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I Wish I Had A Wife, 2000

서른 셋의 봉수(설경구)는 아직 알지도 못하는 미래의 아내에게 영상편지를 쓸 정도로 결혼을 원한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그 결핍을 아내로 채우고 싶은지도 모른다. 스물 일곱의 원주(전도연)는 남몰래 그런 봉수를 짝사랑하고 있지만, 그에게 말하지는 못한다. 작은 정원과 분수대를 사이에 두고, 은행에 근무하는 봉수와 보습학원에서 일하는 원주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원주만이 봉수를 의식할 뿐이다. 봉수의 절친한 친구인 홍탁이 결혼을 선언하자, 봉수는 점점 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과 같은 가족사이의 사랑, 친구사이의 사랑, 연인사이의 사랑. 그리고 이런 사랑들은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각자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다. 연인의 사랑도 가지각색의 색을 가진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을 수 있고, 불 같은 사랑도 있을 수 있다. 반면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서로의 삶으로 스며들어가는 사랑도 있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속의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치 한 겨울에 밤 사이 내리는 눈처럼 조금씩 쌓여가다가, 아침이 되면 나도 모르게 쌓여있는 그런 사랑이다. 영화 속 원주는 짝사랑 하는 봉수를 보기위해 매일 은행을 가지만, 눈치 없는 봉수는 그런 그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원주는 한번이라도 그를 보기 위해 학원의 형광등을 갈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CCTV에 대고 혼자말을 할 정도로 그를 생각하게 된다.

설경구는 연극으로 데뷔한 만큼 연기력을 입증한바 있고, 1999년에는 영화 <박하사탕>에서 강렬한 눈빛과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내는 선악이 공존하는 명연기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2001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는 순수하고 눈치없는 남자 봉수로 변신을 했다. 영화를 보다보면 젊은 시절의 설경구와 전도연을 볼 수 있지만, 지금과 크게 차이가 없는 그들의 모습에 더욱 놀라게 될 지도 모른다.

거의 매일을 마주치면서 살아가는 봉수와 원주의 사랑은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일상속의 남녀의 사랑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멜로 영화라면 한 두 번쯤 있을 법한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운명의 꼬임같은 것도 없다.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 속의 사랑이야기이다. 다른 영화들의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내용에 집중하느라 놓쳐온 일상의 디테일이 섬세하고 밀도있게 진행된다.
이런 일상을 담아내기위해 제작진은 촬영 시 다른 영화와 달리 시나리오의 장면 순서대로 촬영하는 고생을 해야했다고 한다. 영화 촬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영화의 단 한 장면도 세트에서 찍지 않고, 영화 속의 모든 공간이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헌팅해서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는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어, 마치 우리 주변을 조금만 찬찬히 둘러보다보면 봉수와 원주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치 사랑과 삶의 지혜를 조금은 알게 된,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영화 속에서, 밤사이 내린 눈처럼 조금씩 쌓여가던 이 영화 속의 사랑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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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내리는 겨울밤 눈 같은 사랑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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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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