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할매
The Poem, My Old Mother, 2018

시인 할매 (The Poem, My Old Mother, 2018)는 전라남도 곡성 작은마을 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우며 시를 쓰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있는 휴먼 다큐멘터리다.
시인 할매 (The Poem, My Old Mother, 2018)는 이종은 감독의 첫 데뷔작으로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다큐쇼케이스 후보로 오른바 있다.
곡성의 서봉마을에 길작은 도서관이 생겼고, 평균나이 80세가 넘는 할머니들은 처음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의 삶과 세월을 시로 녹여 낸 영화 시인 할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서봉마을에 겨울이 왔다. 일제강점기 시대 이 땅에 태어난 여성들은 전쟁, 가난, 남아선호 사상등 여러 이유로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황혼에 이르러 뒤늦게 글을 배운 이들이 시로 그들의 한과 인생을 풀어낸다. 할머니들이 서봉마을로 시집 온 지 6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서봉마을에 길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할머니들이 오셔서 김선자 관장님을 도와주기 위해 책을 정리하셨는데, 자꾸 책을 거꾸로 꽂으셨다. 그래서 이분들이 글을 모르시나보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고 저분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드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2009년에 한글학습반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

할머니들이 달력이나 전단지에 뒷면에 써 온 시들은 2016년 시집살이란 제목으로 시집이 되어 출간이 되었다. 봄, 여름이 지나고 가을 추석이 다가오자 할머니들은 길을 쓸고 자식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우리는 눈앞에 일들에 막 아등바등 하며 살아가지만 할머니들처럼 너무 집착하지 않고 그냥 살아내는 그런 삶의 방식이 어쩌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윤금순 할머니는 사랑하는 아들, 딸, 며느리들, 손자 손녀들이 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서로 우애 있게 90살 먹도록 살았으면 좋겠고 그 마음을 시로 썼다. 오늘은 양양금 할머니와 박점례 할머니가 작가가 되어 곡성초등학교에 학생들을 만나러 간다. 어려서 학교를 안다녀서 학교에 와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학교에 올 수 있어 두 할머니들은 너무 기쁘다.

오늘은 할머니들이 벽에다 벽화를 그린다. 알록달록 꼭 우리아이가 그린 그림 같다. 나이가 들면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곡성 시인 할머니들의 그림과 시가 그림책이 되어 나오는 날이다. 그림책 제목은 눈이 사뿐사뿐 오네. 그림책 출간회겸 마을에서는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김선자 관장은 자신의 책이 나온 것보다 더 기쁘다. 양양금 할머니는 글을 배워 처음으로 엄마에게 편지를 써본다. 다시 서봉마을에 겨울이 오고 눈이 소복히 내렸다. 오늘은 할머니들이 꽃단장을 하고 모두 김선자 관장이 운전하는 봉고차에 올라타고 시내 사진관으로 향한다. 평균나이 80세가 넘는 할머니들 한살이라도 어릴때 단체사진을 남기기 위해 사진관을 찾았다. 할머니들은 오래오래 서로 함께 하자 말한다.

평균나이 80세의 서봉마을 할머니들은 마을에 생긴 길작은 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운다. 글을 배우고 달력 뒷편에 꾹꾹 눌러쓴 시들은 우리 엄마의 이야기고,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고, 그리고 한 시대를 살아온 세월의 이야기다. 시 속에 꾹꾹 눌러담은 마음은 시집으로 예쁜 그림책으로 그렇게 세상의 딸들과 아들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감동을 준다.
영화 시인 할매는 순수한 마음, 따뜻함, 아름다운 시골풍경, 소소한 일상, 깊은 울림, 치유, 힐링이 있는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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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이 함께볼 영화를 찾으시는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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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ap사랑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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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할매>는 곡성의 까막눈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시를 써 시집을 낸 후의 일상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할머니들은 책을 거꾸로 꽂으면서도 잘못 꽂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불편해도 불편함을 안고 사는 삶에 익숙해진 까닭이다. 가난해서 여자라서 제대로 먹지도 배우지도 못한 채 희생인지도 모르고 기꺼이 희생하며 살아온 할머니들. 글을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속 꼭꼭 숨겨 놨던 한마디 한마디를 서툰 글씨로 달력으로 만든 연습장에 꾹꾹 눌러 토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줄 한 줄의 시가 완성된다. 시가 지닌 치유력과 정화의 힘을 품고 있는 <시인 할매>는 시인의 감성을 간직한 할머니들과 그분을 앞에서 옆에서 이끈 도서관장과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이종은 감독이 빚어낸 그 자체로 시詩이다.젊은 세대의 부재와 고령화에 따른 쇠락해가는 농촌 현실에 <시인 할매>는 실버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 속에 표현되지 않았지만, 시인 할머니들과 김선자 관장이 손수 만든 인형으로 인형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또 한 번 기대해본다.
2019년 2월 7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