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들
Possible Faces, 2017
이 영화 <얼굴들>을 다 보고 나면 그 다음 이야기가 어디선가 이어질 것 같아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 관찰했던 그들의 삶이 내 주변의 이야기처럼 깊숙하게 울리고 그 삶의 한 켠에서 또 다른 어떤 인생 이야기가 펼치질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수다스러운 시선처럼, 장률 감독의 짧은 여행기처럼, <얼굴들>은 연결성 없는 인생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끈을 발견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실제로 어떤 인연의 끈도 없고 연관성도 없다. <얼굴들>에서 보여지는 인생은 각각의 인생이고, 그래서 옴니버스 영화의 카테고리에 넣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영화는 영리하고 재치 있게 일상의 인생을 공유하고 공감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그런데 그 각각의 인생들이 조금씩은, 아주 조금씩은 시작과 끝이 닿을 듯 말 듯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마 관객이 찾아야 할 숙제일 수 있다. 고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선(박종환)은 본인과 아무 상관없는, 그저 학교의 한 학생일 뿐인 진수(윤종석)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축구부이기 때문에 수업에 자주 빠질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진로는 어떻게 정할 지 등등 본인이 가지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관심을 표현한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혜진(김새벽)은 퇴사하고 식당을 운영할 계획으로 바쁘게 계획하고 실천해 나간다. 어머니가 기존에 운영하던 식당을 다시 처음부터 개업하는 자세로 지역 상권을 분석하고 식당 내부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하면서 식당 메뉴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그런 혜진은 바로 기선의 예전 애인이었다. 옛 애인이었던 사실은 기선과 혜진의 지금 일상에 아무 영향이 없다. 어떤 연결이 혹여 있을까 골똘히 관찰하고 돌려보기를 해도 부질없는 짓이다. 이전도 그랬고 이후도 그렇듯이 예측 불가능한 인생에 대해서 영화는 천천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제목처럼 많은 장면들이 인물들의 얼굴에 무게를 둔다. 큰 화면 가득히 배우들의 얼굴이 비춰지고 그 얼굴들의 무게만큼 관객에게 던져지는 질문들은 묵직하다. 다른 배경이나 사물, 혹은 색체에 눈 돌리지 말고 얼굴 자체에 집중해서 지금 듣는 말에 집중하라고 하는 듯하다. 인물이 말하는 바를 올곧게 해석하고 인물들의 내면에 나오는 언어의 흐름을 감지하다보면 곧 인물들의 지금 삶에 해석이 내려진다는 설명으로 보인다.
기선과 혜진의 일상을 스쳐지나가는 또 다른 인물인 현수(백수장)은 이 내면의 흐름을 외연으로 확장해주는 이중 장치이다. 인터넷 온라인몰에서 쇼핑을 했다면 반드시 만나게 될 인물인 택배기사, 택배기사인 현수는 기선을 지나치고 혜진을 가로지르며 인물들 사이의 어떤 중요한 배달 임무를 띈 것처럼 묵묵히 영화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기선은 지금하고 있는 행정직원 업무보다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 현수도 지금 택배일을 관두고 싶어한다. 혜진도 기존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 식당 재개업에 몰두하고 있지 않은가. 이들은 모두 지금 현재 자신의 일에 대해서 종료를 하려고 하고, 그냥 종료가 아니라 그 이후에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진수 또한 축구부 활동을 하고 있지만 본인의 재능에 한계를 알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이들의 얼굴을 주시하는 관객은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관찰자의 관찰자이다. 인생을 관찰하는 자를 역시 관찰하는 관객의 관찰 생태계의 가장 상위 관찰자로서 하위 인물관계들의 모든 관계망을 알고 정보를 파악했으면서 그저 관찰하는 입장에 놓일 뿐이다.
그 역할을 제대로 잘 하도록 해주는 장치가 또한 영화에는 마련되어 있는데, 바로 내레이션 목소리이다. 주입하지 않지만 알아서 들으라는 듯 부연되는 내레이션은 관찰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주면서 그 자리를 떠나지 말라고 압박을 준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하나하나의 조각 모음은 영화가 후반부에 남겨놓은 완벽한 해설집으로 기능한다. 잘 안풀리는 수학 문제를 붙들고 끙끙대다가 책 뒷편에 모아져 있는 정답편을 빨리 들춰보고 싶은 마음. 어릴 적 그 마음이 다시 불러지는 듯 한 이야기의 반전 아닌 반전은 위에 말했듯이 이 영화가 얼마나 영리하고 재치 있는 작품인지 드러내는 부분이다.
인생의 한 조각을 떼어내어 그 부분만 집중해서 보여주는 것도 영화가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아닐까. 한 인물의 전체 인생을 생노병사의 거대한 서사로 풀어낼 수 있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이 영화 <얼굴들>처럼 30대의 남자와 여자가 그 나이대를 걸어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큰 의미를 던져준다.
이런 한국영화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나이가 곧 30대에 들어서는 분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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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30대의 나이로 들어서는 20대의 관객
지금 30대의 삶을 걸어가고 있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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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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