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결혼
Trade Your Love, 2018
어쩌다 결혼할 뻔한 두 남녀의 이야기.
두 사람은 ‘어쩌다가’ 결혼준비를 하게 되었을까? 먼저 남자의 사정은 이렇다.
성석(김동욱)은 많은 여자를 만나왔고 헤어져왔다. 그런 만남들 속에서 이제야 인연이라고 생각한 여자를 드디어 만났다고 보지만 그 여자는 현재 싱글맘.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성석의 집안은 꽤나 부유해서 성석이 아버지에게 자금을 좀 받으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연 싱글맘과의 결혼을 이 완고한 아버지가 허락을 해줄리 없다.
해주(고성희)는 육상 선수였지만 부상을 입어 현재는 체대에서 강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서른이 되었고 집에서는 결혼하라는 성화로 일상이 불편하다. 해주는 사실 결혼할 생각이 현재 전혀 없는 것.
이 둘은 떠밀리 듯 선을 보게 되는데 적당히 형식적인 시간을 갖고 헤어진다. 하지만 이들은 우연인지 아닌지 식당에서 다시 만난다. 혼자 밥 먹으러 간 식당에서 둘이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 밥을 먹다가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이 들어가니 서로의 현재 상황을 말하게 되는 진솔한 토크가 이어진다. 그러다가 서로에게는 진짜 결혼이 아닌 가짜 결혼이 필요하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된다. 둘의 공통된 필요조건이 맞으니 이것으로 이야기가 맞아서 결혼을 준비하게 된다.
결혼이라는 것이 인생의 짧은 에피소드가 아닌데 인생의 향로가 걸린 일을 이렇게 계약으로 만들 수 있을까? 물론 영화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현실에 대해서 많은 영화에서 그래왔듯이 인연은 따로 있거나 가까이 있다. 성석과 해주가 그렇게 만났지만 결국은 사랑이 싹트고 본격적인 인연을 찾는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그렇게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 둘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소동극으로 이어지는데, 둘이 조용한 곳에서 치르는 결혼은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나오는 법. 한국에서는 결혼이 인생에서 하나의 운명이고 큰 행사이다. 먼저, 자신들이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을 할거라는 것을 주변에 알려야 하고, 친구들에게도 보여줘야 하며, 양가 부모님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양가 식구들이 모두 만나는 상견례도 필요하고 결혼식에 필요한 온갖 준비 – 웨딩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영화는 좀 간단한 도식으로 이어질 듯하지만 영화를 풍부하게 하는 카메오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결혼 소동극이 하나의 잔치가 되어버린다. 이 가짜 결혼 이후에 이혼으로 이어질 때를 대비하여 이정재가 등장하는 것은 느닷없으면서도 그 재치있는 입담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하다.
계약 관계이다 보니 그 이면의 실익을 따지는 부분에서 영화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렇게 영화가 달려가는 종착지는 아이러니 하게도 결혼의 시작점인 양가 상견례 겸 파티 겸 모두가 모이는 그 장면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인물들이 마치 쫑파티를 하듯 하나둘 나타나 해주와 성석의 파티에 몰려든다. 그런데 사실은 해주와 성석은 이 파티를 결정지을 계략을 세웠고 그 계획대로 이들의 모략은 정말 성공할까?
결말은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할 일이지만 이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다소 산만하고 어수선한 과정 때문에 결말은 사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혼하기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결혼은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에 의해서 하게 되는 목적 같은 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메시지를 흘리면서 영화 속에는 다양한 인물군들이 모여서 관계를 맺고 그 관계의 허구와 상상을 덧댄다.
해주의 형제들이 공교롭게도 해외에 거주하여 좀 개방적인 캐릭터들인거나, 해주를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도 있고 해주의 이 가짜 결혼을 거드는 절친도 있다. 외롭지 않은 상황에서 해주는 갓 서른을 넘긴 세월의 의미로 결혼에 떠밀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성석의 주변도 또한 결혼에 대해서 오히려 쿨한 자세를 드러내기도 한다. 바람둥이 같은 성석이 오혜진에게 청혼을 하다가 신아에게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것은 젊은 시절의 그 기질에 결혼은 하나의 부차적인 의미, 거추장스러운 하나의 절차일 뿐일지도….
김동욱과 고성희 두 배우의 아우라로 재밌는 로맨스 코미디 한편이 나왔지만 여러 카메오들의 등장은 그 아우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이다.
마지막 장면에 정우성이 나와서 카메오의 방점을 찍어주는데 성석과 해주가 과연 이대로 이별할까 궁금해 하던 찰나에 정우성의 등장은 그런 궁금증을 확 날라가게 할 정도이다.
다가오는 따스한 봄날, 결혼이라는 주제로 어떤 인연이 만들어지는지 가볍고 부담없는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은 이 영화를 편안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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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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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결혼>은 박호찬, 박수진 남녀 신인 감독이 시나리오부터 연출까지 협업한 작품이다. 박호찬 감독은 남자 주인공 ‘성석’을, 박수진 감독은 여자 주인공 ‘해주’를 전담해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캐릭터를 구축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영화는 한때 범람했던 ‘계약 결혼’ 소재를 사회상의 변화에 맞춰 발랄하게 변주한다. 특이할 것 없고 다소 식상한 이야기를 살리는 것은 귀여운 김동욱과 씩씩한 고성희 두 남녀 주인공이 보여주는 쿨한 동지애다. 또 가짜 연애가 진짜 사랑으로 변모하는 그 흔한 플롯을 과감히 배제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동욱과 고성희 두 주연 배우 외에도 황보라, 김선영, 김의성, 염정아, 임예진, 조우진, 이정재, 정우성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배우가 함께했다.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 그리고 영화의 다양성 확보라는 유의미한 취지에 동참한 그들이 형성해낸 자연스러운 코믹함이 기분 좋은 웃음을 유발한다. 동시에 사랑 결혼 꿈 등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과 물음을 던지며 힘내라고 독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2019년 2월 26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