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Tube , 2003

2003년 개봉작 <튜브>는 개봉당시 제작비용 70억원을 들인 블록버스터라고 해서 기대가 큰 작품이었는데 의외로 개봉하자마자 여기저기서 악평들이 쏟아지고 영화를 저평가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얼마되지 않아 막을 내린 비운의 작품이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작품들의 연이은 흥행참패가 그중 하나이다. 개봉하기 전년도인 2002년 <예스터데이>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작품들이 80 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자 블록버스터를 '돈 먹는 하마'로 치부하며 충무로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고 그 여파로 튜브도 자금난 때문에 촬영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개봉할 시점에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나 지하철 테러를 소재로 한 튜브도 개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는 것인데, 우여곡절 끝에 6월에 개봉했지만 지하철 참사를 겪었던 국민들의 불안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지하철이 주 무대인 튜브란 영화를 멀리할 수 밖에 없었고 희생자들의 사고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영화 <쉬리>에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백운학 감독의 데뷔작으로 2년간의 기획기간과 프로덕션만 1년 6개월, 7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튜브는 혹독하게 데뷔전을 치르고 관객수 45만을 기록한채 서서히 멀어져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지하철을 무대로 한 블록버스터를 선보였다는 점과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아떨어지는 드라마적 요소까지, 영화 <튜브>는 이전 국내 영화에서 볼수없었던 다양한 기법들을 시도하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수 있는데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재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비록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지하철 이라는 협소한 공간속에서 추격전은 헐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고 테러범 강기택(박상민)을 추격하는 장도준(김석훈)과 도준을 짝사랑하는 소매치기 인경(배두나)의 러브스토리도 감동적이었다. 또한 형사반장으로 출연한 임현식과 소매치기 보스로 출연한 권오중은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코믹한 웃음을 담당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중앙통제센터를 이끌어가는 권 실장 역할의 손병호까지 주연 못지않게 조연들의 눈부신 연기력도 빛을 발하며 소소한 재미는 물론이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까지 감상할수 있게 해준다.

국가 정보요원으로 활약하다 기관에 의해 축출 당한 강기택(박상민)은 자신의 부인이 기관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이를 복수하기 위해 지하철을 탈취하게 된다. 반면 지하철 수사대에 근무하는 장도준(김석훈)은 애인을 살해하고 자신의 손가락 까지도 잘라버린 강기택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 지하철과 연관되는 인물 또 한명, 송인경(배두나)은 지하철 소매치기로 도준을 사랑하면서도 늘 그의 곁을 맴돌기만 하다 테러로 인해 인질이 되면서 도준과 함께 강기택에 맞서 싸우게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하게 테러를 자행하는 강기택은 군사정부시절의 사생아로 권력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하다 쓸모가 없어지자 여지없이 내팽개쳐진 인물이다. 그의 분노가 향하는 곳은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 국무총리가 된 송일권(송용태), 강기택을 미치광이로 만든 장본인으로 강기택의 제거는 물론이고 부인까지 살해 하도록 지시하였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탈취하고 승객들을 인질로 잡으며 협상의 조건으로 내세운것은 송일권을 자신에게 넘겨달라는 것인데 이를 거부하자 폭탄을 설치한 열차를 달리게해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멈출 수 없는 열차안에서 이를 멈추기 위한 도준과 강기택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시작되고 송일권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위해 지하철 중앙통제센터를 장악한 후 강기택과 협상을 벌인다.

지하철에 갇힌 시민들을 살리기 위한 도준의 노력은 필사적 이었다. 남들과 다른 초인적인 힘으로 민중의 궁핍한 삶을 돌봐주려 했던 고전소설속의 주인공처럼 자신을 희생하여 시민을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비록 지하철에서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말단 경찰직 공무원 이지만 그는 실권을 쥐고있는 권력자들 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경찰의 고위간부 부터 고위공직자 까지 그의 악전고투를 곱게만 바라봐주질 않는다.
복수를 위해 무고한 시민을 인질로 삼은 강기택의 범죄행위가 결코 정당화 될수는 없지만 정치적 야욕을 위해 시민들을 냉정하게 살육을 현장으로 내 던져버린 국무총리 송일권의 행동은 어린 생명들을 구해주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자신들의 자리지키기에만 급급해하던 세월호 사건때 고위공직자들의 모습과도 영락없이 닮아있어서 범죄자 강기택의 테러보다 더 큰 공분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적은 테러범 강기택이 아니라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비리를 감추려했던 송일권으로 향해 질수밖에 없다.

지하철 중앙통제센터의 권 실장이 이 영화에서 영웅으로 부각되는 이유도 바로 권력에 대항하다 결국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무섭게 윽박지르는 권력자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상관인 권 실장의 지시대로 따라준 직원들과 실무자들의 용기 또한 전장을 승리로 이끈 장수의 용맹함과 견줄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국무총리와 고위관료들을 강기택 보다 더 악인으로 몰고갈수 있었던 것도 시민을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도준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자신의 가족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단합된 힘을 보여준 무기력한 일개 소시민들의 용기와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서 였다.
영화 <튜브>가 대단하다고 정의할수 있는 부분은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하여 화려하게 장식된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배우들의 액션신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악인과 영웅의 싸움이 자신들의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국가권력의 부당함에 맞서는 국민의 저항으로 교묘하게 우회하여 표현해 낼수 있었다는 점이다.
 |
|
|
|
| 글: JC PARK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