌 미덕으로 절망과 슬픔 사이 슬며시 미소 지울 수 있는 이유다.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은 자식을 잃은 부부와 ‘살아남은 아이’로 각각 분해 대체할 수 없는 연기 앙상블을 펼친다. 죽음, 이별, 죄의식과 용서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음에도 드라마적 재미 역시 충분한 편이다. 단편 <물결이 일다>(2005), <가희와 BH>(2006)로 전주국제영화제와 미장센단편영화제에 초청됐던 신동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우리들>(2015), <용순>(2017), <홈>(2017)에 이은 독립영화 명가 아토ATO의 네 번째 작품이다.
2018년 8월 28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