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안 썸머
Indiansummer , 2001

어쩌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존재할지 모른다. 모든 사랑이 평온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모든 사랑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여기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욱 애달픈 사랑이 있다. 바로 영화 <인디안 썸머> 속의 이야기이다.

2234번 피고인 신영(이미연)은 남편의 살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위한 모든 변호를 거부한 채 마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평온하기만 하다. 변호사인 준하(박신양)는 해외연수를 기다리는 동안 신영의 항소심 국선변호를 맡게 된다. 하지만 그가 만났던 다른 피고인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신영이 자꾸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항소심의 첫 재판 날, 신영은 갑자기 재판을 거부하고 독방에 감금된다. 그러자 준하는 해외연수도 포기한채 그녀의 모든 사건 파일을 뒤지며 신영의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사형수와 변호사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처음부터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시작한 사랑이기에 그들에게 이 사랑은 더욱 가슴 아프고, 순간 순간이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 처음으로 욕심내고 싶어한 사람이 생긴 순간 이 둘은 혼돈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겹쳐보이던 영화가 있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강동원과 이나영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서 강동원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고, 다른 사람의 죄까지 뒤집어 쓴 채 하루하루 자기가 죽는 날 만을 기다리는 사형수 윤수로 나온다. 그리고 어릴 적 아픈 상처로 인해 세상과 섞이지 못하고 마지못해 살아가는 유정 역을 이나영이 맡았다. 이들도 처음엔 사형수와 면회자로 만나게 된다.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만난 이들은 사랑을 깨닫게 되고 그토록 놓기 원했던 삶의 끈을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남은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애쓰는 준하의 모습을 보며 신영은 조금씩 그를 인식해나가기 시작한다. 결국 준하의 노력으로 상소심에서 신영은 무죄 판결이 나고, 차가운 교도소 밖을 나가 햇살이 가득했던 날 접견실이 아닌 남해의 한 바닷가에서, 변호사와 피고인이 아닌 남자 준하와 여자 신영으로 만나게 된다. 하지만 항소심의 파기가 결정되고... 결국 다시 재판이 시작된다.

영화의 포스터는 마치 영화를 함축시켜 보여주는 것 같다. 잿빛의 포스터 속 두 주인공은 을씨년스럽고 고요하기만 한 교도소를 보는 것 같다. 신영과 준하가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접견실 속 창을 통해 작게 스며드는 햇살처럼 준하와 신영은 만남을 더해갈수록 서로에게 자리 잡게 된다. 처음엔 서로에게 무심한 존재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작은 햇살로 인해 움틔우는 새싹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소중하게 싹을 틔우게 된다. 단순히 변호사가 피고인을 만나는 접견실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 공간이 되고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장소가 되어버린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흔히들 사랑이란 조건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불행해 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만을 빌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최근 모습을 보면 젊은 사람들은 이제 예전만큼 낭만을 찾지 않고, 사랑이 아닌 조건을 우선으로 내밀어 결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인디안 썸머>의 두 사람을 보면 사랑은 조건을 따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조건을 따진다면 이렇게 최악의 조건이 어디 있을까? 죽음을 앞둔 사형수.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변호사. 마치 신이 일부러 이루어지지 말라고 정해놓은 것과 같은 이들의 사랑을 지켜줄 이는 누구인가.

영화를 보다보면 우리는 이 위태위태한 사랑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마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윤수가 마지막까지 죽지 않기를 바랬던 것처럼. 도덕적 의무, 정의를 떠나 사랑 앞에 선 우리는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 그리고 준하가 있다. 오로지 법의 진실만을 믿고 따르던 변호사 서준하는 사라지고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그만이 남아있다.
사랑하는 여자는 살해혐의를 받고 심판대에 앉아있고, 그는 그여자를 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준하는 한 명의 아군도 없이 홀로 맞서야하는 마치 전쟁과도 같은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법정은 준하가 사랑하는 여자의 생과 사를 가르는 갈림길이 되기도하고, 이들 사랑을 운명짓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이 안전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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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멜로를 원하는 영화팬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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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현아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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