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은 장미
Rosebud, 2018
낮에는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하고, 밤에는 바에서 서빙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씩씩한 이십대 청춘 홍장미. 노래와 춤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그녀의 꿈은 다름 아닌 가수다. 그리고 언제나 밝고 씩씩한 그녀의 곁을 지키는 두 남자, 명환과 순철. 명환은 장미와 연인 사이인 대학생, 순철은 장미와 마찬가지로 가수의 꿈을 키우는 동료로 등장한다.
1970년대 장미, 명환, 순철의 청춘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리며, 사랑에 울고 웃는 그들은 한마디로 꿈과 열정 넘치는 청춘이다. 비록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지만 그건 앞으로의 성공에 비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미는 재능도 넘치고,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특유의 사랑스러운 에너지로 많은 사람을 사로잡는다.
이름 그대로 장밋빛 인생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장미의 인생에, 어느 날 갑자기 변화가 찾아온다. 성공은 재능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순간.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걸 포기한 장미는 관객에게 크나큰 아쉬움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아이를 낙태할 수 없어 어렵게 준비한 데뷔는 무산되고, 장미는 밤무대를 전전하며 노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장미는 화려한 과거를 잊고 살아간다. 딸을 키우며 홀로 살아가는 평범한 녹즙기 판매원. 과거 장미가 꿈을 포기하게 된 주체였던 딸 현아는 무럭무럭 자라 한창 엄마의 잔소리가 지겨울 사춘기 소녀가 된다.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 그러하듯, 현아 역시 자신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마음에 상처로 품고 살아왔다. 장미는 그런 현아를 어르고 달래기도, 꾸짖기도 하며 강하게 키워 왔다. 딸과 티격태격하기도, 다정하게 앉아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과거의 연인 명환이 장미의 눈앞에 나타난다.
전개 자체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라는 판에 박힌 삼각관계 클리셰도 빤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19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은 청춘남녀들의 이야기, 시간이 지나 중년이 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주며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최대한 배제했다. 클리셰가 왜 클리셰인지, 이미 결말이 예상되는 전개에 어떤 요소를 더해야 최소한의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한 모습이 보인다.
영화 초반, 현아는 잔소리쟁이 같은 엄마의 과거를 추적하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잔소리쟁이 엄마를 꼼짝 못 하게 해주고 싶기도 하고, 자기가 모르는 아버지의 정체를 알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 들뜬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 후반부를 향해 달려갈수록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장면이 많아진다. 그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 숭고한 희생, 형식적인 단어로만 설명할 수 없는 장면들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더 이상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삶이 무너지지 않기 바란다. 자신이 뚜렷한 계획과 간절한 바람 끝에 태어난 생명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이는 크나큰 상처를 받는다. 낳아놓는다고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한다. 모성애는 결코 당연하지 않다. 아이에 대한 책임은 아버지와 어머니 양측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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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가족 감동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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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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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은 장미>를 단순히 추억 소환 코미디로 접근한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영화는 70년대부터 현재까지 상당히 긴 세월을 넘나들며 때론 코믹하고 때론 뭉클하게 엄마의 시간을 담는다. 넘치는 꿈과 열정으로 반짝였던 20대, 출산과 양육을 오롯이 홀로 감당하며 힘들지만 (자식으로 인해) 충만했던 30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엄마가 경험한 삶의 파고를 다소 장황하게 펼친다. 극 초반 밀물처럼 훅 밀고 들어온 복고 감성이 썰물처럼 사라진 후의 여백을 채우는 건 ‘엄마’라는 키워드다. ‘엄마니까 엄마라서 엄마라도’ 어떻게 표현을 달리해도 ‘엄마’라는 단어가 지닌 깊고 오묘한 힘이 넘실대며 따뜻한 감정 기류를 형성한다. 다만 산만한 전개와 작위적인 설정이 반복되며 찬 공기를 주입하는 까닭에 종종 온도가 떨어지는 게 문제다. 결국 영화는 웃음과 눈물 사이 애매한 경계에 머물고 만다. <써니>(2011) 이후 오랜만에 유호정이 스크린에 복귀해 ‘엄마’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조석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2019년 1월 16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