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블랙
the BLACK, 2018
시간은 2012년 12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던 시기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오늘날 댓글알바로 불리는 사건, 국정원에서 야당 대선후보 문재인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댓글을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경찰은 블랙으로 지목받은 요원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607호를 방문하여 진실을 확인하려고 하지만, 국정원 직원 김씨는 오피스텔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으며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감춘다.
이후 12월 19일,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표가 근소한 차이로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댓글알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국정원 직원의 하드디스크를 조사하여 비방 댓글의 증거를 밝혀내지만 청와대와 법무부, 국정원 등 정부 기관에서는 의도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사실을 감추려 든다.
국정원에서 근무하는 정보요원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한다. 화이트와 블랙. 화이트는 국정원 요원이라는 신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활동하는 요원, 블랙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비밀리에 국가의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을 말한다. 언뜻 보면 영화 속 화려하고 은밀한 스파이처럼 보이지만, 그 블랙 요원이 한 짓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 작성으로 여론을 조작한 일이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었을 때, 블랙 요원 김씨는 무려 43시간 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오피스텔 안에 칩거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이후에는 자신이 경찰에 의해 감금되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도 자조적인 의미로 쓰이는 셀프 감금이라는 신조어는 이 사건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경찰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김씨는 댓글 공작을 했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장소를 바꿔가며 인터넷 유저들이 많은 카페나 커뮤니티에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그 방식이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용의주도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정보수집이 당연해진 정보화 시대에 조작된 여론은 현실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가 2012년도 대선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었다는 <더 블랙>은 오늘날 민주주의가 가리켜야 할 올바른 방향을 넌지시 제시하고 있다. 댓글 알바라는 우스운 말로 일컬어지는 사건이지만, 정보기관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의도적으로 개입했다는 데에서 아주 위험천만한 사건이었다. 작중에서도 언급된 사이버 쿠데타라는 이름이 훨씬 적합해 보인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국정원 요원이, 심지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활동해야 하는 블랙 요원이 고작 여론 조성을 위해 인터넷에 악성 댓글이나 비판적인 글을 쓰고 다녔다는 사실은 지금도 충격적이다. 당시에도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황당해하고 허탈해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더 블랙>은 해당 사건을 최대한 실감나게 재현한 다큐멘터리로, 군데군데 묻어나는 블랙코미디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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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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