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남자
MR. EGOTISTIC, 2017
개인적으로 영화 <족구왕>에서 재밌었던 캐릭터는 주인공 안재홍이 아니라 전설의 족구왕이라 불리면서 지금은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족구를 하고 싶어 하는 복학생 만섭이에게 군소리 말고 공무원 시험공부 하라고 다그치는 형국역을 한 배우가 바로 박호산이다.
그리고 올해 2018년, 많은 사람들이 인생드라마라고 칭하는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박동훈 역)의 찌질한 형 박상훈으로 나온 그를 보고 그의 연기가 드디어 작은 영화에서 큰 TV로 발전했구나, 하며 반가웠다. 귀에 착착 들어오는 대사 처리와 발성은 처음 본 관객이라 해도 바로 기억하게 만드는 재능이 있고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다는 신뢰가 간다.
그러다 이번에 주연을 맡고 나온 이 영화 <이, 기적인 남자>는 박호산의 연기에 대해서 그 무게를 제대로 잡아주는 변곡점이 될 영화로 보여진다.
재윤(박호산)은 교수 본분을 잊고 조교인 지수(조은빛)에게 치근덕거린다. 직장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는 아내 미현(최유하)도 근무를 하고 있는데 아랑곳 않는다. 소위 말하는, 영화과 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위악적 행위를 하는 것인데 본인은 것이 중년의 로맨스라고 허울 좋은 변명을 해댄다.
그런데 아내 미현도 최근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 자꾸만 밖으로 떠돌고 있는 것. 본인은 그렇다쳐도 아내가 그러니 의심이 쌓이고 불안도 커져간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아내의 외도라는 것을 밝혀내지만 그 외도의 상대가 바로 지수인 것에 혼란스런 상황이 되버린다.
아내의 불륜 상대가 여자라니…
그렇다면 이 영화는 동성애 영화인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결론이다. 다만 그렇게도 접근은 가능하다. 여성 동성애의 한 부분으로서 영화가 할애하는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분명히 말하는건데 박호산의 찌질한 중년을 천천히 탐색하면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과정인가. 아내를 가진 중년이 저지르는 치사하고 치졸한 불륜의 시도들, 유치한 말장난처럼 자신의 행위를 포장하는 중년의 이기적 속물 모습이 저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과정을 말한다.
"납득은 되는데 공감은 되지 않는다"
영화과 교수인 재윤이 수업시간에 소개하는 영화가 있다. 2002년에 나온 <파 프롬 헤븐>.
줄리안 무어와 데니스 퀘이드가 나온 이 영화는 당시에는 좀 낯선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서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나, 성적 취향에 대한 논의를 할 때 기본 텍스트로 활용되는 명작으로 일컬어진다. 이 영화에서 남편의 동성애적 욕망은 본인에게도 매우 불행한 심리적 불안을 야기시키는데 자신의 욕망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사회적 지위와 가정생활 모두를 파괴할 정도로 위험하고 가족과 주변사람들도 망가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공포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욕망은 질병으로 치환되어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를 소개하는 재윤은 영화에 납득이나 하는 걸까? 납득도 못하고 공감도 못하는 감정 소통의 부재인 듯 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가 하는 말 모두가 40대 초반이 나름 성공한 중년으로서 쉽게 내지르는 공허한 말일 뿐이다. 그의 욕망은 진솔한 욕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윤이 소개하는 또 다른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화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진 아내는 결혼 후에도 또 다른 연애를 선언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관습적 개념에 도발을 한다. 아마도 재윤은 이 영화들이 보여주는 극중 설정이 모두 자신이 치근덕거리는 추파를 아름답게 포장해줄 수 있는 무기로 생각한 듯하다. 본인의 위악적 추파가 마치 중년이 누리는 권리인 양 말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으로 재윤을 몰아부친다. 중년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져던 외도의 흔적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재윤을 고독하고 씁쓸한 상황으로 몰아가게 되는 것. 그런 상황에서 과연 재윤은 자신을 반성하고 개선할 여지를 보여줄 것인가?
영화에서는 그 결과를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이야기를 활용하고 캐릭터를 축소한다. 그리고 박호산의 연기에 몰입하게 한다. 위에서 말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으로 관객은 납득하고 공감하게 하는 출구를 마련해준 셈이다.
<도리화가>부터 <대립군>, <궁합> 등 의외로 사극에 잘 출연해온 박호산의 영화에서 이 단독 주연 영화는 박호산이 앞으로 어떤 연기를 더 보여줄 것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박호산은 <족구왕>이나 <범죄의 여왕> 등의 영화처럼 코믹하면서 생활형 캐릭터가 제일 잘 어울린다. 그 정점의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이,기적인 남자>가 아닐까 싶다.
박호산 연기에 매력을 느끼는 팬들은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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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산의 연기력을 보고 싶으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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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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