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偶像, Idol, 2018
부모에게 자식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은 무엇을 위해, 어떤 의미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가! 인류의 미래를 위함이란 거창한 계획은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것 그 이상의 책임과 부담을 수반한다. 그들은 부모와 매우 닮은 2세일지언정 본인은 아니다.
본인을 제어하는 것과 남을 제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자식이 사고를 치는 것을 혹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모두 컨트롤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교육을 통해 책임감, 절제력을 부여하고 인성을 키우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린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과연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영화 우상은 아들의 자위를 직접 해주는 아빠 중식(설경구)의 나래이션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게 대체 무슨 지저분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영화 후반부에 자세하게 나온다. 이후 등장하는 인물은 도지사에 출마할 도의원 구명회(한석규)다. 그는 중식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자식을 키우는 아빠라는 사실이다. 비록 다른 방식으로 자식을 키웠지만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식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만나게 된다. 바로 중식의 아들이 명회의 아들에 의해 죽게 되면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워진다. 만일 단순 교통사고로 머물렀다면, 그가 뺑소니를 치고 두려움에 달아났다면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으나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바로 시체유기! 정확하게는 살아있는 인간을 데려와서 죽게 만든다. 비닐에 쌓인 시체와 두려움에 겁을 먹은 아내(강말금)를 바라보는 명회의 모습은 당혹 그 자체였으며 욕실에서 그들을 보며 슬쩍 비웃던 아들(조병규)의 눈빛은 의뭉스러움 그 자체였다.
명회는 단호하진 않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정치인의 입장에서 최선의 길을 찾으려 노력한다. 물론 그것은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은 사건에 대한 입장이다. 녹화된 CCTV는 그를 매우 곤란하게 만든다. 사고와 살인은 전혀 다른 문제이며 자식의 인생, 가족의 인생, 그리고 자신의 정치생명까지도 망칠 수 있는 일이다.
이 영화의 초반부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 사건 뒤에 뭔가 음모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식의 사라진 며느리 련화(천우희)의 존재와도 관련이 있으며, 련화는 그날의 일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지! 그녀도 중식의 아들 요한에게 뭔가 끔찍한 일을 당하기라도 한 것은 아닌지. 중식은 련화와 무슨 관계인지, 의문투성이인 요소들이 이 영화의 후반을 매우 기대하게 만드는 전반부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한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이 영화는 그 기대감을 아주 철저히 무너뜨리며 불필요한 이야기로 100분가량을 고스란히 날려버리고 만다.
거대한 음모까진 아닐지라도 그 사건엔 반드시 어떤 비밀스런 이야기가 존재했어야만 했다. 관객들은 시체유기 사건의 전말이 궁금했을 것이다. 그 속에 숨은 비밀은 대체 무엇인지! 그것을 보다 집중적으로 파헤칠 필요가 있었다. 명회의 두려움은 이해가 갔으나 그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요한의 그날 밤에 대해, 중식의 아들 부남(이우현)과 련화의 그날 일에 대해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명회와 중식이 련화를 쫓으며 찾아낸 비밀은 그게 전부였다. 사건은 단순 뺑소니가 아닌 유기, 살인이라는 사실! 부남의 사망시간은 뺑소니 시간보다 늦었다는 사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이미 모두가 아는 그 사실을 드러낸 것에 그치고 말았다.
게다가 중식은 그 비밀을 알아낸 후에도 련화를 살리기 위해 그를 용서하기로 한다. 머리모양은 마치 복수는 나의 것의 신하균처럼 해놓고 복수는 꿈도 꾸지 못하는 약한 남자! 그는 이순신 동상의 목을 자르는 것으로 자신의 분노를 대신한다.
감독은 대체 무엇을 담아내고자 140분의 기나긴 러닝타임을 잡은 것일까!
명회에게 살인의 진실을 감추는 것이 그리도 중요한 일이었다면 도지사직에 집착하는 모습을 좀 더 강렬하게 보여줬어야 했다. 감정에 휘둘리고 갈등하는 장면도 더 심도 있게 다뤘어야 했고 살인 이후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도 임팩트있게 보여줬어야 했다. 용구(김종만)를 차로 치어 죽인 뒤 변화된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는 아주 덤덤하게 이전까지의 명회를 연기했다. 마치 정치인은 누구나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현실의 정치인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그러나 그 점이 영화적인 재미를 감소시킨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의 제목은 우상이다. 근데 대체 왜 우상이었을까? 정치인 명회가 대중들의 아이돌로 영원히 남고 싶었기 때문에? 정치인을 우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 영화의 제목은 여전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뿐이다. 차라리 자식의 영원한 우상이 되기 위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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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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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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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2013)에서 피해자가 ‘죄송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을 날카롭게 직시했던 이수진 감독이 신작 <우상>으로 관객을 찾는다. 전작 <한공주>는 선악을 명확히 드러낸 채 부조리한 사회와 인간 군상 행태를 향한 비판적 메시지가 굵은 직선처럼 선명했다.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는데 괴로울지언정 이견의 여지없이 격한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나락으로 달려가는 정치인(한석규)와 잃을 것 없는 맹목적인 아버지(설경구) 그리고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듯 보이는 며느리(천우희)의 연기 보는 맛이 일품인 <우상>은 한눈파는 것을 허용치 않는 강한 흡인력만으로도 성공적인 스릴러다.자식과 욕망 사이 그릇된 선택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온도차 확연한 두 아버지를 내세워 촘촘하게 서사를 엮으며 기시감을 떨쳐버린다. 꽁꽁 숨겨둔 히든카드와 적당히 순화하지 않은 강렬한 비주얼과 곱씹게 유도하는 곳곳에 배치된 퍼즐 조각들은 모두 스크린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다. 함정은 이토록 집중했음에도 후반부 어느 순간 극 속에서 미아가 된다는 것. 인물들의 의식과 행동을 부지런히 쫓아감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메타포와 비약 사이, 관객이 어디 머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여지 크다.
2019년 3월 19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