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가도
After Spring, 2017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 역시 없다. 더군다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 앞에 남겨진 이들의 슬픔은 더더욱 클 수밖엔 없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그것은 단지 죽은 사람만이 경험하는 고통이 아니다. 남겨진 자들에게 더 절실히 다가오는 괴로움이 바로 죽음의 본질이다.
이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없이 영화를 봤을 때, 인간의 죽음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혹은 서정적인 단편시의 느낌을 지닌 평범한 옴니버스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상원(유재명)이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지 못한 채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보고 바로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가 슬픔에 잠겼던 바로 그 순간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 생각보다 잊고저 하는 그것이 더욱 괴롭습니다 (한용운, 너는 잊고저)
딸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엄마 신애(전미선)의 마음은 종교적인 믿음을 통해 다시 부활한다. 딸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다시 볼 수 있다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3년의 기도. 그리고 그 기도는 그날의 아픔을 다시금 끄집어낸다. 여행을 떠나던 딸과 다투며 좋은 기분으로 보내지 못했던 바로 그날 그 순간을 후회하며.
물론 딸이 부활하고 그녀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중점을 둘 필요는 없다. 그것은 그저 신애가 꾸는 하룻밤의 꿈이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모든 아픔은 남겨진 이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 가령 꿈에 딸이 나타나서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말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꿈을 꾼 당사자의 마음의 문제일 뿐, 진짜 딸의 목소리는 아니다. 그렇게 믿고자 하는 그 사람의 믿음에 관한 문제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 영화를 세월호와 가장 깊게 연결하는 부분은 바로 상원(유재명)이 등장하는 두 번째 파트가 아닐까 싶다. 그는 사건 당일 아이들을 구하지만, 모든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남자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그에게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구하지 못한 아이들을 기억하며 괴로워한다. 그가 보는 환영은 약의 부작용일지도 모르지만,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죽은 이들이 남긴 흔적일 것이다. 모든 아이들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서 오는 괴로움.
세탁기를 통해 살려 달라 외치는 아이들의 손이 보이고, 자동차 창으로도 아이들의 손이 보이는 것은 단순한 환각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정신착란의 문제다. 그가 느끼는 고통이 자해로 이어지는 것 역시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사회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이 영화 속 현실과도 같은 첫 장면은 우리에게 실망감을 안긴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 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사실을 말하는 듯..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매미들이 울다 지친 채 여름을 포기할 것인가! (도종환, 팔 월)
밤낮없이 울어대는 매미처럼, 아내의 죽음 이후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남자(전석호)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잔잔하면서도 아련한 파트였다. 아내(박지연)를 잃고 무덤덤한 자세로 그녀를 추억하는 그는 아내가 해준 매미의 울음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녀가 해준 김치찌개를 기억하며 그 맛을 떠올려본다. 냉장고에 붙은 레시피를 발견하는 순간, 그리고 그녀의 레시피로 만든 김치찌개를 먹으며 매미처럼 울어대는 그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더 이상의 눈물은 없을 것처럼.
물론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오늘 하루 밤낮없이 울어대다 죽음을 맞이하는 매미와는 달리 인간은 다음 날을 준비해야 한다. 눈물은 인간을 힘들게 만들지만 가끔은 인간을 차분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남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결국 살아있는 인간이기에, 그녀를 영원히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이 세상에 그녀를 기억해줄 사람으로 남아야 하기에.. 그는 내일을 위해 다시 일어선다.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봄이가도 내일의 봄은 다시 찾아 올 것이기에...
봄이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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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식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삶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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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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