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스타벅스에 가보면 노트북을 켜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 눈치 안보고 마음껏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있는 스타벅스는 심지어 테이블 아래 전원까지 제공하고 있어서 오히려 그런 모습을 권하는 듯하다 .
이 영화의 주인공인 영준은 스타벅스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인생 목표이다 .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쓰는 것 ,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스타벅스에서 맥북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 자체가 목표인 것 .그래서 동네 공방에서 목공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맥북을 하려고 한다 . 그리고 드디어 중고나라에서 매우 싼 가격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즉시 입금을 한다 . 허나 그건 사기였다 .
세상을 다 잃은 듯 망연자실하며 식음을 전폐하는 듯 하면서 짜장면을 시켜먹고 자살을 하려고 하면서도 복수심에 불타서 분연히 일어난다 .경찰서에 가서 출금만은 막아달라고 하지만 그 절차는 길고 고되며 그 시간이면 벌써 출금을 할 것임에 실망하고 스스로 중국에 가서 사기꾼들을 처벌할 것으로 정리한다 . 그리고 결국 중국에 가게 된다 . 저예산 코믹 영화를 만들어온 백승기 감독이 역시 그의 영화에 단골 배우인 손이용과 함께 만든 이 영화의 제목 <오늘도 평화로운 >은 네이버 1 위 카페라는 중고나라를 형용하는 역설적이고 반어적인 표현이다 .

전혀 평화롭지도 않은 중고 매물 거래 카페에는 수많은 종류의 물건들이 등록되어 있고 판매자와 구매자들은 자신이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과 자신이 꼭 필요한 물건을 거래하고 있다 .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기 , 분쟁은 법적 다툼으로까지 커지는 경우도 있고 소소하게는 돈 버린 셈 치던가 , 아니면 일상의 기분나쁜 에피소드로 버려지기도 하다 .

그런데 감독이 직접 겪은 중고 거래 사기에 대해서 매우 적나라하게 전개되는 영화의 흐름을 표현하면서 감독의 전매 특허인 C 급 코믹 정서를 마음껏 뿌려놓았다는 것이 영화의 재미를 충족한다 . 돈주고 볼만한 영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런 저예산 영화가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한국영화의 환경은 반길만 하다 .
테이큰 , 해바라기 , 아저씨 , 원티드 등 다양한 액션 영화의 주요 장면을 거침없이 차용해서 그대로 써먹는 대담함과 SNL 의 희극적 패러디를 영화에 가져온 용기는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충분한 선물이다 .특히 중국에 갈 여력이 없는 제작 여건을 마치 보란 듯이 대놓고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촬영한 솔직함은 영화가 오히려 중국에 가서 촬영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큰 재미이다 .

사기꾼들에게 잡힌 영준을 구해준 중국인 역할에 중국말 대신 사자성어인 듯 4 단어로 축약해서 말하는 탕수육이라는 인물은 영화 시나리오를 막 쓴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한다 .예를 들어 총 사용할 줄 아나 ? 는 만기제대 ? 라고 하고 아버지 일어나세요 ~! 는 만수 무강 이라고 하는 식이다 .
재치있는 대사에 나름대로 극 구성을 꾸며나가기 위한 캐릭터들의 다양한 활용은 영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데 이들 배우들이 모두 정식 배우가 아니라 자진해서 모여든 사람들이라는 후일담을 들으니 더욱 재밌어진다 .영화 끝에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당한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는 전언은 감독이 노트북 사기를 당하고 진짜 실망하고 안타까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인생 경험에서 재밌는 영화가 나왔으니 그 또한 위안이 될 것이다 .

좀더 다듬으면 상업 영화의 기틀이 잘 잡힐 것도 같은데 백승기 감독은 사실 그런 마음이 없을지도 . 이런 식의 아마추어 영화 제작도 나름대로 매니아가 생기고 부담없이 볼 수 있는 한 장르로 커진다면 그 쪽 분야에서는 독보적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영화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식지 않도록 꾸준하게 영화를 제작해서 만든다면 충분히 즐길 마음이 드는 영화이다 .감독의 이전작 <숫호구 >는 감독과 촬영 주연을 모두 혼자 한 작품으로서 그의 인생 작품으로 남아 지금도 블로그 등에서 가끔 언급되며 <시발 , 놈 : 인류의 시작 >은 배우 신이용을 주인공으로 한 재치 만점의 코미디 영화이다 .
<오늘도 평화로운 >을 보고 혹시 감독의 다른 영화를 찾는다면 위 두 영화를 꼭 봐야할 것으로 추천한다 . 싸구려 영화라곤 하지만 백승기 감독은 그렇게 자주 영화를 만들어 내놓는 편은 아닌 것 같다 . 개성 있게 한 길을 가는 감독을 응원하며 중고거래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는 분이 보면 감독의 말처럼 어느 정도 속이 풀릴 영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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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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