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Unfinished, 2018
영화 <출국>은 노규엽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국영화이다. 이범수, 연우진, 박혁권, 박주미, 이종혁 등 슈퍼스타급 주연배우는 없지만 연기력으로는 어디 내놔도 부족하지 않을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사실 이 영화를 이야기 하며 정치적인 요소를 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는 그 영화 자체로 보기로 하고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논란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 영화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제작된 영화로, 화이트리스트 사건에 연루되며 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화이트리스트란 블랙리스트(Black List)의 반대 개념으로, 분야별로 다른 뜻으로 쓰이는 용어이다. IT분야에서는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메일만 받아볼 수 있게 설정하면 역으로 악성 메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문화계에서 "화이트리스트"는 박근혜 정권에서 특정영화를 블랙리스트로 지목해 제작지원이나 해외 상영에 제한을 둔 것과는 반대로 제작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특혜성 지원을 받은 영화를 지칭한다.
영화는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휩싸이며 2015년 제작했지만 2018년 개봉했으며 영화의 제목도 원래 <사선에서>에서 <출국>으로 바꾸어 개봉했다. 이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지만 상영회와 개봉 이후에도 꾸준히 논란에 휩싸였다. 이른바 ‘우파’ 정치인이라 일컬어지는 여러 정치인들이 출국의 홍보를 자처하고 나서며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간담회와 설명회에서도 ‘우파’와 ‘좌파’를 운운하며 영화계를 ‘좌파 밭’이라 공격하기도 하는 등 정치적 견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위와 같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영화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영화가 이러한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북한공작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판문점에서 평화회담이 이어지며 화해의 분위기로 가는 이 때, 시대착오적 스토리를 가진 영화라고 비판을 받은 이 영화, 영화가 영화 자체로 평가받지 못하고 정치적 장치로 이용되는 것은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다만 감독과 배우들은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모든 의문과 논란에 부정으로 일관했는데, 필자는 단지 그 부정이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화이트리스트든 블랙리스트든 영화라는 문화매체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영화 ‘출국’을 영화 자체로만 살펴보자.
영화는 1986년 분단의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 ‘민실협’이라는 단체 활동을 이어가며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오영민 박사는 이념의 문제로 한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한지 오래다. 독일에서도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 오영민은 어느 날 친구에게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북한이 매우 높게 평가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족의 안위와 성공을 핑계로 오영민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북한으로 납북한다. 그리고 그는 곧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오영민에게 그러한 정보를 준 친구는 사실 북한의 공작원이었다. 유능하고 똑똑한 인사들을 납북하기 위해 파견된 공작원이었던 것이다. 오영민은 교수가 되기는커녕 가자마자 공작원 훈련을 받게 되고, 결국 다시 공작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코펜하겐으로 보내진다. 자신의 삶에 위기감을 느낀 오영민은 코펜하겐 공항에서 자신을 북한 스파이라고 밝히고 도움을 요청한다. 급박한 상황인 그때, 오영민은 둘째 딸과 아내를 북한 인사들에게 빼앗기고 첫째 딸과 단둘이 독일로 보내진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오영민은 서독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고, 곧 석방된다. 하지만 이 석방은 진짜 석방이 아니었다. 오영민의 석방은 그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동선을 따라가 북한 공작원들의 소재지와 신분을 파악하기 위한 CIA의 전략이었다. 오영민을 관찰하는 건 CIA뿐만이 아니었다. 오영민의 가장 친한 동생은 남한 안기부의 직원이었으며 북한 공작원이 오영민을 감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평범한 박사와 아버지로서 가족을 찾기 위해 나선 그는 곧 세 나라의 보안부에게 감시를 받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세 나라의 이념과 권력다툼 안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아버지의 가족을 찾기 위한 사투, 이 영화가 내걸은 주제의식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조금 아쉽다. 팽팽한 긴장감과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스파이 액션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사에 집중해 오영민의 가슴 아픈 사연을 조명하는 드라마물도 아니다. 아마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둘 사이에서 어중간해지고 말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당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이념 싸움에만 급급했던 각 나라들의 신경전과 가족을 북한에 떼어놓고 헤어지게 된 오영민의 가슴 아픈 사연 자체가 이 영화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이다. 이런 요소들을 조금 더 잘 살렸다면 좋은 영화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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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의 가슴 아픈 실화가 궁금한 사람
논란 속 개봉한 영화의 모습이 궁금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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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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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의 불공정한 제작 지원을 받았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선에서>가 새 제목 <출국>으로 관객 앞에 선다. 영화의 배경은 1986년 냉전 시대 베를린, 주인공은 유신 체제에 반대하는 독일 내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대가로 대한민국 입국을 거부 당한 지 오래인 마르크스 경제학 박사 ‘오영민’이다. 본 내용은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북한으로 향했던 그가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탈출을 감행하며 시작된다. 이 대목에서 구시대적인 ‘이념 교육’의 그림자가 감지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후 진행되는 드라마는 아내와 막내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뜨거운 감정에 방점을 찍는다. 당시 안기부, 북한 통일 전선부, 미국 CIA 독일 지부까지 등장해 ‘오영민’의 분투에 관련하며 첩보물의 형태를 띠기도 하지만, 정작 주변 사건과 인물이 ‘오영민’의 절절한 부성을 드러내기 위해 복무하는 형세로 전반적인 긴장감이 아쉽다. 관객의 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관계인 ‘오영민’과 큰딸 ‘혜원’의 에피소드도 천편일률적인 편이다.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직설적인 부성애 코드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가 먼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묵직한 시대적 분위기를 담아낸 폴란드 로케이션 촬영분과 전반적인 영상미는 준수하다. <인천상륙작전>(2016)에 출연한 이범수가 ‘오영민’역으로 분한다.
2018년 11월 12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