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살인
暗數殺人, Dark Figure of Crime, 2018
영화 암수살인은 현 극장가의 가장 핫한 블루칩 배우 주지훈과 스릴러의 대가 배우 김윤석이 만난 범죄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는 부산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기존 한국 스릴러영화와는 다르게 잔잔하고 건조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매료시켜 큰 호평을 받은 영화이다. 제목부터 생소한 이름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 이 영화의 제목인 <암수살인>은 시체와 피해자를 구별하거나 알아낼 수 없어 수사를 착수하지조차 못하는 살인사건을 일컫는다. 범인의 자백만이 있거나 혹은 오로지 정황만 있는,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사건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사건이 세상의 주목을 받아 영화화까지 되게 되었을까?
시작은 2012년 가을이었다. 이 영화의 시작은 김태균 감독이 방송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에피소드였다. 방송 다음날 취재를 위해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간 그는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만나 범행의 흔적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는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 이후 5년 간 끈질기게 인터뷰와 취재를 이어간다. 시작부터가 미궁이었던 암수살인과 사건들, 실제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기록과 사건을 생생한 범인과 형사의 두 시간 가량의 심리전으로 풀어낸 것이다.
극 중 주지훈 배우와 김윤석 배우는 각각 살인범 ‘강태오’와 형사 ‘김형민’역을 분했다. 사건이 시작하기도 전에, 살인범 강태오는 이미 1건의 살인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고 수감된 상황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범죄 스릴러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범인을 잡으려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범인과 경쟁하며 범인을 쫓는 영화가 아니라, 피해자를 찾기 위해 사건을 풀고 피해자와 씨름하며 나아가는 영화이다.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실제 존재 여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을 살인범의 자백만을 근거로 파헤쳐야 한다.
암수살인이라는 소재의 특성과 강태오라는 범인의 잔머리로 인해 사건은 갈수록 꼬여만 간다. 생각해보건대, 이미 살인혐의를 쓰고 유죄선고를 받아 감옥에 들어간 죄수가 또 하나의 죄를 고백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 아닌가, 게다가 사건의 모든 정황과 실마리는 오로지 ‘살인범’인 죄수의 말만 믿어야 하는 상황.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수사와 조사에 대한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어떤 형사가 나서겠는가.
사실 형사의 수사착수와 출동에 명분을 부여하는 것. 필자는 이것이 이 영화의 승부수라고 본다. 형사 김형민은 잘나가던 부서에서까지 전출을 신청하며 끝까지 강태오 사건 수사를 감행한다. 아무런 근거도 소득도 없는 이 수사를 강행하는 김형민에게 정당하고 그럴듯한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관객들을 설득하는데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고, 영화는 이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설득력 있게 관객들의 몰입을 유지하며 수사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결국 관객들과 함께 실마리를 찾아간다.
영화의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은 단연 접견실 장면이다. 접견실은 유죄를 선고 받아 감옥에 있는 죄수 강태오와 형사 김형민이 만나는 곳이며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제공되는 곳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백과 김형민을 이용해 형을 줄이고 세상으로 나가려는 살인범 강태오와 그런 강태오를 어떻게든 설득시켜 그가 저지른 모든 살인죄를 파헤치려는 김형민의 밀도 높고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심리전의 연출에 있다. 오로지 말과 생각에만 의존하는 수사. 이 수사를 그리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것은 장황한 액션도, 긴장감 넘치는 카메라 워킹도, 빵빵한 OST도 아니었다. 감독이 선택한 것은 상기한 ‘건조한 긴장감’이었다. 영화 외적인 여러 장치들을 이용해 관객들을 긴장감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 내적인 스토리 요소로만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하는 것. 이는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관객들이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매우 잘 만든 영화이며 참신한 소재에 배우들의 연기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이 영화가 큰 혹평을 받는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살인사건이라는 끔직한 사건을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며 유가족의 동의를 제때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2007년 사건을 영화에서는 2012년으로 바뀌었지만 원래 사건과 똑같이 묘사했고,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피해자 여동생이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때문에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영화사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분들이 상처 받으실 수 있다는 점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부족하게 느끼시는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제작사는 실제 피해자의 유가족 분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치겠으며, 앞으로 마케팅 및 홍보 과정에서도 유가족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라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영화사와 유가족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후, 더 이상 이러한 범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영화사의 영화 제작 취지에 동의한 유가족들이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며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제작 과정에 대한 분노로 많은 사람들이 혹평을 내놓고 있는 상황. 영화를 보기 전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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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러다임의 한국형 스릴러가 궁금한 사람
실화를 모티브로 한 암수살인 영화가 궁금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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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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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 ‘암수살인’,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 사건을 지칭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암수살인>은 바로 이 ‘암수살인’을 파헤치는, 우리 주변에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행방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다. 여자친구 살인범으로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범인(주지훈)은 불현듯 형사(김윤석)를 불러 그간 자행했던 숨겨진 살인에 대해 고백한다. 하지만, 그의 고백은 흔한 범죄인이 부리는 허세로 치부될 뿐 누구 하나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묻지도 않는데 여죄를 자백하는 범인과 사비를 털어서까지 전전긍긍하며 범인의 비위 맞추는 형사, 면회실에서 책상을 사이에 두고 두 인물이 주거니 받거니 거래하는 모습은 상당히 호기심을 불러모은다. 이후 자백을 근거로 범행의 증거를 찾아 공소하고 재판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담담하고 사실적인 묘사는 인물들의 심리 전달에 효과적이나 범죄 수사물에 흔히 따르는 장르적 문법에서 벗어났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형사대 연쇄살인마의 구도를 욕설 잔인함 액션을 앞세우지 않고 차분히 풀어가며 영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묵묵히 정의를 실천하고 있음을 알린다. 더불어 각박한 세상에 주변을 한번 돌아볼 것을 권하는데, 바로 이 점이 <암수살인>의 가장 큰 미덕이자 그간 봐왔던 유사 장르 작품과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주지훈이 감정의 극단을 오가는 살인범 ‘강태오’로 혼신의 연기를, <1987>에서 ‘박처장’으로 공적이 됐던 김윤석이 눈에 힘 빼고 형사 ‘김형민’으로 집요한 소신을 보여준다. <봄, 눈>(2011)의 김태균 감독이 연출, 곽경택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2018년 10월 2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