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3-Iron , 2004

영화 <빈 집>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선화(이승연)가 빈집만을 골라다니며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태석(재희)을 만나 상처받은 영혼을 서서히 치유해간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영화 속 주인공 선화의 모습은 영화 개봉 몇개월전 종군위안부 누드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이승연의 상처와도 닮아있다.
태석과 함께 집을 뛰쳐나와 들어간 첫집은 사진작가의 집으로 그곳에는 이승연의 누드사진이 걸려있었다. 선화는 사진을 30등분하여 모자이크 형식으로 재배치를 하는데 이런 행동은 누드를 대하는 사회적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 이나 <섬>, <실제상황> 등 이전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폭력성이나 잔인한 장면들을 <빈 집>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태석이 골프채로 공을 날리려 할때마다 선화는 그 앞을 가로막으며 자신을 향해 골프공을 날려줄 것을 요구하는것이 전부이다. 사회를 향해 골프채를 휘둘러대는 태석을 진정시키기 위함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모든 불만과 책망을 자신이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도 보여진다.
이처럼 이승연의 누드사진이 등장한다던가 빈 집에 들어가서 집주인의 빨래를 빨아주는 선화의 모습은 배우 이승연의 처지와도 유사한데 이 모든과정들이 대화 한마디 없이도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깊은 속내까지도 읽을 수 있게 만든다. 감독이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고 상처를 이겨내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선화의 모습까지 대사 몇마디 없는 영화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주택가에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는 태석은 전단지가 그대로 남아있는 집을 침범하여 집주인이 오기전까지 마치 자신의 집처럼 생활하며 지낸다. 장기출장이나 휴가로 인해 집을 비어있는 곳을 선택하고 능숙한 솜씨로 침입하는데 그가 원하는 것은 돈도 물건도 아니다. 머무는 동안 주인을 대신하여 밀린 빨래를 해주기도 하고, 고장난 물건을 고쳐놓으며 잠시동안 이나마 멈춰버린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그가 빈 집에 머무르는 이유이다.
늘상 하던 것처럼 전단지가 남아있는 집을 침입한 태석은 빈 집 이라고 생각했던 그 곳에서 남편의 폭력에 지칠대로 지친 선화를 만나게 된다. 멍들고 상처입은 선화에게 태석은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 그녀를 집 밖으로 인도 하게되는데, 태석의 기이한 행동들을 선화도 그대로 따라하며 둘은 서서히 하나가 되어간다.

태석이 했던 것처럼 손 빨래를 하고 빈 집의 가족사진을 배경으로 태석과 사진을 촬영하는 등 알 수 없는 이들의 행동은 어느 집에서나 똑같이 반복되고 그 반복적인 행동들이 늘어날수록 이들은 점차 평온을 찾아가게 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빈 집에서 성스러운 의식을 행하듯 그들의 행동은 차분하고 진지하며 대화 한 마디 없는데도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어느날 허름한 아파트 단지에서 빈 집을 찾게된 이들은 독거노인이 숨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족들 동의도 없이 조촐한 장례식을 치뤄주는데 이 일로 인해 태석은 노인을 살해한 혐으로 체포되고 결국 구속되고 만다.

영화는 태석과 선화의 빈집찾기와 감옥에서 유령이 되기위한 태석의 연습, 유령이 된 태석과 남편 그리고 선화의 동거,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빈집을 찾기위한 태석과 선화는 고급주택에만 한정하지 않고 허름한 영세민 아파트와 전통가옥까지 골고루 찾아다닌다.
이들이 찾아다니는 빈집 이라는 공간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백의 장소로 태석은 그 공간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가 고장난 물건들을 고치며 정지된 사물의 질서를 돌려주고 인간의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교도소 안에서 태석은 벽을 타고 천장까지 올라가 간수를 조롱하는가 하면 손바닥에 그린 눈 으로 방안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한 노력으로 모든 사람들이 태석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선화만은 그를 느끼고 감지할 수 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하게 보여주며 실존적 존재감에 대해 심도있게 파고드는데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은유적으로 표현되있어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쉽게 놓쳐버릴 수 있다.
빈집과 유령, 손바닥에 그린 사람의 눈, 영화의 영문제목인 3번 아이언 등 이 모든 것들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고찰하기 위한 장치이며 불신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향한 무언의 질타 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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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작품 중 손꼽히는 명작 입니다.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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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KANG ME JU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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