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이 오면
Springtime , 2004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조연출을 담당했던 류장화 감독의 장편 데뷔작 <꽃피는 봄이 오면>은 계절이 바뀌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듯이 인간의 상처 또한 시간이 흐름 속에 서서히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강원도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차분하게 보여준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또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가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추운겨울 따뜻한 난로의 온기처럼 훈훈함을 전해주는 것도 이 영화만의 장점이다. 영화 속 주인공 현우(최민식)는 오케스트라 단원 오디션에도 매번 떨어지는 별 볼일 없는 삼류 음악가로 문화센터에서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트럼펫을 가르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사귀던 여자친구 연희(김호정)가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 한다고 해도 애꿎은 무인 단속카메라에나 화풀이 해대는 소심하면서도 나약한 인물이다. 현우 역할을 한 최민식이 이전 출연한 영화 속 캐릭터를 보면 <올드보이>의 오대수나 <넘버 3> 마동팔 검사, <파이란>의 강재처럼 강한 캐릭터를 소화하곤 했는데, 소개할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는 굉장히 지루하고도 심심한 인물 현우 역할을 맡았다.
TV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순박한 시골청년 준섭 역할을 하며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을 떠올린다면 현우라는 인물이 최민식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관현악단 오디션에 떨어지는 것도 이제는 무덤덤한 일상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때 현우는 자신의 무능함으로 인해 애인 연희가 떠나버리자 강원도 폐광촌에 있는 중학교에서 관악부 지도교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무작정 강원도로 달려간다. 도계 중학교 관악부 교사직은 그의 답답한 현실을 회피할 수 있는 도피처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쫒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도 점차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한 열정을 보이기 시작한다.

관악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갈 길이 멀기만 한데 용석이는 아버지의 반대로 연주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고 재일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슬픔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 주었던 건 재일을 통해 알게 된 약사 수연과의 만남 이었다. 수연의 약국은 현우의 고질병인 위장병을 고쳐주는 장소이자 지치고 힘들 때 위안이 되 주는 안식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수연의 연인 주호(김강우)가 등장하면서 연희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수연에게 쏟아 부었던 감정들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우유부단한 현우가 열정적으로 변화할 때는 관악부원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던 순간 이었다. 밤무대에서 연주하던 친구 경수(장현성)에게 음악인으로 자격이 없다며 질타하던 그도 제자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서 라면 트럼펫을 들고 밤무대 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연주하는 것을 반대하는 광부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탄광에 들어가 비를 맞으며 관악부원들이 합주를 이끌어 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열정은 제자들에게만 국한될 뿐이었다. 현우를 못 잊어 주위를 맴도는 연희를 남자답게 이끌어 가지도 못했고 약사 수연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다 수연을 좋아하는 주호가 나타나자 쉽게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외롭고 힘들 법도 하건만 그는 자신을 한탄하지도 않았고 처량하게 울부짖지도 않았다. 되려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타인을 배려하고 소진되어가는 자신의 온기를 나눠주는데 급급하였다. 모두가 떠나버리고 내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그 빈자리를 채워 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현우는 서두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들어와 그 여백을 채워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야만 꽃피는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시간을 경험한 후 찾아온 행복이 그래서 더 값진 것이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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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영화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 강추하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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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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