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치는 땅
The Land on the Waves, 2018
사업실패로 인하여 급전이 필요하게 된 문성은 오랫동안 절연한 채 연락두절 상태였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문성의 아버지는 과거 간첩으로 의심받아 정부로부터 심한 고문을 당했고, 결백이 증명된 현재 국가 배상금을 받아 상당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유산은 고스란히 상속자의 손에 들어온다. 사업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자금이 절실한 문성은 아버지의 유산을 목적으로 30여년 만에 고향인 군산으로 향한다.
자식이 버린 아버지를 오랜 시간 간호해 온 사람은 아버지의 친구의 손녀딸인 은혜다. 은혜는 이제야 나타나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문성의 당당한 태도가 당혹스럽기만 하다. 그가 진짜 아들인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갈등을 깊어져만 가고, 문성은 자기가 모르고 있었던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지난 1967년, 당시 전북 군산에 거주하던 어부 박춘환은 고기잡이배 영창호에 함께 승선하고 있던 일곱 명의 동료들과 함께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다. 당시 납북된 여덟 명 중 박 씨는 가장 어린 막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1960년대는 이북이라고 하면 당장 간첩으로 의심받아 끌려간 뒤 혹독한 고문을 당한다는 공포가 팽배하던 시기였다.
박 씨는 북한에서 4개월간 갇혀 살다가 간신히 남한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박 씨가 돌아온 뒤 남한 정부를 그에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웠다. 반공법 위반이라는 혐의로 투옥되었다. 북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감시를 받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눈총도 따가웠다. 고문 후유증은 심각했고 혹독한 고문을 이기지 못해 거짓 자백까지 했다.
고통은 박 씨의 인생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요시찰 인물이 된 아버지 때문에 그의 아들은 제대로 된 곳에 취업할 수 없었고, 어딜 가든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연좌제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 박 씨는 간신히 자백을 증명하고 국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미 망가진 삶과 지나간 세월을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파도치는 땅>은 오늘날 납북 어부 간첩 조작 사건이라고 불리는 박 씨의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극중 문성은 간첩으로 누명을 쓴 아버지의 아들로서, 그 역시 평탄한 인생을 살아오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 사업으로 성공을 거뒀으나 여의치 않은 환경에 좌절한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 시점에 아버지가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금, 자신이 상속자라는 생각은 오랫동안 인연을 끊었던 고향에 다시 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파도치는 땅>은 과장이나 미화 없이 현실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극중 문성은 아들 도진을 미국에서 공부시키려고 한다. 유학을 가지 않겠다는 아들에게 인연을 끊겠다고까지 하는 그의 모습은 언뜻 교육열 심한 아버지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것이 단순한 교육열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국가가 짓밟은 한 사람의 인생과 그의 아들, 그 손자까지 내려오는 삼대의 고통을 담담하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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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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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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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를 찾아가 빚독촉을 하고 카페에 들러 한 여자를 만나 타박 섞인 부탁을 하고 돌아서는 남성의 뒷모습에서 짙은 피로감이 묻어난다. <파도치는 땅>은 중년 가장 "문성"의 동선을 따라가며 인물이 처한 상황을 우회적으로 전한다. 서사의 윤곽이 드러나기까지 사뭇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인데, 한편으론 단어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임태규 감독은 전작 <폭력의 씨앗>(2017)에서 군대 내 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중재자를 중심으로 "폭력"이라는 씨앗의 발아와 전염과 권력의 메커니즘을 찬찬히 해부했었다. 그가 국가라는 절대 권력이 애국과 안보라는 미명으로 자행한 폭력에 다시 주목한다. 1967년 납북 어부 간첩 조작 사건을 스크린으로 끌어온 <파도치는 땅>에서는 파도에 휩쓸리 듯 무너진 삶 이후 수십 년이 흐른 후 받은 무죄 판결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는다. 간첩으로 몰린 아버지 탓에 혹독한 인생을 살았을 아들 "문성",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후 품에서 떠나보내는 아버지 "문성". 아들이자 아버지인 "문성"을 중심으로 <파도치는 땅>은 건조하게 국가 폭력의 피해 현장을 전한다.
2019년 4월 5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