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Saem, 2017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으로 단단한 연기를 다진 류선영은 류아벨로 개명을 하면서 2018년 깊은 인상을 주었다. 류혜영의 언니라고 먼저 알려진 류선영은 이름은 바뀌어도 점점 더 깊이 있는 연기력을 주기 때문에 이젠 주연 배우로서 확실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류아벨을 특히 인상깊게 해준 영화는 2016년작인 <연애담>인데 <베테랑>에서 중개소 여직원역이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스쿠터 언니역 등 단역에서 인상깊던 그녀를 한국영화에서 확연하게 떠오르는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해준 영화였다.
<연애담> 영화의 내용이 또한 동성에 대한 이야기로서 뜨거운 주제이다 보니 류아벨의 연기가 쉽게 잊혀질 수 없는데 이후로 어떤 영화가 나올지 기대하던 참에 이 영화 <샘>은 <연애담>의 그늘을 완전히 걷어낸 로맨스 코미디 영화이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를 얻은 마두상.
그는 첫사랑의 흔적을 찾아서 서울로 올라와 ‘샘’을 찾는다. ‘샘’은 두상이 붙인 첫사랑의 이름으로서 새로움이 샘솟는 바로 그 샘이라는 뜻을 가진다.
그런데 얼굴인식장애를 가진 두상이 샘을 찾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샘을 찾는 일에 얼굴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지 첫사랑을 알아보고 찾을 수 있을 것인 것.
그런 두상에게 접근한 샘들은 두상을 이용하고, 돈까지 얻어내는 등 순수한 사랑을 찾는 두상을 이용한다. 그 샘들은 결국 한 인물인데 바로 류아벨.
두상에게 접근했다가 두상의 진심에 오히려 빠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첫사랑의 모습을 다시한번 느껴볼 수 있게 된다.
감정이 순수한 소년시설, 작은 인연이라도 그것이 인생의 큰 획이 되는 시절, 우산을 씌워준 그녀는 두상의 마음에 깊이 남아서 첫사랑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그녀를 찾아 두상은 다시 그녀를 찾아 나선다. 희미해지는 첫사랑의 기억에서 두상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까지 맞게 되어 험난한 첫사랑 찾기가 예상되지만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세 명의 샘을 만나는 두상은 그러나 그것이 결국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첫사랑의 환상을 온전히 간직한 것만으로도 첫사랑은 찾은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게다가 샘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것도 두상이거니와 샘이라고 생각한 여성들의 모습도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두상이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적 이미지일수도 있으니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다는 이야기와 달리 두상의 첫사랑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두상의 샘을 연기한 류아벨은 톡톡 튀는 캐릭터, 일본 여성을 흉내 내는 자유로운 영혼 등 다양한 마스크와 연기의 스팩트럼을 보여주며 자유자재로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특히 카메라 밖으로 튀어나갈 듯 연기의 동선이 정해지지 않아서 두상역의 최준영과 케미를 만들어내는데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2018년에 인생드라마라고까지 칭찬을 받으며 등극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회사에서 몰래 연애를 하며 이지안(아이유)를 못마땅해하는 여직원역을 맡았을 때 류아벨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박동훈 부장(이선균)의 부서원으로서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었는데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달리 드라마에서 보여준 연기는 또다른 류아벨의 색깔을 보여주었다.
두상이 만들어낸 샘이라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허상일지 모르나, 류아벨이 만들어낸 샘은 세 인물 모두 각각의 개성으로 하나의 조합을 이루며 결국 한명의 샘으로 모아진다. 류아벨의 연기가 무르익었다는 결정적 영화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 헤매이던 두상의 첫사랑은 영화 마지막에 마치 그동안 잘 참고 지켜봐준 관객에 대한 배려처럼 차려져 보여진다. 왜 첫사랑인지, 왜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는지…
첫사랑에 대한 영화로 보아도 좋고 코믹 로맨스로 보아도 좋은 영화 <샘>.
2019년 첫 영화로 가벼우면서 유쾌한,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샘>이 좋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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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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